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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완전공략법] ①고객을 야누스 얼굴로 만드는 온라인 게임

  • 지봉철
  • 입력 2002.10.0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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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를 오랫동안 플레이하다 보니, 아니 온라인게임을 오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는 사람들도 많이 생기게 된다.
남녀노소에 관계없는 게임이다 보니 턱없이 어린 초등학생부터 나이 지긋하신 중년의 형님,누님들도 알게되는 건 역시나 온라인 게임만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온라인 게임, 특히 리니지는 참 재미난 현상을 보여준다. 막 시작하는 플레이어들이 성장하는 과정이나 게임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은 참으로 묘하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하다.
현실에서 보면 집과 학교를 착실하게 오가는 착한 학생들이고, 토끼같은 자식들과 이쁜 사슴같은 부인을 둔 사업장 번듯한 사장님들이다. 대체로 이런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착하고 점잖고 예의바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등학생, 대학생 플레이어들이 “형! 형”을 외치면서 함께 게임속에서 친해져 현실에서 만나보면 아주 긍정적인 사고관과 여러 가지면에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점차 사회가 발전해 가면서 어린 나이일 수도 있는 이들이 더 똑똑하고 더 미래지향적인 삶을 살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이 온라인게임을, 리니지란 게임을 하면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돼버리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모습이 아닐 수가 없다.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먼저 상세하게 게임속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리니지에 처음 들어가는 유저들중에는 온라인 게임과 PC방에 대해 무척 생소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게임속에 들어가서 자신의 아바타를 움직인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현실과 게임을 거의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부분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단순히 게임이니 게임으로 즐겨야지 한다면 그 사람들은 단순 롤플레잉게임속에서 놀아본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온라인게임을 처음하면서 내 앞에 캐릭터가 있는데 이 사람도 어느곳에 있는 PC방인지는 몰라도 똑같이 앉아서 함께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이 들면 모두 현실과 동일시 하게된다.
이런 부분은 극히 당연하게 다가온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우리는 인사를 먼저하고, 무엇인가 부탁 할 일이 있거나 물어볼게 있으면 정중하게 예의를 다해서 물어보는 것이 당연한 현실의 풍습이니까, 게임속에서도 당연히 그러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왜? 내가 말을 걸고 있는 저 앞의 캐릭터도 또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아니까…
누구든간에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의례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예의 바른 행동을 하는 초심자들에게 리니지란 세상은 가혹하다.
사기와 PK, 그리고 욕설, 현금거래 유혹, 아이템 때문에 일어나는 성매매, 이지메 등의 칼날에 이러한 초심자가 견뎌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선택은 이 게임을 접든지, 아니면 그러한 칼날을 피해가면서 스스로가 강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처음 게임에 들어가서 플레이를 하면 먼저 화부터 낸다.
이유없이 죽이는 사람이 있지를 않나, 쫀쫀하게 몇백 아데나짜리 아이템을 갖고도 사기를 치려하지 않나. 말을 무시하는건 예사고 욕설은 또 왜 이렇게 심하게 하는지… 사람들은 혀를 찬다.
그러면서도 게임을 하는 것은 자신의 아바타에 대한 애정이 강하기 때문이다.
어느 초보자가 처음부터 “이 게임은 돈 벌어주는 게임이네”, “이 게임은 렙 올리기가 쉽고 장비 좋으면 지존이 될 수 있네”라고 생각하면서 게임을 할까? 경우는 다르겠지만 결국엔 자기 자신의 아바타에 대한 애정과 게임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대 형성의 매력 때문에 게임을 계속하는 것이다.
그런 애정 때문에 계속 게임을 하던 플레이어들은 결국엔 플레이방식에 변화를 주어야만 이 게임속에서 살아남기 때문에 스스로 변해간다. 일부에서는 이걸 중독이라고도 표현하는 듯하다.
1백마리의 원숭이 무리에 한명의 인간을 집어넣으면 그곳에서의 이상한 동물은 누구일까? 원숭이가 이상한 동물일까? 인간이 이상한 동물일까?
게임안에서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먹자(남이 잡은 몬스터에게서 나온 아이템을 집어먹는 행위)도 사는 방식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자기 혼자 남의 것을 훔치면 나쁜짓이라고 역설하면 어떻게 나올 것인지는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이런 식의 게임분위기가 계속되다보니 초심자이건, 부처든, 예수든 간에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물들게 되고 어느새 자기 자신도 그러한 게임방식에 세뇌돼 그것을 당연한 듯이 생각한다.
그렇게 현실의 자기모습과는 다르게 게임속에서의 아바타는 야누스의 모습을 하게 되는 것이다. 초심의 그 순수한 모습을 간직한 플레이어는 정말이지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어찌 이 사람들을 탓할 수가 있을까?
그래서 리니지의 단점중에 제일 먼저 손을 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플레이어들의 사는 방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플레이어들의 이러한 자기 중심적, 이기주의, 자기 합리화로 인해 초보자들도 쉽게 변해가고, 그속에서 부조리가 일어나고, 그리고 병폐가 생겨난다.||리니지 게임의 원작자인 만화가 신일숙씨도 인터뷰에서 그러하지 않았던가? “게임보다는 플레이어들에게 더 문제가 있다”라고…
이러한 게임속의 사회적인 악영향은 점차 플레이어들 스스로가 플레이어들을 오염시켜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 플레이어들이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이라는 점에서 다른 게임들도 함께 물들어가는 점은 정말이지 무시할 수 없는 해악적 게임문화인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단점을 말하자면 이러한 리니지 게임안의 사회적인 환경을 게임 제작사가 방관했다는 점, 그리고 오히려 조성한 부분이 역력하다는 점이다.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4년차에 들어선 리니지가 이제야 욕필터(욕설을 하면 다른 문장으로 바꿔주는 것)를 강화하고, 게임내 성희롱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PK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현금거래에 대한 제재를 가해 계정을 압류하는 등의 정화운동을 하는 것은 결국엔 벌만큼 벌고 난 다음의 눈가리고 아웅식 처사밖에 안되는 것이다. 늦어버린 것이다. 이미 리니지를 통해 온라인게임을 알아버린 너무 많은 유저들과 그리고 리니지에서 배운 게임방식을 토대로 다른 신작게임들을 하는 유저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작금 리니지의 계몽운동은 결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다.
그나마 유저들 스스로가 위안을 가지는 것은 “이제서라도 그런 계몽운동을 하니 다행이네”라고 생각하는 정도일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그 게임의 단점을 꼬집어 보라면 아마도 게임 시스템과 그리고 서비스 등을 먼저 꼽을 것이다. 렉이 심하네, 서비스가 엉망이네, 운영자가 말을 씹네, 내가 내 아이템 파는데 왜 계정압류를 하나 등등…
하지만 약 5년전부터 활성화된 PC방 문화와 그리고 온라인게임 문화를 생각해보았을 때 우선은 게임 자체에 관한 것보다는 문화적인 현상을 먼저 꼬집어야 할 것이다.
1등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들과 한국인 플레이어들의 성격이 리니지와 맞물려 어떤 게임 문화를 만들어냈는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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