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발가락 프로그래머
[데스크 칼럼] 발가락 프로그래머
  • 편집국장 김동욱
  • 승인 2014.10.1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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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억 아시아인들을 잠못 들게 했던 아시안게임을 뒤로하고 10월 18일부터 일주일간 인천에서는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린다. 본 경기에 비하면 참가 선수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쓸쓸한 대회지만, 참가자들의 열정과 투지만은 정상인을 훌쩍 뛰어넘는다. 사실 평소엔 무관심하다가 장애인과 관련된 행사나 사회적 이슈가 생길 때만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사회적 세태가 씁쓸하기는 하다. 장애인경기대회를 앞두고 이런 글을 쓰는 필자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지만 위축된 우리 게임 개발자들에게 용기를 줄 만한 내용이라 소개해본다. 
지난 10월 2일, 폴란드의 인디게임 개발팀 ‘원모어레벨’이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를 통해 그들의 첫작품 ‘워록(Warlocks)’의 개발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목표 금액은 2만 5천달러(우리돈 2천 7백만원)로 이 자금은 내년 4월 출시 때까지 개발자 5인의 급여로 사용될 예정이다. 1인당 매월 800달러(우리돈 85만원) 정도로 폴란드의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그리 넉넉하지는 않은 금액이다.
워록은 당초 게임 디자이너인 ‘더샨 차키에’가 혼자서 만들던 ‘리스크 오브 데쓰’를 기반으로 마법사가 주인공이 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해 개발되고 있는 작품이다. 더샨의 친구인 프로그래머 ‘맥스 스트첼레스키(Max Strzelecki)’가 2013년말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프로젝트로 발전됐다고 한다.
한달에도 수십종의 게임이 개발 자금의 조달을 위해 제안되는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이 게임이 크게 화제가 된 것은 프로그래머인 맥스 씨의 존재 때문이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양팔이 없는 선천적 장애를 가졌지만, 발가락을 이용해 마우스와 키보드를 조작해 프로그램을 짜는 개발자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손이 아닌 발로, 그것도 세밀한 키보드 조작이 필요한 코딩 작업을 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듯하다. 그러나 맥스 씨는 20년 넘게 컴퓨터를 만져왔으며 ‘리그 오브레전드’나 ‘카운터 스트라이크’같은 게임에서도 고수로 이름이 높다고 한다.
한편, 영국에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게임 라이프를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도 있다. 2007년에 설립된 ‘스페셜이펙트(SpecialEffect)’는 장애 게이머들을 위해 콘트롤러의 개조나 설치 등을 지원해주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4살 때 운동신경 세포의 병변에 의해 근육이 점차 굳어지는 ‘척수성 근위축증’환자인 ‘리 나이트’는 12살 되던 해 즐겨하던 게임의 콘트롤러조차 조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의 병세는 점점 악화돼 현재는 턱과 오른손 손가락만 겨우 움직이고 있는 상태란다. 스페셜이펙트는 그를 위해 2개의 조이스틱으로 개조돼 입과 한쪽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전용 콘트롤러를 만들어 선물했다. 덕분에 그는 친구들과 피파 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그는 ‘그랜드 셰프트 오토V’를 열심히 플레이해 공략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해 높은 조회수를 올리기도 했다. 스페셜이펙트를 설립한 영국의 ‘믹 도너건(Mick Donegan)박사’는 장애인들을 위해 안구 추적 카메라의 개발뿐 아니라, 기존 콘트롤러를 개조한 전용 장비를 제작하는 등 온몸으로 선행을 실천하고 있다.
비영리 단체인 스페셜이펙트가 장애 게이머들을 지원하며,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영국 게임산업계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라고 한다. 게임회사들의 입장에서 장애를 가진 게이머는 상업적 시각으로만 봤을 때, 거의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될 듯하지만 영국의 회사들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사회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장애 게이머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서 ‘게임의 인식 전환’과 ‘사회 공헌’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의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이야기지만, 이런 지원 활동은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지속적인 배려와 나눔을 통해 누구나 평등하게 게임을 만들고, 즐기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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