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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존 카멕’을 주시하라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3.12.26 20:36
  • 수정 2013.12.2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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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 중국을 아우르는 아시아 시장은 전통적으로 롤플레잉 장르가 강세를 띄고 있지만, 북미 시장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1인칭 슈팅게임이 대세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부 개척 시대부터 총질을 즐겨했던 탓일까. 그들은 쏘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현대 미국인들에게 쏘는 맛을 들인 장본인이라 할 만한 게임은 뭘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3년 12월 10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둠(DOOM)’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
물론 최초의 FPS는 같은 회사가 만든 ‘울펜슈타인3D’다. 사실 둠 이전에도 FPS게임이 존재했지만, 둠의 등장 이후 이 장르는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았다고 평가받는다. 둠은 공식적으로 판매된 것만 1천만 카피지만, 실제로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 불법 카피로 어마어마하게 풀렸기 때문이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 같은 IT대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업무 집중을 위해 둠의 설치를 금지시킬 정도였다.
 둠을 만든 이드소프트웨어(id Software)는 프로그래머 ‘존 카멕’, 디자이너 ‘존  로메로’, ‘톰 홀’과 아티스트 ‘아드리안 카멕’ 4인에 의해 1991년 텍사스주 달라스에 설립됐다. 독특한 회사명은 정신분석으로 유명한 ‘프로이트’가 제창한 정신 구조의 하나인  이드(id)에서 유래한다.

4인의 설립 멤버는 애플Ⅱ용 플로피디스크에 신문기사와 데모 프로그램을 담아 판매하던  출판사인 ‘소프트디스크’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였다. 그들은 매달 한번씩 내야하는 디스켓을 채우기 위해, 밤낮없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했고 거의 매일 철야를 거듭했다. 당시의 과도한 업무와 살인적인 스케줄은 그들을 개발의 달인으로 만들었고, 팀웍 역시  단단하게 해줬다.
 1990년 어느날의 일이다. 존 카멕은 자신이 밤새워 짜낸 새로운 프로그래밍 기법을 증명하기위해 톰 홀과 ‘데인저러스 데이브 인 카피라이트 인프린지먼트’라는 게임을 만들어 냈다. 여기에 존 로메로가 디자인한 독특한 그래픽 소스를 활용했다. 두 사람은 생일을  맞은 로메로의 컴퓨터에 이 게임을 몰래 설치해뒀다고 한다. 게임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슈퍼마리오 브라더스3’를 모방한 매우 간단한 방식이었지만, 그것을 플레이해본 로메로는 존 카멕의 놀라운 프로그램 능력에 감동을 받고, 독립을 제안한다.
존카멕은 이미 소프트디스크 시절부터 유사한 3D 공간을 표현한 ‘호버탱크3D’,  ‘카타콤3D’ 등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는 이드소프트웨어로 독립한 후, 당시 오리진시스템이 출시를 앞두고 있던 ‘울티마 언더월드’의 기술 데모를 우연히 보게 된다. 개발력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루킹글래스테크놀로지’는 신기술을 이용해 2D그래픽으로 3D 공간을 묘사하고 있었다. 존 카멕은 “나라면 저 게임보다 더 빠른 렌더링이 가능하다”며  만들기 시작한 게임이 ‘울펜슈타인3D’였다. 

 지금 보면 조잡하기 그지없는 이 게임은 당시 폭력과 사탄 등 반사회적 테마 때문에  미국 사회에서는 ‘대량살상 시뮬레이터’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지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3D그래픽으로 게임 세상을 더욱 넓혀준 의미있는 타이틀이 됐고 결국 FPS의 황제 ‘둠’  탄생의 산파역을 톡톡이 해냈다. 둠이 더욱 흥미로웠던 점은 4명이서 랜(LAN)을 통해 멀티플레이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킬(Kill)수를 경쟁하는 데스매치의 재미가 게이머들을 완벽하게 매혹시킨 점은 둠의 큰 업적이라 할 만하다.
게임엔진이라는 말이 처음 쓰이게 된 것도 둠의 렌더링 프로그램 ‘이드 테크1’부터였다고 하니, FPS장르는 게임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임에 틀림없다.   
 FPS게임으로 오랫동안 전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전설의 개발자 존 카멕은 지난 11월  23일, 자신이 탄생시키고 일궈온 이드소프트웨어를 떠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그는 다음 행선지를 가상현실 세계로 잡았다. 오큘러스 리프트호의 기관장으로서 말이다. 혹자는 “존 카멕의 행보는 게임시장의 진보와 함께 했다”고 말한다. 그로 인해 게임이 지배하는 영토가 한층 더 넓어지기 때문이다. 시장 변화를 미리 감지한 발빠른 움직임만이 게임코리아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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