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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게임의 추억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4.02.0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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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오십대 사이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단연 밴드(BAND)라 할 만하다. 쉴 틈 없이 앞만 보고 달리던 이삼십대를 보내고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나온 사오십대에게는 그다지 큰 흥밋거리도, 관심사도 적은 게 현실이다. 삶이 점점 무미건조해지는 시기가 이 때다. 그런 시기에 동창끼리만 만날 수 있는 추억의 사이버 광장이 생겼으니 누구든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30대 초반에 붐을 이뤘던 아이러브스쿨과는 접근성 면에서도 크게 차별된다.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친구들의 소식을 접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티 없이 맑고 밝았던 어린시절의 추억을 회상하기 마련이다. 그때는 왜 그리 친구가 좋았을까.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밴드라는 새로운 형태의 소셜 서비스는 수십년의 세월을 넘어 친구들을 한데 뭉치게 만들어줬다. 

필자도 얼마전 밴드를 통해 하나둘 모인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나간 적이 있다. 30년이 넘은 세월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직접 보니 오래 전 추억들이 새록새록 움텄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추억의 수다는 밤새도록 이어졌다. 머리 희끗한 중년의 아저씨들로 모습은 변했지만, 그 시절 지하 상가 한켠에 어두컴컴했던 오락실의 추억은 어김없이 우리 대화의 주요 소재가 됐다.
 지금 생각하면 조악하기 그지 없는 그래픽의 갤러그, 제비우스, 테트리스, 스트리트 파이터 등 우리들을 매일 오락실로 유혹하던 게임의 무용담이 앞다퉈 터져나왔다. 필자처럼 게임을 업(業)으로 삼아서 살고 있는 친구는 없었지만, 그들은 놀랍게도 여전히 게임을 하고 있었다. 
 물론 과거와는 달리, 성장한 산업이 됐기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지만, 거기엔 카카오톡 게임하기의 힘이 꽤 컸던 것 같다. 수십년간 하지 않았던 게임의 재미를 다시 일깨워준 계기가 카카오톡이었다고들 말했다.
 손가락이 아프도록 눌러댔던 갤러그나 제비우스의 경험은 그들을 화면을 쓱쓱 미는 ‘드래곤플라이트’같은 슈팅 게임으로 이끌었다. 또 같은색 풍선을 쏴서 지워나가던 ‘퍼즐버블’의 추억은 ‘애니팡’으로 이어진 셈이다. 

최근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네이버가 ‘라인’으로 정착시킨 모바일게임 플랫폼의 모델을 ‘밴드’로 확장시킬 것이라고 한다. 한편에서는 개방형 SNS인 카카오톡과는 다르게 폐쇄형 SNS를  표방하는 밴드에 모바일게임을 론칭한다고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부정적 시각도 강한 것 같다.
 그러나 적어도 밴드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중년층들이 추억을 공유할 만한 캐주얼한 장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인다. 거기에 과거를 추억하는 친구들간의 미묘한 경쟁의식은 단순한 댓글 커뮤니케이션보다는 밴드 게임 내에서 표출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날 모임에는 몇명의 친구가 작은 선물들을 가져나왔다. 그리고는 친구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면서 너무도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상업적인 시각일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친구사이에서는 밴드 게임 내에서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이 그리 아까울 것 같지 않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사이버 공간에 모인 중년들에게, ‘게임’은 서로간의 추억들을 더욱 끈끈하게 이어주는 매개체가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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