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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중국의 조직 문화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4.08.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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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읽다보면 명장면이 자주 나온다. 그 중에서도 장판파 전투에서 조자룡의 위용은 사나이의 충성심과 기개를 느끼게 하기 충분하다.
조자룡은 어린 아두를 갑옷 속에 감추고 긴 창을 휘두르며 조조군의 천군만마를 헤집고 결국 유비에게 아들을 건네준다. 적장 50명을 비롯해 병사들을 쓰러뜨리느라 수많은 칼을 쓰고 버려 ‘조자룡 헌칼 쓰듯 한다’는 속담이 나왔을 정도니 인간의 한계와 주군에 대한 충성심을 그에 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조자룡의 충성심으로부터 최근 세계 비즈니스의 중심국가로 떠오른 중국의 기업 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다른 사람에 의해서 자신의 운명이 좌우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자신과 인연을 맺은 보스, 결국 자신의 운명을 쥐고 있는 사람에게는 철저하게 복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조자룡이 목숨을 걸고 자기 보스의 어린 아들을 지켜낸 장판파의 일화에서도 느껴진다. 중국의 기업 조직은 일종의 가부장적 형태다. 최고 보스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중요한 사안은 그의 최종 결정에 의해 움직인다. 결국 조직원들은 보스의 말 이외에는 다른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캐멀 야마모토’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펴낸 ‘美·中·日 비즈니스 행동법칙’이란 책에도 중국의 독특한 기업 문화가 잘 소개돼 있다.
중국 기업 조직은 보스가 어떤 생각을 품고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한다. 상명하복의 톱-다운 방식이기 때문에 어떤 결정에 대해 매우 간단하고 신속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국 기업과 교류하는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결정에 시일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또 핵심적인 본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언저리만을 빙빙 도는 느낌도 강해 중국 기업과 비즈니스 상담을 하다보면 불만이 커지기 십상이다. 
이 책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최고 보스는 전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결정을 내리는 듯 보이지만, 그는 자신의 결정이 구성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꼼꼼하게 고려한다”고 언급돼 있다. 보스는 자신의 결정이 조직원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지, 누군가의 체면을 구기는 것은 아닌지 등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도출해 이를 마음 속으로 조율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에 있어서 ‘실질적인 보스가 누구인가’라는 점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조직 내에서 내가 복종하고 따라야할 상사의 수를 최소한으로 축소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결국 큰 조직이라 해도, 중국인에게 있어서 보스는 단 한사람 뿐이다. 대부분 자신의 인사권을 가진 사람일 경우가 많고, 그 외에는 형식적인 상사 대접을 해주는 것에 그친다. 
서양 기업에서는 개발팀과 마케팅팀, 생산 조직 등의 인력을 차출해 하나의 프로젝트 팀을 조직해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조직원들은 새로운 프로젝트 팀에서 다양한 실무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쌓으며 보람을 느낀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따르는 방식에 비해 횡적인 조직 형태가 더 흥미롭고 성취감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기업에서는 각 부서마다 자신이 추종하는 보스가 다르기 때문에, 프로젝트 팀 형태의 사업 진행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고 한다. 중국에는 ‘상부에는 정책이 있다면, 하부에는 대책이 있다’는 말이 있다. 중앙 정부에서 하달한 정책이 지방으로 내려오면, 결국 하부 조직은 이를 따르는 시늉만 할 뿐, 실제로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책을 강구한다는 것이다.  
중국 혁명의 아버지 쑨원(孫文)은 “중국인들의 조직은 ‘사막의 모래알’같아서 하나의 조직으로 뭉치려는 행동이 매우 부족하다”고 이미 오래 전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자신의 운명을 쥐고 있는 보스에게는 복종하지만 그 이외의 관계에서는 조직이라고 해도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의 최고 책임자를 뽑는 일은 특히나 중국 기업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오래 뿌리 박힌 취엔즈(인맥 모임) 문화도 감안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들과 최종 책임자의 취엔즈가 얼마나 잘 엮여있는지가 그 회사의 운명을 결정 지을 정도로 중요하다. 얼마 전 폐막된 차이나조이2014에서 한국 게임들의 수출 낭보가 들려온다. 그러나 중국의 조직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김칫국부터 마시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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