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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나로크] <5> 삼삼이의 '공성전 출정기'

  • 정리=안희찬
  • 입력 2003.05.1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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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삼삼이. 삼월 삼일날 탄생한 캐릭터로 주인의 어이없는 네이밍 센스로 태어난 검사다. 비록 이름은 컨츄리 틱 하지만… 나의 칼을 휘두르는 엘레강스한 포즈로 많은 남성들의 짝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_-v
이곳은 벚꽃이 날리는 프론테라 광장. 사막도시 모로코 덕분에 한가한 프론테라. 그런데 어느새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모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 지나가는 기사 1 : 조금 이따 공성전이 시작되면 우리 길드는 여기부터 치는거야! 그리고 동맹길드와 뭘 하고 어쩌구 저쩌구…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내 귓가에 내리 꽂힌 오직 한 단어. ‘공.성.전’! 공성전이 드디어 시작되는가 보구나. 옆 기사의 이야기를 좀 더 몰래 엿들은 후 난 모로코 마을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호드밭으로 잽싸게 걸음을 옮겼다. 공성전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을 굴뚝같았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럴 상황이 아니다. 왜냐고?
앞부분에 밝혔어야 하는데, 사실 난 레벨 40에 전직도 하지 못 한 검사다. -_-; 이런 나를 데리고 가줄 길드는 없거니와 나를 공성전에 껴줄 길드는 더더욱 없겠지. 속은 쓰리지만 레벨 업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으로 삼고 단숨에 호드밭으로 달려갔다. ||이곳에 내려와 레벨 업을 시작한지도 어느새 반나절…. 내 팔뚝은 오랜시간 칼질을 하기에 너무나 부실했다. 가녀린 내가 안되어 보였을까? 옆에서 호드를 열심히 잡던 어쌔신이 말을 걸어왔다.

+ 어쌔신 : 저….
+ 삼삼이 : (헉…. 또 나의 미모에 넘어 오는 구나 -_-;) 예? 무슨 일이세요? *^^*
+ 어쌔신 : 혹시… 각성 포션 남으시면 한 개만 파세요. -_-;
+ 삼삼이 : -_-;

내가 말했지 않은가. 난 레벨 40이다. 고로 각성을 먹지 않는다. 집중의 포션을 먹는단 말이다. ㅠ_ㅠ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불쌍하다며 몸빵을 해주기로 자청하고 나섰다. -_-; 역시 내 미모는 시들지 않은 것. -_-;
어쌔신 앞에서 최대한 귀엽고 청순한 모드 돌입 어언 3시간 째. 묵묵하게 몸빵을 해주던 어쌔신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 어쌔신 : 혼자 레벨 업 하시나 봐요? 길드도 들지 않으시고?
+ 삼삼이 : 아…. 네 *^^* 아는 사람도 많지 않고 그래서…. 낯설어서 아직 잘… *^^*
+ 어쌔신 : 아, 그러세요? 그럼 저희 길드 들어올래요? 마침 여자 길드원 모집하고 있었는데
+ 삼삼이 : 네!!!!!!!!!

헉…. 드디어 스카웃이다. 이 얼마나 기다렸던 스카웃 제의란 말인가…! 어쌔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단숨에 승낙 OK. -_-

+ 어쌔신 : 길드원에게 인사하시고, 내일 저희 길드전이 있어서 오늘 저녁에 길드모임 있거든요? 그때 나와서 모두 인사하세요. ^^
+ 삼삼이 : 마스터 오라버니! 감사합니다 -0-

길드 전력이 부족해서 나를 받아준 것 같지 않고… -_-; 정말 여자 길드원이 필요해서 길드 가입을 권한 것인지는 몰라도 난생 처음 길드에 가입한 이 소속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환상적이었다.
저녁 8시. 페이욘 동쪽 궁전의 한 귀퉁이 방에서 길드 모임이 있었다. 모두들 멋진 차림에 공성전 때문인지 바싹 기합이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인사를 나누고 구석에 조용히 앉아 회의에 귀를 기울였다.

+ 어쌔신 : 내일 우리 길드 공성전이 있겠습니다. 장소는 페이욘 7시 아지트. 동맹길드 3곳과 함께 작전에 들어갈 겁니다. 어쩌구 저쩌구…. 그리고 삼삼이는 아직 연약하니까 공성에 참가하기 무리지만 구경하고 싶다면 들어와도 돼. ^^

친절하기도 한 우리 마스터 오라버니. 살짝 웃음을 지어주려는 찰나에… 갑자기 뒷통수가 따가운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왠 여자. 나예리라는 이름의 위자드가 나를 뚫어지게 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_-; 하마터면 뒷통수에 구멍날 뻔… -_-; 그때 그 위자드가 말했다.

+ 위자드 : 마스터 오빠. 너무한거 아니에요? 어떻게 우리 전력에 도움도 되지 않는 저런 애를 어디서 줏어왔어요? 머릿수만 차지하고 도움이 안되잖아 도움이!

위자드의 대사에 순간 눈물이 찔끔. 나의 미모에 질투하는구나 네가…. -_-; 뭐 그래. 주인공에겐 언제나 시기하는 무리가 따르는 법이지. 나와 그 위자드 덕에 길드 모임은 어중간한 분위기 속에 끝이 났다.

||번쩍! 두 눈을 떠보니 이른 새벽. 공성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까? 아침 일찍 눈을 뜬 나는 기합을 단단히 하기 위해 페이욘 던전으로 아침 운동 겸 레벨 업을 나셨다. ‘흥! 나예리 이기집애! 절대 지지 않겠어! -_-+’ 라는 구호를 오분마다 외치며 수련한 덕일까? 나의 레벨은 어느 새 45가 되어 있었다.

나름대로 수련을 마치고 던전 언덕에서 내려오는 길. 아지트를 차지한 길드들의 깃발이 페이욘 중앙에 꽂혀있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들이 눈에 꽤나 멋있게 비쳐졌다. 목이 뻐근해질 정도로 깃발에 넋을 잃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은 어느덧 오후를 향하고 있었다.

+ 삼삼이 :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공성전 구경하러 갈 준비해야겠다.

부랴부랴 물약, 만능약 등 준비할 물건들을 챙기고 길드 모임 장소로 달려나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헉!! 왠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 우리 길드의 공성전을 위해 동맹 길드들이 모여 준 것. 발바닥에 오로라가 퍼져 물어 보지 않아도 레벨 99가 확신되는 사람들이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안에 나예리가 나를 향해 비웃음을 지으며 노려보고 있었지만 난 애써 못 본 척을 해야만 했다. 상대하면 피곤해 지는걸…. -_-

모든 태세를 갖추고 아지트 입구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8시를 알리는 시계가 울고 공성전을 시작하는 나팔소리가 시작되었다. 모두들 우르르 입구로 들어갔고 레벨이 낮아 한 대 맞으면 뻗어버리는 나는 제일 늦게 뒤 따라 들어갔다.
상황은 처음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우리편 기사들이 몸빵을 하려 먼저 들어갔지만 상대편 위자드들의 길목을 지키는 전체 마법으로 쉽게 길이 나지 않았다. 뒤에서 보고 있는 나 조차도 발을 동동 구르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위자드의 마법을 뚫으니 이번엔 뒷 쪽의 헌터들의 화살 세례가 이어졌다. 어찌나 활들을 빠르게 쏘던지…. 도무지 발을 뺄 수도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다.

그러던 순간 상대편의 프리스트 한 명이 잠시 비틀거리는 순간 그 틈새를 타 나예리가 빠르게 전체마법을 시전했다. 상대의 프리스트 한 명의 부재로 입구는 뚫리기 시작했고 나예리는 기세등등한 포즈로 유유히 걸어들어 갔다. 나예리의 멋진 모습에 자존심이 상했지만 나 역시 그 뒤를 쫄쫄 따라 들어갔다.
입구는 뚫렸지만 여전히 난전 중. 기둥 뒤에서 고개만 빼꼼 내다보던 나는 열심히 마법을 시전하던 나예리 뒤로 숨어서 걸어오는 어쌔신 한 명을 발견했다.

+ 삼삼이 : 나예리! 위험해!

나예리를 노리고 다가오는 어쌔신에게 배쉬 10발. -_-; 그 어쌔신은 다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 나예리 : 흥…. 어찌 되었건 고마워. 계속 구경이나 하시지. --)

괜히 도와줬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지만 나예리가 빠지면 우리편 전력에 큰 구멍이 생기니 잘한 일이라고 홀로 위안하며 다시 기둥 뒤로 달려갔다.
아군이고 적군이고 모두들 정신이 없이 싸우고들 있었다. 가까이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혼자는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남산만했는지라 돌기둥 뒤로 몸을 숨겨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 칸, 두 칸…. 돌기둥 몇 개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모두들 밖에서 열심히 싸우는지 아지트 안쪽에는 사람의 흔적이 없었다.

순간 등뒤를 휙 하고 지나가는 무언가…. 뒤를 돌아보니 가디언이 차가운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등골이 오싹해진 나는 냅따 달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한 대라도 맞으면 살아남지 못할 거야. -_-; 헉…. 헉…. 한참을 달렸을까? 멈춰서 숨을 고르고 있는 내 눈에 눈부신 보석이 들어왔다.

+ 삼삼이 : 설마…. 저것이 엠펠리움…?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길드의 상징 엠펠리움. 처음 보는 엠펠리움의 모습은 마치 거대한 황금덩어리 같아 보였다. 내 키높이 만한 엠펠리움. 너무 눈부신 모습에 그만 손을 가져다 보았다. 순간
‘챙그랑~’
엠펠리움이 부숴졌습니다.
아지트 [청림호수길드]를 [SOSIM]길드가 차지하였습니다.

+ 삼삼이 : … -_-;;

정적이 흐르는가 싶더니 채팅 창에 길드말이 와르르 올라가기 시작했다.

+ 마스터 : 헉?
+ 나예리 : 뭐지!!?
+ 길드원 1 : 설마? 삼삼씨?
+ 길드원 2 : 어떻게 된 거에요? 왜 갑자기? 한참 싸우는 중인데….

드디어 상황이 파악되었다. 내가 건드린 엠펠리움이 부숴져 아지트가 우리 차지가 된 것. -_-; 세상에 무슨 엠펠리움이 손만 가져다 댔는데 부숴지다니. -_-;
모두들 의아해 하면서 새로운 아지트로 모였다. 사정을 설명하자 어이없다는 듯이 실소를 터트렸고 새로운 아지트를 차지하는데 일등공신이라며 환한 웃음을 지어주었다. 왠지 황당했지만 예쁜 아지트가 너무 마음에 든다. 내일은 길드 던젼에 가자고 해봐야지. ^_^ 아무튼 우리의 아지트 전쟁은 이렇게 끝이 났다.

글 | 삼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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