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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워] 영화보듯 즐기는 게임 ‘길드워’ <2>

  • 정리=유양희 기자 y9921@kyunghyang.com
  • 입력 2005.06.2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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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허의 아스칼론
불길의 전쟁이 아스칼론을 휩쓸고 지나간 뒤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데보나는 폐허가 된 아스칼론 시에 서서 먼속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그날의 참혹했던 광경을 헤매고 있었다.

불길의 전쟁이 아스칼론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그날... 자르가 일으킨 마법의 불길로 아스칼론 왕국 전역은 쑥대밭이 되었고,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눈 앞에서 보며 절규했다. 수백 년간 위용을 자랑했던 거대한 북쪽 성벽과 번성하던 도시의 수많은 건물들이 무너져 내렸다. 사람들은 하늘에서 계속 떨어지는 마법의 불길과 무너져 내리는 건물의 잔해를 피해 정신없이 내달렸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공포에 찬 비명에 고막이 찢길 듯했다.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순간, 데보나의 눈동자는 어린 그웬을 찾아 헤매었지만 미친듯이 도망치는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그웬의 모습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사람들은 일단 도시를 빠져나가려고 앞을 다투어 도시 외곽의 다리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아치 모양의 아름다운 다리는 사람들이 미처 다 건너기도 전에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아픈 기억들을 떨쳐내려는듯 데보나는 몇 차례 고개를 흔들었다. 피폐해진 아스칼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아스칼론 왕국은 더 이상 그 옛날 비옥하던 땅이 아니었다. 녹으이 우거진 시골 마을과 화려한 도시들이 번성하던 곳이 아니었다. 음산한 회색빛 하늘 아래 폐허만이 가득하고, 황금빛으로 일렁이던 들판은 더러운 타르로 얼룩져 있었다. 그날 죽어간 사람들의 피가 땅 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아직까지도 피비린 내가 나는 듯했다.

데보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 아버지를 죽인 원수들, 내 조국을 짓밟은 원수들... 내가 흘린 피눈물의 열 배, 스무 배 이상 갚아주고 말겠어.’ 불끈 쥔 데보나의 주먹이 바르르 떨렸다. 데보나의 시멍을 눈치챈 듯 신느가 살며시 다가와 데보나의 어깨를 다독였다. 둘은 아무 말 없이 저 멀리 불타오르는 화염을 응시했다. 신느의 눈 속에서 불꽃이 이글거렸다.

데보나는 2년 전, 어스칼론 시에서 우연히 신느를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아버지를 따라 아스칼론 시에 놀러왔다던 신느. 그때 신느는 얼마나 명랑한 아가씨였던가. 하지만 불길의 전쟁 때, 신느의 집 위로 마법의 불길이 곧바로 떨어져 부모님 모두 신느가 보는 앞에서 늑사한 후, 신느는 완전히 냉소적 성격의 소유자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복수를 위해 아스칼론 군에 지원했다.

이때 뒤에서 나지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단과 멘로였다. 그 누구보다 뛰어난 궁수인 아이단은 전래 없는 전란을 맞이해 순수한 애국심으로 입대했고, 조용히 사제의 길을 걷고 있었던 맨로는 신성한 사원들을 마구 더럽히는 차르의 행각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엇어서 입대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넷은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고, 현재 아스칼론의 최정예 군인으로 활약 중이다.

“칼하안 장군님의 긴급 호출이야. 어서 가자구.” 아이단의 말에 잠시 상념에 젖어 있던 데보나와 신느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거대한 북쪽 성벽으로 급히 출발했다. 칼하안 장군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차르군 대장 불탄 가죽 본파즈가 성벽을 대대적으로 공격해올 것 같네. 자네들이 놈들의 주둔지를 찾아서 동향을 좀 파악해 주게.” 불길의 전쟁 때 초토화 돼버린 아스칼론 왕국은 차르가 오르 왕국을 향해 남하한 ㅏ틈을 이용해 가까스로 차르 군대의 허리를 끊는 데 성공했다. 지금은 거대한 북쪽 성벽을 중심으로 차르와 대치하고 있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자잘한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이었다.

일행은 거대한 북쪽 성벽 너머로 조심스럽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엄습해 왔다. 게다가 땅 속에서 불시에 튀어나오곤 한느 디바우러 떼들 때문에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신느가 속삭였다. “데보나, 저것 좀 봐!” 신느가 가리키는 쪽에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혹시 저 불빛은...’ 차르가 신주단지 모시듯 늘 지고 다니는 청동 화로의 불빛이었다. “칼하안 장군님 말이 맞았어.” 데보나가 중얼거렸다. 바로 그때 불탄 가죽 본파즈가 데보나 일행을 발견하고 말았다.

“놈들에게 들켰다. 빨리 성벽으로 돌아가야해!” 정찰을 나섰던 일행은 북쪽 성벽을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하지만 추격하는 차르의 속도도 만만치 않게 빨랐다. 칼하안 장군에게 채 보고를 끝마치기도 전에 대규모의 차르군이 들이닥쳤다. 칼하안 장군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놈들의 수가 너무 많아! 성벽을 포기하고 후퇴하라!”

아스칼론 군대는 급히 라닉 요새로 후퇴해 전열을 가다듬었다. 물러서지 않을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긴 했지만 데보나는 분을 삭일 수 없었다. “제길! 놈들한테 두 번씩이나 북쪽 성벽을 뺏기다니.” 아이단이 비장한 표정으로 힘주어 말했다. “지금부터가 중요해. 앞으로의 몇 시간이 기적적인 전설로 남을지, 아니면 오욕의 역사로 남을지. 결과는 우리에게 달려있어.”

라닉 요새에서 대오를 정비한 아스칼론 군은 북쪽 성벽을 탈환하기 위해 다시 출격했다. 죽음도 불사하고 떠나는 길. 긴장감으로 인해 모두들 굳은 얼굴이었지만 눈에서는 결의의 빛이 넘쳐 흘렀다. 행군을 시작한 지 반나절도 채 안 되어 차르군과 맞닥뜨렸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이놈들을 북쪽 성벽까지 밀어붙이려면 꽤나 힘들겠는걸?” 신느는 한 판 붙게 될 것이 오히려 반가운 눈치였다.

신느는 조용히 눈을 감은 채 하늘로 솟구쳐 오르며 마법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엄청난 덩치와 달리 차르의 움직음은 상당히 민첩했다.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 신느 바로 옆까지 접근했다. 데보나는 큰 원을 그리며 차르 도끼병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데보나의 일격에 가슴을 깊게 베인 괴물은 곧장 뒤로 나뒹굴었다. 데보나는 얼른 신느 앞으로 달려갔다. 이때 또다른 차르가 데보나의 머리를 향해 돌진해 왔다.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차르의 도끼가 데보나의 팔을 내리쳤다. 데보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이를 악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피부에서 푸르스름한 광채가 내비치더니 차르의 도끼가 데보나의 살을 맞고 도로 튕겨나가 버렸다. 멘로의 주문 덕분이었다. “오! 멘로, 정말 탁월한 선택인 걸?” 데보나가 멘로를 향해 눈을 찡긋하며 씨익 미소를 보냈다. 이때 한 쌍의 활이 데보나의 귀를 쌩 하고 지나 차르 도끼병의 어깨를 관통시켰다. 이번엔 아이단의 솜씨였다.

마침내 거대한 북쪽 성벽 탈완. 불가능해 보이던 일을 해낸 순간이었다. 몸은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지만 오랜만에 얻은 값진 승리에 모두들 사기충전이었다. 이때 한 병사가 헐레벌떡 뛰어들었다. “왕지님! 이대로 진격하기에는 저희쪽 희생이 너무 큽니다. 전사자 수도 많습니다만. 차르가 퇴각하면서 우리쪽 부상병들을 포로로 잡아갔습니다.”

낭보를 접한 일행은 제대로 쉴 틈도 없이 포로들이 억류되어 있다는 수미아 지역으로 떠났다. 머뭇거릴 틈이 없었다. 차르가 포로를 잡으면, 포로들이 죽을 때까지 중노동을 시키거나 산 채로 불에 구워먹는다는 소문을 들어온 터였다. 곳곳에 널려 있는 포로용 막사는 대충 얽어놓은 나뭇가지에 더러운 천을 뒤집어 씌워놓은 형태였다. 구출된 포로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산발한 머리에 피골이 상접해 있고, 제대로 씻지 못해 상처는 썩어 들어가고 몸에서는 더러운 악취가 물씬 풍겼다.

그 중에는 2년 전, 불길의 전쟁 때부터 갇혀 있던 사람도 있었다. 화염의 홀 마법사 조직을 이끌었던 에롤이었다. 에롤의 안내에 따라 드라시어 지역에서 나머지 포로들을 전부 구출한 루릭 왕자 일행은 수도 린으로 가기 위해 로얄 아카데미의 포탈을 이용하기로 한다. 거기서 포탈을 작동시키면 놀라니 아카데미로 이동하게 되고 놀라니에서 북쪽 성벽만 넘으면 바로 수도 린이었다.

로얄 아카데미에서 포탈 입구가 열리길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때, 화염의 홀 마법사 에롤이 흥분된 목소리로 루릭 왕자를 불렀다. “왕자님, 잠시 이쪽으로 오십시오. 이상한 걸 찾았습니다. 제 상객에 이건 전설의 뿔피리 스톰콜러인 것 같습니다.”

에롤은 스톰콜러가 아스킬론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에롤만큼은 아니지만 데보나도 어느 정도는 스톰콜러의 위력을 믿고 있었다. 왕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걸 국왕 폐하께 가지고 가도록 하게. 폐하께서 판단해 주시겠지. 너무 늦지 않으면 좋으련만...”

천신만고 끝에 린에 도달한 루릭 왕자는 불타버린 린의 모습에 그만 경악하고 만다. 아스칼론 왕국에서 그나마 사람이 살 만한 곳은 수도 린뿐이었다. 하지만 과거의 용맹과 총기를 잃어버린 아델베른 국왕은 마지막 남은 린마저 지켜내지 못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아델베른 국왕은 상황을 마냥 낙관하고 있었다. 게다가 스톰콜러까지 얻었으니 차르를 물리치는 건 문제없다는 식이었다. 루릭은 그런 아버지가 답답했다.

“스톰콜러가 있다 해도 차르를 몰아내기는 어렵습니다. 폐하, 차르는 이미 수천의 병사를 집결시켰습니다. 지금 우리의 전력으로는 역부족입니다. 지금이라도 백성들을 크리타로 이주시키고 그곳에서 다시 힘을 키워야 합니다. 이대로 싸우다간 모두 죽습니다.” 루릭 왕자의 간곡한 만류도 아델베른 국왕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수십 년 간 계속 되었던 길드 전쟁에서 흘렸던 피를 생생히 기억하는 아델베른 국왕에게 크리타는 여전히 적국이었다. 아무리 상황이 어렵다 한들 자신의 백성들을 적국인 크리타의 그늘에서 살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끝내 설득에 실패한 루릭 왕자는 급기야 아버지를 어리석은 왕이라 모욕하고, 이에 격분한 아델베른 국왕은 왕자의 지위를 폐하고 추방을 병하기에 이른다. 이리하여 루릭 왕자는 이주를 원하는 백성들을 이끌고 약속의 땅 크리타로 떠나는데. 그 곳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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