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디게임 특집] 앵그리버드 화나게 한 베트남 청년의 그 게임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4.02.14 09:16
  • 수정 2014.02.14 09:28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단순 터치만으로 진행하는 횡스크롤 액션
- 광고수입만으로 월 15억원 수익 올려

최근 글로벌 앱스토어 순위를 살펴보면 한가지 게임이 눈에 띈다. ‘플래피 버드(flappy bird)’라고 불리는 이 게임은 전세계 앱스토어에서 1위 자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13년 5월 론칭했다가 실패를 본 뒤 9월에 다시 한번 론칭된 이 게임은 1천만 다운로드를 훌쩍 넘었고 현재까지도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어이 없게도 이 게임은 베트남의 1인 개발자 응우엔동이 단 3일만에 개발했다. 론칭 이후 이 게임은 한동안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지난 1월 중국 앱스토어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한데 이어 싱가폴과 배트남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북미권역과 유럽권역까지 휩쓸면서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다. 그 결과 최근 한 매체가 이 게임의 가치를 5천 5백억원이라고 평가한데 이어 ‘앵그리 버드’에 이은 글로벌 히트작이라는 평가까지도 덧붙일 정도로 게임은 놀라운 성적을 기록한다. 국내 앱스토어에서는 50위권 정도 수준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과연 이 게임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금부터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은 결코 꿈이 아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우선 게임을 소개하기 전에 주변 물건부터 치우자. 이 글을 읽는 개발자라면, 심지어 개발자 지망생이나 어제 막 ‘hello world’를 입력해본 사람이라 할지라도 관계 없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마음을 비웠다면 이제 기사를 읽을 준비가 된 것이다. 당부하건데 절대 다음 이야기를 보고 나서 할 행동들은 서너번 생각해보고 하시기를 추천 드린다.

원 버튼 액션 플래피 버드
‘플래피 버드’는 새가 무사히 그리고 가능한한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게임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새가 화면 아래로 추락하는데, 한 번 터치해주면 가볍게 위로 떠오른다. 여러번 터치할 수록 높게 날며, 터치를 안하면 바닥으로 추락해 게임이 끝난다. 이렇게 새를 위로 띄우고 있으면 어느새 장애물이 나타나는데, 이 장애물들을 피하면서 게임을 플레이 하게 된다. 장애물 하나를 피하면 1점이 올라가고 최종적으로 피한 장애물 횟수를 기록하게 된다.
스크린샷을 보면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마치 ‘슈퍼마리오’에서 본듯한 새가 등장하며, 역시 유사한 굴뚝이 그려져 있다. 이제 지나다니는 굴뚝을 피해 안전한 길로 다니면 된다.
그렇다. 왠지 초등학교때 경험했던 그 게임 같다면, 아마도 맞다. 예전에 게임 개발하기 걸음마를 떼면서 한번 쯤 타이핑해봤을 만한 그게임이 아닌가라고 고민할 필요 없다. 그게 맞다. 굳이 과거에 개발한 소스들을 뒤져볼 필요 없다. 다만 그게 1천만 다운로드가 됐고 한달에 15억원씩 버는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 다르다.

 

흥행의 비결은 트위터와 유머사이트
일단 진정하자. 이런 상황이 올 줄은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개발자 조차 몰랐을 것임을 자신한다. 소송 이야기를 하자면 어림 잡아 전세계 수십만명이 이 게임에 소송을 걸어야 할 것이다. 그저 ‘운 좋은 타이틀’일 뿐이다. 개발자조차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그저 운 좋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밝히기도 했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한 트위터 글에서 부터 시작된다. ‘악마의 새(Devil Bird)’라며 평점 1점을 준 한 트위터리안이 이 게시글을 올린 다음, 다른 유저들에게 폭발적으로 트위팅되면서 게임이 알려지기 시작한다. 특히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일종의 유머코드처럼 이 새를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게임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우연한 기회에 얻은 흥행
이 게임은 요즘 네티즌 말을 빌어 ‘병맛(어처구니 없는)’코드 덕분에 흥행했다. 세상에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게임이 있을 수 없다는 게 오히려 각광을 받아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조악한 게임성 때문에 제대로 게임을 플레이하기 힘들다. 현실과는 전혀 다른 물리 엔진에, 버튼을 누를때 새가 떠오르는 속도와, 버튼을 내릴 때 새가 떨어지는 속도 차이 갭이 커서 진행하기조차 어렵다. 한참 붙들고 있어 봐야 10점을 넘기기가 어렵다. 때문에 이 ‘악마의 새’에 분노한 유저들이 분노글을 올리고, ‘도대체 어떻길래’라며 플레이한 사람들이 분노글을 함께 올리면서 유명한 게임에 됐다.

 

혹평도 인기의 척도일까
실은 이 게임은 그 무엇도 기대하지 않고 개발된 게임이다. 단지 연습삼아 올린 게임이 아닐까 싶다. 마케팅 상으로 노린 게임으로 보기도 어렵다. 개발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하지 않으며, 대표 계정 조차 그의 소유가 아니라고 밝힐 정도니, 그저 이 개발자는 얻어 걸린 셈이다.
이제 한 숨 돌렸다면 냉정을 되찾자. 이 게임은 그저 어처구니 없는 게임이기 때문에 조롱의 대상이 된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맞으니 어쩌면 부러움의 대상일 수도 있다. 같은 모델을 따서 전 세계에서 욕을 먹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도 괜찮을지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 개발자가 훌륭한 개발자로 명망을 얻을 가능성은 앞으로도 희박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