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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특집] 나이츠 오브 펜&페이퍼, 스마트폰서 만나는 TRPG 세상

TRPG형태 빌린 핵앤슬래시 게임 … 텍스트로 상황 설명 충실한 세계관의 재미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3.12.26 09:39
  • 수정 2013.12.2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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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라 하면 보통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행하는 게임을 상상한다. 마스터가 자리에 앉아 상황을 설명하고 이 상황에 맞춰 게임을 진행하는 장르를 떠올린다. 장르 특성상 자유로운 게임이 핵심이기 때문에 대부분 테이블에 앉아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게임을 풀어 나간다. 이 장르가 컴퓨터게임에 도입돼 지금의 MMORPG 등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정작 TRPG 자체를 컴퓨터로 옮긴 게임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수많은 변수들을 고려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고, 정작 혼자서 게임을 해보면 그다지 재미 없기 때문인 것도 이유다. 그런데 얼마전 이 장르를 소재로 한 스마트폰 게임 ‘나이츠 오브 펜 앤 페이퍼’가 등장했다. 이 작품은 인디게임 분야에서 권위있는 상인 IGF2012 그랑프리를 차지하는가 하면, 실제 상용화 이후 10만회가 넘는 다운로드 숫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여전히 인기리에 서비스되고 있다. 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나이츠 오브 팬 & 페이퍼’를 우리말로 풀어 보면 ‘펜과 종이의 기사단’이다. 게임상에서는 ‘팬 과 종이’를 이용한 기사단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게임 제목에서부터 TRPG 냄새를 풀풀 풍기는 이 게임은 사실 유저가 TRPG를 플레이한다기 보다는, 자신의 캐릭터들이 TRPG를 플레이하는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강조한 타이틀이다.

발상의 전환이 가져다 준 재미
우선 게임을 시작하면 자신의 캐릭터부터 고른다. 전사, 마법사 등과 같은 캐릭터가 있을 것 같지만 아니다. 할머니, 누나, 동네 친구, 피자 배달부(?) 등 집에서 충분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을 먼저 선택해야 한다. 예를들어 누나의 특징은 ‘경험자’다. 때문에 모든 능력치에 보너스를 받는다. 어린 동생의 특징은 ‘안조용함(unquiet)’이어서 모든 플레이를 할 때 우선권이 +5 주어지는 식이다. 게임하다 말고 ‘나먼저, 나먼저’를 수시로 외친다거나, ‘내꺼!’를 계속 외치기 때문이다. 참고로 피자배달부는 캐릭터를 구매할 때 50% 할인 혜택이 있고, 패리스(아마도 힐튼)은 게임 상에서 돈을 쓸 때 할인 혜택이 있다.
모든 플레이는 이런 식이다. 실제 게임 플레이와 캐릭터들의 생활이 접목돼있다. 게임하다가 배고프다며 피자를 시키자고 한다거나, TRPG식 대사를 하는 캐릭터를 보고 ‘어떻게 그런 대사를 자연스럽게 하냐’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유저는 이를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게임에 참가하게 되는 식이다.


 

플레이는 핵 앤 슬래시

여러모로 관전하는 사람의 입장이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은 모두 유저의 손에 달렸다. 유저가 특정 맵을 선택하면 마스터가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 이 때 배경 화면이 바뀌면서 현재 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나가는 식이다. 장황한 배경설명 보다는 이미지 한두장으로 대체되고, 시나리오가 진행될 때 필요한 설명을 하는 식으로 게임은 진행된다.
게임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몬스터를 만나게 되는데, 이 때는 유저들이 캐릭터를 조작해 공격과 방어를 반복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공격과 방어를 하고, 부가 효과를 주는 스킬을 사용해 효과를 극대화하게 된다. 게임을 풀어나가다 보면 새로운 직업이나 캐릭터들이 수시로 들어오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캐릭터를 바꿔가면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아쉽게도 TRPG 장르 중 하나인 ‘추리물’이나 ‘스릴러물’과 같은 시나리오는 아니고, 오로지 공주를 구하는 식의 게임 플레이가 게임의 목적이다. 이미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모험을 따라 가면서 여러 퀘스트를 하고 마지막 퀘스트까지 게임을 진행하면 클리어할 수 있다.
이 때 유저가 한가지 행동을 하면 하루가 지나가는데, 필자는 총 700일이 지나서야 진짜 엔딩을 볼 수 있었고, 현재 840일차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시뮬레이션과 TRPG사이
깊게 들어가보면 ‘나이츠 오브 팬 앤 페이퍼’는 사실 정통 RPG의 게임성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게임이다. 사실상 게임은 캐릭터 선택, 맵 선택, 몬스터 사냥, 아이템 업그레이드, 퀘스트 해결, 엔딩의 순서대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게임은 TRPG라는 배경과 게임 플레이상에서 양념 역할을 하는 개그들로 인해 조금은 특별한 게임으로 대접 받는 분위기다.
마치 영화 제작자들이 처음 5분에 자신이 가진 역량을 모두 동원해 몰입감을 연출한다고 하면, 이 게임은 역시 처음 5분만에 독특한 느낌을 주고자 노력한 점이 핵심이다. 시작 5분동안 보여준 설정이 게임을 엔딩까지 끌고 갈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된 셈이다.
이 게임은 지금 보다 더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포멧에 좀 더 많인 이야깃거리를 담고, 스테이지를 더 늘려나가고, 캐릭터들의 오프라인 이야기들을 추가로 담기 시작하면 모바일게임 스테디셀러 중 하나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역시 지금 형태에서 별다른 변화는 필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시작 5분동안 등장할 캐릭터의 소개와, 스테이지 수를 조금 더 늘리는 것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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