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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세상의 흐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4.05.0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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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겨울 어느날, 오큘러스VR 사무실에 멀쑥한 차림의 백인 청년이 들어왔다. 그는 이 회사에서 개발중인 가상현실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를 한참동안 살펴보다가 돌아갔다. 그로부터 몇달이 흐른 2014년 3월 22일, 페이스북 사무실에는 며칠 밤을 샌 듯한 여러명의 변호사와 회계사들이 두툼한 서류뭉치들을 여전히 읽고 있었다. 그리고는 한참 후, 백인 청년이 입을 열었다. “이 회사를 인수합시다” 3일이 지난 3월 25일.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오큘러스VR을 20억달러(약 2조 64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외신에 따르면, 천문학적 M&A의 최종 결정은 불과 3일만에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자신만만했던 오큘러스VR은 3월 1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DC2014에서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가 공개한 가상현실 기기 ‘프로젝트 모퍼스(Project Morpheus)’의 등장에 적잖이 긴장했을 법하다. 오큘러스 리프트가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겠지만, 상대는 소니라는 거대공룡이었다. 클라우드 펀딩으로 개발자금을 모으고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중소기업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페이스북의 제안은 오큘러스VR에게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잇는 절호의 기회였을 터. 이로써 전세계 가상현실 비즈니스의 판세는 관록의 ‘소니’와 페이스북을 등에 업은 무서운 신예 ‘오큘러스VR’의 숙명적 대결로 압축된다.

전세계 게임 개발자들과 회사들은 가상현실 기기에 주목하고 있다. FPS의 아버지 ‘존카멕’은 오큘러스 리프트의 놀랄만한 가능성을 간파하고 지난해 8월 이 회사로 이직했고, 프로그램의 신이라 불리는 ‘마이클 어브러시’도 밸브를 때려치우고 오큘러스 진영에 합류했다. 지금까지 오큘러스 리프트로도 즐길 수 있는 게임 타이틀의 수는 140종을 넘고 있다. 물론 이 중에는 현재 개발중인 것도 많다.
경쟁 진영인 소니의 ‘프로젝트 모퍼스’에도 쟁쟁한 회사들이 참여를 선언했다. 자사가 직접 개발중인 ‘캐슬’, ‘더 디프’를 비롯해 CCP게임즈의 ‘이브 :발키리’, 스퀘어에닉스의 ‘시프’, 슬라이트리매드 스튜디오의 ‘프로젝트 CARS’ 등이 이미 대응을 준비중이다. 양 진영 모두 강점은 있다. 프로젝트 모퍼스는 플레이스테이션4라는 최신 하드웨어의 전폭적인 지원이 예상되고, 오큘러스 리프트는 페이스북을 활용한 소셜 네트워크 통신 장치로의 무한한 가능성을 잠재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몇년전 닌텐도Wii와 플레이스테이션3, Xbox360이 공존하던 시대에는 ‘모션 콘트롤’이 중심 트렌드였다. Wii리모콘, 플레이스테이션 무브, 키넥트가 각 하드웨어용으로 발매된 댄스나 스포츠 게임을 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될 주변기기로 인식됐다. 그러나 가상현실 기기는 모션 콘트롤러처럼 조작 방식을 굳이 숙지할 필요도 없고 모든 게임에 대응될 수 있는 너무나 편리한 트렌드로의 변화다. 예를들면 영화 아바타를 컴퓨터 모니터나 일반 극장에서 보다가,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보는 형태인 셈이다. 

물론 게임을 하는데, 가상현실 기기를 반드시 사용할 필요는 없다. 오래 전 무성 영화에 오디오 시스템이 생겨나 배우들의 음성을 영상과 함께 즐길 수 있게 됐고, 흑백TV가 어느 순간 컬러TV로 진화한 것처럼 사람들은 언제나 색다른 경험을 찾고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어느 시대에나 일정한 흐름이 존재하는 것 같다. 가상현실 디바이스를 두고, 북미 시장에서 저토록 야단법석을 떠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손바닥 위의 게임세상은 언제 다시 바람처럼 흩어져버릴 지 모른다. 출렁이는 세상의 파도 속에서 키를 갑자기 꺾는 일은 위험하다. 흐름을 타야할 때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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