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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특집] 돈도 명예도 싫은 奇人똥똥배의 ‘행복한 게임’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4.07.25 09:57
  • 수정 2014.07.2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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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다처제 국가 소재 ‘가문 육성 게임’ 등장
- 엉뚱한 상상력이 주는 유쾌한 재미 압권

PC통신 시절부터 꾸준히 인디 게임을 개발해 공개한 사내가 있다. 1년에도 한두번씩 게임을 개발한 그는 지금까지 공개한 작품만 현재 50종이 넘어간다. 타자 게임에 RPG요소를 결합한 게임부터 시작해 이름부터 뭔가 어마어마한 냄새를 풍기는 ‘사립탐정 이동헌’, ‘역전재판’인듯하면서도 아닌 것 같은‘역전심판’까지. 이름만 들어도 B급 정서가 물씬 풍기는 게임들이 한가득이다.
어림 짐작으로 개발 경력만 10년은 가뿐하게 넘어가는 그의 작품 세계는 웬만한 내용으로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그 때문일까. 사실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아이디 ‘똥똥배’. 이름부터 범상치 않는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뿜어내는 ‘병맛’의 절정, ‘대출산시대’가 드디어 정식 버전으로 발매됐다.

 

‘똥똥배’라는 아이디는 개발자 박동흥 씨의 닉네임이다. 열다섯살 나이에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지은 아이디라고 한다. 당시 똥배보다 더 튀어 나온 똥배라는 뜻에서 이 아이디를 지었다고 한다. 그렇게 똥똥배의 역사는 시작됐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그를 설명하기에는 지면을 전부 할애하기에도 모자랄 듯 하다. 어느 날 갑자기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죽을 뻔한 경험을 한 다음날 전투식량을 한가득 산 다음에 전 세계 여행을 떠난다거나, 하루 밥값이 없어 흰 밥에 돈까스 소스를 뿌려 끼니를 해결했다던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야 말로 기인이 따로 없다. 사실은 직업도 불투명하다. 스마트폰 시장이 열릴 즈음 게임로프트에서 개발 팀장을 했던 적이 있을 뿐 그 외에는 그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아동용 교육 만화에서도, 특정 웹툰에서도, 유머 사이트에서 떠돌고 있는 만화에서도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그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아마도 ‘자유로운 영혼’쯤이 걸맞지 않을까.

 

독특한 세계관에서 출발하는 게임 개발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보니 개발하는 게임도 갈피를 잡기 어렵다. 이번에 내놓은 ‘대출산시대’라는 게임만 봐도 그렇다. 일부 다처제를 채택한 한 국가에서 아이를 낳으면 출산 장려금 1억을 주는 제도를 시행한다. 이 곳에서 주인공은 끝없는 헌팅을 거쳐 애인을 만든 뒤, 결혼에 성공하면서 가능한한 많은 부인과 가능한한 많은 아이를 갖는 게임을 만들어 냈다.
게임의 목표는 ‘가족들’을 동원해 세계를 정복하는 것. 가능한한 많은 식구들을 거느리고 투표에 당선돼 대통령이 된다거나, 다른 가족들을 공략하는 것과 같이 황당무계한 게임을 실제로 개발해 구글 플레이에서 정식 서비스까지 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렇게 개발한 게임은 정식 서비스(1.02버전)이후 업데이트를 거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1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한다.
어처구니 없는 게임이지만 묘한 중독성과 재미를 내포하고 있어 유저들의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한다. 한발 더 나아가 ‘머독’과 같은 유명 BJ들이 이 게임을 리뷰하기 시작하면서 소위 ‘병맛’게임의 대명사로 국내 게이머들을 정복할 기세다. 

 

인디게임 개발자의 초상
그의 게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흔한 인게임 결제는 둘째 치더라도 배너 광고 조차 찾아볼 수 없다. 매일 배고픔에 시달리며 ‘간장에 밥 비벼먹고 불과 몇 개월전까지만 해도 전세값이 오를 것 같아 불안에 떨던 사람’치고는 도무지 이유를 알기가 어렵다. 심지어 이런 와중에도 지난 7년동안 사비를 털어 아마추어 게이머들을 위한 공모전을 개최하고 직접 시상까지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그저 게임을 같이 즐겨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로 된 것”이라며 “책이나 출판사 기고를 통해 ‘연명’은 할 수 있으니 괜찮은 삶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똥똥배라는 사람의 삶은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한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누군가에게 재미를 주고 싶은 것이 삶의 목표가 아닐까. 스마트폰기기에서 게임을 출시하면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B급 게임을 출시하는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신기한 물건들을 들고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 된다.
한가지 사족을 달자면 이 사람 이대로 가다가는 작업실에서 시체(?)로 발견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불안하기만하다. 제발 유료 모델을 출시하거나, 광고라도 달거나 혹은 크라우드 펀딩이라도 해서 라면이라도 먹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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