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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추모 게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4.02.26 20:38
  • 수정 2014.02.2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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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0일은 일본의 천재적인 게임 크리에이터인 ‘이이노 켄지’가 세상을 떠난 지 1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게임과 함께 43년의 짧은 인생을 폭풍처럼 살다간 그를 추억하는 사람은 아직도 많다. 개성 넘치는 그의 스타일에 매료된 일본 게임업계의 동료들은 이이노의 사망 1주기를 맞아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가 유작으로 남긴 마지막 게임기획서를 기반으로 이를 현실에서 게임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그 프로젝트의 이름은 ‘카케즌(KAKEXUN)’이다.
카케즌은 이이노의 우주관과 철학을 토대로 구상된 한마디로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게임이다. 과거 세가새턴으로 발매된 ‘리얼사운드 - 바람의 리글렛’은 화면은 전혀 나오지 않고 소리로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이었다. 그의 유작 게임 ‘카케즌’도 리얼사운드 만큼이나 독특한 ‘이이노 스타일’이 될 전망이다. 
사실 상,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이런 방식의 프로젝트가 시작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생소할 수 밖에 없다. 굳이 음악계에서 예로 든다면, 김광석이나 김현식, 유재하같은 요절한 천재 아티스트들의 몇주기가 되는 해에 후배 가수들이 모여 추모앨범을 내는 것과 그나마 비슷하지 싶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을 훑어보면,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을 이용하여 하는 셈, 즉 ‘사칙연산’을 반복해 그 점수를 다른 플레이어들과 서로 경쟁하는 ‘두뇌 스포츠’라는 정도다.
이이노가 생전에 남긴 자료에는 “사칙연산으로 전세계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시합을 하면, 모두가 거기에 몰두해서 그 자체가 ‘게임’이 될 것”이라고 언급돼 있다고 한다. 그는 사칙연산을 활용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꽤 오래 전부터 구상해온 것 같다.
‘카케즌’프로젝트의 개발 총책임자는 ‘아쿠아노트의 휴일’과 ‘거인의 도신’ 등으로 수많은 팬들을 가진 게임크리에이터 ‘이이다 카즈토시’다. 그는 생전의 이이노에게 실력을 인정받은 몇 안되는 게임 개발자 중 한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번 개발을 맡게 된 것이 누구보다 뜻 깊을 듯하다. 이이다는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 지금 사칙연산이라는 행위는 거의 컴퓨터에 맡겨져 있다. 이것을 다시 한번 인간의 몸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얻게 될 것”이라고 이이노의 생전 메시지를 해석했다. “숫자와 숫자, 인생과 인생을 곱해서, 우주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하는 놀이”로 카케즌을 만들려는 구상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프로젝트의 개발자금을 모으는 방식도 꽤 의미 깊다. 물론 최근에는 일반화돼 있는 클라우드 펀딩을 이용하고 있지만, 이이노 켄지의 게임을 플레이하며 성장한 팬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모아진 자금으로 그의 유작을 개발한다는 시도는 그야말로 애정이 넘친다.
현재 모션갤러리라는 펀딩 사이트에서 카케즌 프로젝트를 위한 사전 등록 신청이 시작됐다. 목표 조달 금액은 1,500만엔(약 1억 5천만원)으로 해외의 펀딩 게임들에 비하면 그리 큰 규모도 아니다.
생전에 명작들을 남긴 게임 개발자의 유작 프로젝트를 게이머들이 한푼두푼 낸 돈으로, 그의 후배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 정부의 규제 속에 신음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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