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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과거를 돌아보다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4.04.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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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역사가 토인비는 “역사는 돌고 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 이후 쇠퇴했던 역사의 반복성에 주목해 고대와 현대 사이에 철학적 동시대성(同時代性)을 발견하고 그 기초는 ‘문명’으로부터 생겨났다고 했다. 문명 그 자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두고, 그것의 태어남과 사라짐이 바로 역사이며, 발생, 성장, 해체를 거치는 과정은 일정한 규칙적 주기를 가지고 되풀이된다고 역설했다.
억지스러울 지 모르지만, 이를 게임산업에도 대입해 본다. 흔히들 요즘 인기를 끄는 게임은 과거에도 주목을 받았던 스타일에 조금 양념을 넣은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세월은 지났지만,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느끼는 재미란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조금씩 콘셉트의 변화는 보이지만, 근원적 즐거움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게임의 역사란 게 아직도 체계적인 연구에 의해 정리되어 있지 않지만, 요즘의 스마트폰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캐주얼류 게임들은 거슬러 올라가면 그 원류인 패미컴 게임에 이르게 된다. 패미컴은 게이머라면 누구나 잘 아는 것처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기로 등장한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공식적으론 2012년 12월말로 생산이 종료된 플레이스테이션2가 약 1억 5,510만대 판매되며 1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패미컴은 닌텐도의 공식 발표로는 6,000만대 가량 판매됐지만, 실상 그 당시의 8비트 복제 게임기들을 전부 합하면, 수억대 넘게 팔렸을 가능성이 높다. 아프리카 오지나 추운 극지방에도 보급된 게임기는 아마도 패미컴이 유일할 듯하다.

우리보다 게임산업의 태동이 훨씬 앞선 일본에서는 과거의 놀이문화를 재조명하려는 노력이 활발해 보인다. 얼마전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초(超)패미컴’은 패미컴 탄생 3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책이다. 이 책을 펴낸 3인의 공동 저자들은 “게임은 아직도 패미컴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의미심장한 슬로건을 머리말에 내걸었다. 30년 세월동안 무수히 많은 게임들이 나왔지만, 그 옛날 패미컴 소프트에서 느꼈던 ‘소박하고 순수한 재미’를 찾을 수 없다는 표현이 아닐까. 일본어에 관용적으로 쓰이는 ‘뛰어넘을 超(초)’를 패미컴에 붙인 ‘초패미컴’을 있는 그대로 해석했을지도 모르지만, 패미컴 세대인 저자들에겐 확고한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폴리곤이 잔뜩 들어간 인간같은 요즘 게임 캐릭터보다는 조악한 도트 그래픽의 첫경험을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어린시절 패미컴으로 디지털 게임이란 놀이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어른들은 30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책을 통해 재회한다.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그때의 게임이 돌이켜보니 아주 심오한 철학과 재미를 갖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 책에는 1983년 패미컴과 동시 발매된 ‘동키콩’부터 1994년 ‘타카하시 명인의 모험도Ⅳ’ 등 총 100여종의 게임 리뷰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뒷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정리돼 있다. 과거의 추억과 역사가 알차게 채워진 ‘초패미컴’같은 자료적 가치가 있는 책은 우리 입장에선 부럽기만 하다.
20년 조금 넘는 기간동안 한국에서 나온 게임들도 이젠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에겐 이를 집대성한 변변한 자료조차 없다. 단순히 역사적 가치로만 판단하는 건 아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미래가 좀 더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 이제라도 게임코리아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가치있는 자료를 만들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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