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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특집] 곡괭이 든 그 놈들의 ‘액션 활극’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4.03.07 11:36
  • 수정 2014.03.0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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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첫 공개 이후 시리즈 3편 제작 중 
- 대폭 강화된 콘텐츠 준비중 여름 경 공개

 

지금도 그렇지만 2009년쯤 수업을 준비하던 학교 컴퓨터실은 일종의 놀이터였다. 학교 시스템 특성 상 왠만한 게임은 다 막힌 가운데 유일하게 플래시 게임만 정상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 시절 컴퓨터 수업이 있는 날이면 학생들은 플래시 게임을 찾아 헤매곤 했는데, 그들 사이에서 마치 메시아와도 같았던,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게임이 하나 있다. ‘갓 오브 곡괭이’ 일명 ‘갓오곡’이 그 주인공이다. 게임이 등장한 이후 온갖 커뮤니티들에는 ‘갓오곡’의 팬들로 넘쳐났다. 공략법을 공유하는 사이트나 팬카페 마저 생길 정도로 게임은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여세를 몰아 공개된 후속작도 만만찮은 인기를 끈 가운데 돌연 개발팀이 잠적을 해버리는 사태가 일어난다. 인터넷 상에서는 개발팀이 프로 개발자가 됐다, ‘개발자가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있다더라’ 와 같은 뜬 소문이 오가는 가운데, 최근 팀 곡괭이가 다시 활동을 재개하면서 눈길을 끈다. 과연 그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들은 다음 작품을 내는 것일까. 팀 곡괭이의 줏어(최민철 씨)와 노인(노인철 씨)에게 근황을 물어 봤다.

곡괭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총 2편이 출시됐다. 원작 ‘갓 오브 곡괭이’는 곡괭이를 든 전사가 길을 가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후속작 ‘킹 오브 곡괭이’는 마을 등 RPG개념을 좀 더 추가해 다양한 이벤트가 있는 형태로 개발됐다.
두 작품을 개발한 팀 곡괭이는  ‘줏어’와 ‘노인’ 단 두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작품의 플레이타임이나 스타일 등 규모를 감안하면 적은 인원으로도 엄청난 개발력을 선보인 셈이다.

 

그냥 ‘곡괭이’요
이 두사람을 만나면 꼭 해보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왜 하필 곡괭이일까. ‘하프라이프’에서 고든이 빠루를 들고 싸웠듯이 이 두사람은 꼭 ‘곡괭이’를 무기로 내놓는다. 팀 이름마저 곡괭이다. 뭔가 곡괭이에 얽힌 사연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원래 곡괭이로 지을려던건 아니었고 일단 게임을 개발하고 싶어서 무작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름 뭐할까 하다가 곡괭이가 된거에요”라고 그는 회상한다.
이들의 백스토리는 이렇다. 한창 게임을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액션과 그래픽 작업을 하고 나자 주인공이 곡괭이 비슷한 물체를 들고 있었다. 당시 캐릭터 작업을 하던 노인이 빠져있던 게임 ‘기노모 소드’에서 주인공의 첫 무기가 곡괭이 였던 탓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날 이후 프로젝트는 곡괭이가 됐다. 엄밀히 말하면 ‘(기모노 소드에 등장했던)곡괭이의 왕’이 원제인 셈이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 이들은 두서가 없다. 그저 취미삼아서 게임을 개발하기 때문에 별다른 틀을 정해놓지 않는다. 그저 게임을 하다가 마음에 들면 개발하는 것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버린다. 한창 인기가 있던 시리즈를 도중에 접고 같은 맥락일까. 그들의 답은 전혀 의외다.
“군대 갔다 왔어요. 둘다 벌써 1년 전에 전역했습니다.”
19살 소년이 이미 군대를 갔다 온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해버렸다. 그 만큼 세월은 무섭다.
“군대에서 제가 개발한 게임을 알아 보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속으로는 무척 뿌듯했지요”
전역을 했지만 그들은 당장 게임에 복귀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으로서, 또는 게임 개발자 지망생으로서 해야 할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대 다녀온 남학생들이 늘 그렇듯 이들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 특히 장래 진로에 대해 고민한다.
“당장 게임을 개발한다고 해서 수익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희도 좋아서 게임을 개발할 뿐 이걸(곡괭이)로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라고 그들은 말한다.

 

시리즈3 ‘레전드 오브 곡괭이’ 제작 돌입
여전히 그들에게 가장 재미있는 일은 게임을 개발하는 것인가 보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들은 ‘곡괭이’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레전드 오브 곡괭이’를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작들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게임성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각오를 단단히 다지기도 했다. 시리즈 역사상 최다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줏어는 “이번에는 좀 더 시나리오가 강화된 게임을 선보일 계획이에요. NPC들을 활용해 좀 더 다양한 이벤트들을 삽입하고, 유저의 결정이 엔딩에도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게임은 전체 공정의 60%까지 개발돼 있다. 아직 프로젝트 완료 목표 일자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 여름경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작품을 개발하면서 그들에게는 한가지 고민이 생겼다.
“사실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야기할수록 유저들의 기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가능한한 인터뷰를 안하려고 해요. 지금까지야 운 좋게 유저들이 좋아해 주지만 잘 될 수록 유저들은 그 다음에 더 큰걸 기대하니까요. 매 번 유저들이 실망할까봐 걱정이에요”

자유롭게 게임 만들면서 살고파
인터뷰 내내 그들은 자유로웠다. 원하는 질문에는 신나게 답을 하다가도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에는 ‘글쎄요’와 같은 말로 응수한다. 뭔가 감추고 있다기 보다는 ‘딱히 생각하지 않았다’는 쪽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까지 그런 삶을 살았듯 앞으로도 그들은 자유롭고 싶다고 한다.
“재미있는 게임이요. 원하는 게임 만들면서 살고 싶어요”
20대 중반, 아직 갈길은 멀지만 이미 5년차 게임 개발자가 돼버린 그들에게 미래는 어떤 느낌일까. 이들은 아마 이렇게 답할 것 같다
“닥치는 대로 만들고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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