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인자한 선배
[데스크 칼럼] 인자한 선배
  • 편집국장 김동욱
  • 승인 2014.09.0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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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시간대학을 졸업하고 자그마한 회사에 취업했다. 거기서 ‘빌 스틸리’라는 동료와 만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크로프로즈’라는 게임회사를 빌과 함께 설립한다. 사회 초년생이었던 그는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게임 개발을 위한 스타트업을 차린 셈이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그는 1987년 ‘F-15 스트라이크 이글’이라는 군사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면서 스타덤에 올라, ‘시뮬레이션 게임의 아버지’란 칭호를 얻게 된다.
1990년대 들어서는 ‘레일로드 타이쿤’, ‘문명’ 등의 시리즈작을 연속 히트시킨다. 이쯤 되면 그가 누군지는 대략 눈치챘을 법하다. 바로 ‘시드마이어’다.
시드마이어의 스타트업이던 ‘마이크로프로즈’는 1993년 영국의 ‘스펙트럼홀로바이트’에 합병된다. 그러나 초창기 개발진들이 하나둘씩 해고되는 것에 불만을 품은 그는 1996년 자신과 뜻이 맞는 ‘브라이언 레이놀즈’, ‘제프 브릭스’ 등과 함께 회사를 나와 ‘파이락시스게임즈’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홀가분하게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기획하던 그는 이듬해 미국 남북전쟁을 소재로 한 ‘시드 마이어의 게티스버그’와 ‘시드마이어의 앤티텀’을 잇달아 출시했다. 1999년에는 명작 ‘시드마이어의 알파센타우리’도 완성했다.
한편, 시드마이어의 공백이 컸던 ‘마이크로프로즈’는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하고 2001년 도산하게 된다. 회사의 자산은 프랑스의 인포그램에 매각돼, 그들의 이름으로 ‘시드마이어의 문명3’가 출시됐으나, 시드마이어가 없는 문명은 앙꼬 없는 찐빵이었다. 인포그램도 경영 상태가 악화되자 보유한 I·P를 하나둘 팔기 시작했다.
2K게임즈는 2004년 문명의 I·P를 2,240만달러(약 227억원)에 사들였고, ‘시드마이어의 문명4’가 출시되기 직전인 2005년, 시드마이어에게 열렬한 구애를 한 끝에 파이락시스게임즈를 2,670만 달러(약 270억원)에 인수했다. 2K게임즈는 시드마이어가 관여하지 않는 문명 시리즈는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인포그램의 실패로부터 배운 셈이다. 그리고 2010년, 시리즈의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백업한 ‘시드마이어의 문명5’을 2K게임즈의 이름으로 직접 출시했다. 문명 시리즈의 누적판매량은 지금까지 무려 2,100만개에 달한다. 오죽하면 ‘문명하셨습니다’란 신조어가 나왔을까 싶다.
놀라운 것은 ‘시드마이어’라는 이름이 붙어 출시되기는 했지만, 문명의 첫번째 작품을 제외하고는 후속편들은 모두 젊은 인재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두번째 작품은 ‘라이즈 오브 네이션’으로 유명한 ‘브라이언 레이놀즈’가 리드디자인을 맡았고, 3편은 시드마이어의 오른팔 ‘제프 브릭스’가, 4편은 EA에서 ‘스포어’를 개발했던 ‘소렌 존슨’이 주도했다. 그리고 5편은 현재는 독립한 ‘존 셰이퍼’가 도맡았다. 시드마이어는 후배들의 자립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등용문처럼 이용하도록 해주고, 정작 본인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서포트 역할만을 해온 것이다. 요즘 세상에 다른 이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이 오랜 기간 쌓아온 명성을 아낌없이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지난 3월에는 한국의 엑스엘게임즈가 개발중인 문명온라인에 “문명 시리즈의 새로운 장을 열 게임”이라며 큰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한 시드마이어. 그는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송재경 대표에게도 크나 큰 정신적 조력자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30년간 오로지 게임개발이라는 외길을 한눈 팔지 않고 걸어온 시드마이어는 올해로 환갑을 맞았다. 우리 업계에도 이렇게 포용력 있고 인자한 대선배 개발자가 나와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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