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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레고와 행복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4.03.2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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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놀았던 조립식 장난감 ‘레고’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제 부모가 됐지만, 여전히 내 아이들이 ‘레고’에 환호한다. 대를 물려 마니아를 양산해온 이 장난감은 대체 누가 처음 고안해낸 것일까.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인터넷의 바다에 빠져봤다.
놀랍게도 이 물건을 처음 만든 사람은 덴마크의 목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Ole Kirk Kristiansen)’이었고, 지금으로부터 무려 82년 전인 1932년에 ‘레고’를 창조했다. 매일 목공소에 틀어박혀 일하던 그는 어느날 이 기막힌 지능계발형 장난감을 만들게 된다. 레고는 덴마크어로 ‘잘 논다’를 의미하는 ‘leg godt’에서 앞 두글자씩을 떼어내 조합했다. 네이밍마저도 장난감의 특성에 맞게 조합에 의해 태어난 셈이다.
이후 수십년간 세계인들을 사로잡았던 레고는 1998년, 디지털게임의 광풍에 밀려 설립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다.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PC와 연결해 프로그래밍하는 마인드스톰 시리즈 등을 개발해 큰 위기를 극복한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니 단순히 몸집 줄이기와 연구개발로만 회생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다. 덴마크인 특유의 신중함은 근본적인 적자의 원인을 파악하려했고, 인류학자들에게 위기 극복 컨설팅을 맡겼다.
그들은 유럽과 미국 등 세계 여러나라 가정으로 파견돼 사람들의 여가시간을 관찰했다. 가족간의 대화, 아이들이 품고 있는 놀이에 대한 생각과 욕구 등을 섬세하게 탐색했다. 그 결과 다각화하려던 사업 방향을 과감히 포기하고 전통적인 블록 장난감에 집중해, 이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재도약할 수 있었다.
단기간에 사태를 수습하려는 조급함보다는 여유로움을 가지며 더 멀리 내다보는 진정한 행복의 길을 덴마크인들은 알고 있는 듯하다. 
유럽위원회 산하의 ‘유로바로미터’라는 기관의 조사 결과를 살펴 보면 덴마크는 유럽에서도 가장 행복도가 높은 나라로 매년 선정되고 있다. 2009년 조사에 따르면 덴마크 국민의 68%가 자신의 삶에 매우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주변 유럽 국가의 평균이 불과 20%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세계적인 행복 국가 덴마크의 숨겨진 비결을 찾기 위해 웨스트덴마크 대학의 크리스텐스 교수는 다양한 연구를 감행했다. 그의 결론은 단순명쾌했다. 덴마크인은 ‘미래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결론이지만, 큰 기대가 없기 때문에 실망하지도 않고 스트레스 또한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곧 행복한 삶과 연결된다는 논리다. 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조사도 눈에 띈다. 덴마크는 사회 구성원간의 생활의 격차가 거의 없다고 한다. 가장 소득이 낮은 사람과 높은 사람간의 생활 수준을 측정하는 ‘지니계수’가 가장 적은 나라인 것이다. 구체적인 순위를 보면, 덴마크의 지니계수는 0.25, 프랑스와 벨기에는 0.33, 미국은 0.41이고, 최하위 국가인 나미비아는 0.74였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꿈꾸며 살아간다. 그런데 행복이란 게 도대체 무엇인지 그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권력이 높으면 행복할까, 공부를 잘 하면 행복할까, 건강하면 행복할까 수없이 많은 명제를 스스로에게 던져보지만 나에겐 아직도 어렵기만 하다.
오늘도 불철주야로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 게임인들에 묻고 싶다. 당신의 행복은 무엇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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