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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게임기업의 사회 공헌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4.11.0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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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되는 것을 꼽으라면 ‘잠’과 ‘밥’이 아닐지 싶다. 살빼기에 혈안이 된 현대인에게 밥은 다소 후순위로 밀려있다손 치더라도 수면의 즐거움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어르신들은 말한다. “뭐니뭐니해도 잠이 보약”이라고 말이다. 청소년 시절엔 수험을 위해, 그리고 취업한 이후에는 격무에 시달리며 조금이라도 잠을 줄이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어느 위인은 인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허비하는 것은 낭비라 주장하기도 한다.
수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삶의 스트레스가 불면증 환자들을 점점 늘어나게 한다. 그들은 “잠이 오지 않아 죽을 것같다”며 불면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정말 잠을 자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걸까.
시카고대학의 나다니엘 클라이트만 박사는 잠에 관한 한 세계적인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아직까지 불면증때문에 죽은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 물론 불면증 때문에 걱정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저항력이 떨어지면 병에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피해가 되는 것은 잠이 오지 않는다는 걱정 때문이지 불면증 그 자체는 아니란 것이다. 클라이트만 박사는 불면증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잠을 많이 잔다고 말한다. “간밤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알고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꽤 오랜 시간에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잠 못 이루는 사람들과 보다 나은 수면의 질을 바라는 사람들을 위해 게임 왕국 닌텐도가 그간 준비해온 새로운 사업을 발표했다.
지난 10월 30일, 닌텐도의 이와타 사토루 사장은 경영방침 설명회를 통해서 꽁꽁 숨겨왔던 ‘건강 영역’의 비즈니스를 드디어 공개했다. 제품을 머리 맡에 두고 잠을 자는 것만으로 수면의 질과 피로도를 자동으로 측정하는 기기를 2015년에 출시한다는 내용이다. 게임과 큰 연관성이 없는 새로운 제품이라는 것은 이전 발표를 통해 알려진 바 있지만, 이것이 수면과 관련됐다는 건, 처음 공개된 내용이다. 이와타 사장은 “엔터테인먼트(게임) 기업으로서 그간 쌓아온 기술적 노하우를 기반으로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닌텐도는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해, 미국의 수면무호흡증(SAS) 등의 치료 장비 전문 회사 ‘레스메드’와 업무 제휴를 통해 센서 기술 등을 전수받았다.  
아직은 명칭을 알 수 없는 이 기기는 침대 옆에 두고 잠을 자면, 마이크로파의 비접촉 센서에 의해 호흡과 심박수를 측정해 무선으로 서버에 보내 사용자의 수면 데이터를 분석한다. 특히나 다른 장치처럼 몸에 무엇인가를 연결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 된다.
기기를 통해 분석된 데이터 결과는 사용자에게 ‘어떤 운동을 하라’, ‘이런 종류의 식사를 하라’는 식으로 어드바이스를 주게 된다. 출시 초기에는 이런 종류의 가전제품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다소 생소할 게 뻔하다. 그러나 현대인이 주목하는 ‘건강’을 좌우하는 수면과 관련된 기기라는 이미지가 정착되면, TV나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가 그랬듯이 가정에 반드시 필요한 가전 제품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돌이켜보면 일본의 기업들은 사회적 공헌을 자신들의 사명으로 여기고, 국민과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를 만들기도 하고 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게임계의 거대 공룡 닌텐도의 건강 사업 진출도 단순히 신규 비즈니스의 시작이라고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어쩌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겠다는 따뜻한 기업윤리가 그 바탕에 깔려있었는 지도 모른다. 사회적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우리 게임기업들도 이제 ‘공헌’이란 단어에 주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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