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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라인게임 수출 전선 빨간불

  • 지봉철
  • 입력 2004.10.2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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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게임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내 게임에 대한 해킹과 불법서버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재주는 한국 게임개발사가 넘고 돈은 해커들이 챙기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따라서 정부차원에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현지 게임관계자들이 전하는 중국 게임시장의 문제는 크게 2가지다. 해킹과 불법서버다. 중국 유저의 해킹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는 국내 게임에 대한 해킹은 이미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 현지관계자들의 말이다.

2002년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던 프리스톤테일은 최근 중국에서 서비스를 중단했다. 2002년 8월경 중국에서 오픈베타를 시작해서 오픈 한달만에 약 10만명의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했던 이 게임이 서비스를 중단하게 된 이유는 역시 해킹이다. 중국과의 계약기간이 상당기간 남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중단하게 된 것이다. 중국 해커들의 무차별적인 해킹을 한국 개발자들이 막아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기대를 모았던 게임이라 관계자들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프리스톤테일의 중국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왕이(netease)의 한 관계자는 “게임성은 좋은나 한국 개발자들이 중국 해커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에 실패했다”며 “계약기간이 남아 있었으나 서비스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비단 프리스톤테일의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국내 및 중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B게임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사용자가 하나의 PC에서 20개정도의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동시에 게임을 할 수 있고 자동으로 사냥 및 레벨업을 할 수 있는 해킹툴이 버젓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10위안에서 20위안 사이. 우리나라 원화로 계산하면 약 1,400원에서 1,500원대다. 중국의 한달 온라인게임 이용료는 약 50위안이다. 문제는 국내의 아이템거래 사이트처럼 해킹툴이 버젓이 게이머들 사이에 거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해킹이 심해지면 국내 개발사는 유, 무형의 엄청난 손실을 받게 된다. 중국 파트너사의 요청에 따라 해킹방어에 몰두하다보면 국내외 게임개발이 아무래도 늦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중국 게이머들의 50%가 하나의 PC에서 20개정도의 아이디로 게임을 할 수 있는 해킹툴을 쓴다면 10만명의 동접은 실제로 일만명도 채 안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결국 상용화에 성공하기 어렵게 되고 기술지원에 상당한 시간과 인력을 소비하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해킹툴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저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는 것이 아닌 상업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미 많은 해커들이 해킹툴을 통해서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에서 이미 보편화된 3D게임은 해커들의 공격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2D게임에 비해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에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 해킹에 쉽게 노출되어있다. 몇몇 해킹 방지툴이 개발돼 있으나 대부분 해킹이후 막아 내는 방식이므로 새로운 해킹방식의 출현에 무방비인 상태인 것이다.

해킹 못지 않게 중국시장에서 심각한 것이 불법서버다. 불법서버는 게임회사 몰래 서버프로그램을 획득, 서비스회사 보다 싼값에 게임을 제공하고 게이머가 원하는 아이템을 만들어서파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것도 처음엔 재미로 하던 것이 이제는 PC방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한국개발사는 물론 중국현지 서비스회사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던 C게임의 경우, 불법서버의 출현으로 중국현지 매출이 30%이상 감소하기도 했다”고 말해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워줬다. 특히 서버프로그램의 유출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서버프로그램의 유출은 크게 2가지 경우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중국 현지 회사의 직원에 의한 유출과 다른 하나는 국내에서의 유출 가능성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불법서버가 그리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 않다는 것과 중국 해커들의 실력이나 현지 직원들의 분위기로 볼 때 중국 현지의 유출 가능성이 더욱 큰 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액토즈소프트와 샨다의 분쟁중에 샨다는 한국에서 업데이트 등을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로열티 지급을 미뤘으나 당시 중국 현지의 ‘미르의 전설2’ 버전은 한국 버전과 비슷하게 서비스 되고 있었다. 업데이트가 누군가에 의해 진행됐던 것이다.

현재 중국내 불법서버로 인한 피해는 정확히 집계하기는 어려우나 현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전체불법서버동접이 30만명에서 50만명에 이를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이를 로열티로 환산한다면 월 15억에서 20억 수준으로 년간 200억정도의 국부유출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국내 게임 개발사들은 국내 시장의 포화와 마케팅비용의 증가 등을 이유로 개발초기부터 중국시장을 겨냥해서 게임을 만드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아울러 중국에 게임을 서비스하면 많은 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에 전혀 게임에 연관성이 없는 중국 업체들에게 게임을 넘기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수출하기에 급급해 결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신중한 준비와 철저한 현지조사가 반드시 필수적이다. 특히 지적재산권의 보호는 인력이나 재원이 부족한 국내 게임회사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관계기관의 상담 수준의 소극적인 지원을 넘어 소송비용의 지원까지 정부측에서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나설 경우 통상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있어 적극적인 민관 공조체제 확립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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