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구, RPG의 중심이 되다
[데스크 칼럼] 대구, RPG의 중심이 되다
  • 편집국장 김동욱
  • 승인 2014.09.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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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신(神)이라 불리우는 교세라의 ‘이나모리가즈오’ 회장은 자신의 저서 ‘불타는 투혼’을 통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를 받는 지경에 처한 한국은 국민 개개인이 자산을 국가에 헌납하는 등 온나라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힘을 모아 위기를 필사적으로 극복했다”고 부러움 섞인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미 그 당시보다 90년이나 이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는 걸 이나모리 회장은 몰랐던 모양이다. 1907년 대구의 민족출판사 ‘광문사’의 김광제 사장 등이 주축이 되어 나라의 빚을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됐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재정을 자국에 예속시키기 위해 집요한 차관공세를 폈다. 당시 대한매일신보는 국채 1천3백만 원을 갚지 못하면 대한제국은 망할 것이기 때문에 2천만 국민들이 3개월간 금연을 하면서 그 돈으로 빚을 갚아 국가의 위기에서 벗어나자는 발기 취지를 보도하고 있다. 대구에서 발화된 ‘국채보상운동’은 IMF시대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전국의 어머니들은 장롱 속에 소중하게 간직해온 각종 패물들을 아낌없이 내놓았고, 노동자, 인력거꾼, 기생, 백정등 소외된 계층들까지도 참여한 범국민적 운동이 전개된 것이다.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의문을 가지며 내뱉는 독자의 불만이 들려오는 듯하다.필자가 어울리지 않게 한국사 강의(?)를 한 이유는, 100년 전 나라를 구해낸 역사의 현장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알토란 같은 전통의 게임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10월 2일부터 4일까지 대구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과 동성로 일대에서 ‘대구 글로벌 게임문화축제(e-Fun2014)’가 ‘생활 속에서 게임은 늘 함께 한다(Game in your life)’는 테마로 성대한 막을 올린다.다양한 행사 중에서도 필자는 올해도 어김없이 마련된 ‘도심RPG’에 눈길이 간다.

롤플레잉 게임을 현실 속에서 구현한 도심RPG는 우리 문화와 역사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게임형시나리오를 가미해, 참가자들에게 역사교육과 더불어 큰 흥미를 이끌어낸다. 

 올해 도심RPG의 테마는 그 어느 해보다 흥미롭다. 일제의 탄압에 항거한 역사적 배경과 행사가 열리는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이라는 장소는 그 궤를 함께 한다. 일제 강점기대한제국초대 황제 ‘고종’은 궁인 정씨와의 사이에서 왕자 ‘이우’를 낳는다. 왕의 DNA를 이어받은 왕자의 탄생을 탐탁지 않게 여긴 조선총독부 데라우치 총독은 음모를 꾸며 왕자를 죽게 만든다. 이 우의형이던 ‘순종’은 대한제국의 부활을 결심하고 호위무사 ‘나 석 중’에게 왕가의 비밀통로인 타임게이트를 통해 자신의 DNA를 미래의 대구 읍성으로 보낸다. 하지만 데라우치 총독은 순종의 계획을 저지하고자 비밀 결사대를 보내 나석중을 뒤쫓는다. 타임게이트는 100년 후인 2014년 10월 3일 드디어 열리고 나석중은 미래의 세상, 대구로 오게 된다.

도심RPG 참가자들은 힘을 모아 비밀 결사대의 방해를 막아내고 나석중을 찾아 순종의DNA를 받아 대한제국을 부활시켜야 한다. 

시나리오를 읽는 것만으로도 한·일전을 응원하는 붉은 악마처럼 피가 끓는 느낌이다. 그다지 와 닿지 않는 판타지 일색의 온라인 게임 시나리오와는 차원이 다르다. 잘 알고 있지는않지만 어렴풋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슬픈 역사적 사실과 게임적으로 각색된 에피소드는 그어떤 이야기보다 우리를 뭉클하게 한다. 

2005년에 대구e스포츠 페스티벌에서 세계 최초로 시행된 ‘도심RPG’는 온몸으로 즐겁게 체험하며 학습의 효과까지 주는 대단한 문화 콘텐츠라 할 만하다. 사견이지만, 이런 훌륭한 콘텐츠가 대구 이외에 다른 지역에서는 왜 아직 활용되지 않는지 의문이다.

온갖 규제로 멍들어가는 게임 산업의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해서는 ‘도심RPG’처럼 건전한 문화 콘텐츠가 절실히 필요한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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