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지름길
[데스크 칼럼] 지름길
  • 편집국장 김동욱
  • 승인 2014.01.24 1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에 드는 게임을 구입하기 위해 판매점 앞에서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렸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때 누구나 한번쯤은 ‘좀 더 편하게 게임을 살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런 고민들은 게이머들뿐 아니라 관련 기업들도 언제나 좀 더 편리한 유통 시스템에 고심했던 게 사실이다. 온라인으로 무엇이든 가능한 세상이 오자 그들은 더욱 안달이 났다. 한편으로는 온라인을 악용한 불법 복제 버전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결국 PC게임 패키지 시장은 붕괴되고 말았다. 불법복제 버전과의 사투를 벌인 탓에 힘을 소진해버린 기업들은 보다 안전한 온라인 다운로드 비즈니스에 눈을 돌렸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게 새로운 게임 유통 시장을 형성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2003년, 카운터스트라이크로 유명세를 떨치던 ‘밸브’가 모두가 꿈꿔오던 디지털 게임 유통 시스템 ‘스팀(Steam)’을 시장에 내놨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 스팀도 초기에는 생소한 방식과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이라는 이유로 외면받기 일쑤였다. 꾸준한 기술 개발과 안정적인 운영 노하우를 쌓은 스팀은 시장에서 차츰 그 위상을 넓혀나가 이제는 디지털 게임 유통의 대명사가 됐다. 

얼마전 밸브는 ‘스팀’의 계정이 7,500만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작년 10월 시점에 6,500만개였던 계정이 연말 홀리데이 세일에서 대히트를 치며, 불과 3달만에 약 15% 늘어난 7,500만개까지 성장했다는 것이다. 지역별 매출은 북미에서 41%, 유럽에서 40%로 영어권 국가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권은 3%에 불과하지만, 신흥 지역으로 러시아와 브라질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28%와 75%나 늘어나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EA의 ‘오리진’이나 ‘데수라’ 등이 정열적으로 디지털 게임 유통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스팀이 선점한 시장을 뒤집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지난주 미국 시애틀에서는 밸브가 처음으로 주최한 게임개발자 이벤트 ‘스팀 데브 데이즈(Steam Dev Days)’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그간 소문으로만 들려오던 ‘에일리언웨어 스팀머신’이 올 하반기에는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스팀머신은 성능이나 가격면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4나 엑스박스 원 등 차세대 게임기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스팀OS는 음악과 영화, TV프로그램 등을 스트리밍으로 모두 즐길 수 있는, 거실의 통합 환경 시스템으로 구축될 예정이라고 한다. 밸브는 과거부터 스팀OS를 게임 하드웨어나 컴퓨터가 아닌 ‘거실에 두고 사용하는 파워풀한 하드웨어’라 규정하고 있던 터라, 홈엔터테인먼트 기기 시장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2012년 8월부터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온 ‘스팀 그린라이트’는 아쉽게도 서비스 종료가 발표됐다. 약 1년반동안 422종 게임 중 그린라이트의 심사를 통과한 177종만이 스팀을 통해 판매됐다. 이로 인해 게임 개발자들에게 그린라이트는 악명 높았던 게 사실이다. 이번 서비스 종료로 앞으로 인디게임들은 보다 쉽게 스팀에서 만나게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밸브의 스팀은 그 세력을 점차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기능적인 확장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스팀을 이용할 수 있도록 12종의 통화(通貨)를 추가할 예정이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한국 원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스팀 이용자들도 적은 데다가 이곳을 통해 게임을 판매하는 개발사도 적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어쩌면 글로벌화를 가속하고 있는 스팀에 너무 무관심했는 지도 모른다. 전세계의 유저들과 만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지름길을 두고 뿌연 안개 속에 휩싸인 대륙행만을 고집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인 듯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