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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다이돌핀 샘솟는 게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4.03.0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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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입을 크게 벌리고 화통하게 웃을 때나 기분이 너무 좋을 때 사람의 몸 속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이 바로 ‘엔돌핀’이다. 웃으면 젊어진다는 옛선인들의 말도 엔돌핀에서 기인된 것일 지도 모른다.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발견은 또 다른 것의 탐구를 부르기 마련이다. 의학계는 오랫동안 엔돌핀보다 더 강력한 무엇을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2003년 드디어 궁극의 호르몬 ‘다이돌핀’을 발견해냈다.
엔돌핀이 암을 치료하고 통증을 해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다이돌핀의 효과는 엔돌핀의 4,000배라는 사실이 발표되자 세상 사람들은 다시 호르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다이돌핀은 어떤 경우에 우리 몸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엇인가에 ‘감동 받았을 때’ 다이돌핀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에 압도됐을 때,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진리를 깨달았을 때, 엄청난 사랑에 빠졌을 때 등 무엇인가 감동을 받았을 때, 신비의 호르몬 ‘다이돌핀’이 분비된다고 한다. 이 호르몬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강하고 긍정적인 작용을 일으켜 암이나 여타 다른 병의 인자를 공격해 기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을 살면서 감동을 받을 만한 일은 그리 흔치 않은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들리는 뉴스라고는 기분을 우울하게 만드는 소식들뿐, 감동을 받을 만한 미담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얼마전 폐막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은 오랫만에 우리를 감동시킨 소식인지도 모르겠다.
모바일 메신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일반화되기 시작하면서, 이용자들은 서로 억지스러운 감동이라도 주고 받기 위해 부지런히 좋은 글이나 위인의 명언을 올리고 퍼나르곤 한다. 그러나 이 정도로 다이돌핀이 생성될 지는 의문이다.
과거 조악한 도트 그래픽이었지만 ‘파이널판타지5’ 같은 게임의 엔딩 장면을 보면서 감동의 눈물을 닦았던 기억을 갖고 있는 독자들도 꽤 있을 법하다. 뭐든 빨리빨리 만들어내 출시하고 단기간에 수익을 올려야 하는 요즘의 게임에서 감동이란 전혀 느낄 수 없다. 사실 상, 우리 업계는 그런 감동의 요소를 넣어 세심한 게임을 만들어낼 마음의 여유조차 없어 보인다. 

몇년 후쯤, 9시 TV 뉴스에서 이런 보도가 나온다면 어떨까.
A게임사가 개발한 B게임이 요즘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역할 수행 장르인 B게임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아름다운 영상으로 플레이하는 사람들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감동의 눈물 흘리게 만듭니다. 이 게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다름 아닌, 불치의 병을 치유하는 힘이 가졌다는 점입니다. 2년째 폐암으로 투병중인 회사원 K씨는 B게임을 접하고나서 점점 상태가 호전돼, 최근 암세포가 완전히 없어졌다는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K씨의 주치의는 “항암치료를 꾸준히 해왔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매일 B게임을 5~6시간씩 플레이하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는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확인해본 결과 몸 속에서 다이돌핀이 꾸준히 분비돼 암세포를 억제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다소 황당한 상상이지만 게임업계의 시각으로 보면, 생각만 해도 다이돌핀이 샘솟을 만한 뉴스가 아닌가. 나는 이런 몽상에 빠져, 혹한기의 게임 시장 속에서도 희망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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