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데스크 칼럼] 대선배의 충고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4.11.20 10:56
  • 수정 2014.12.09 10:4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전 만난 일본 유명 게임회사의 한 관계자는 자신이 프로듀싱 작품과 거의 흡사한 국산 게임을 보더니,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몇번을 플레이해보더니 “자동전투가 왜 재밌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마디했다. 그 타이틀은 일본산 오리지널 게임에 자동전투 등의 편의 기능을 강조한 형태였다. 그는 그 이상의 말을 아꼈다. 속으론 화가 치밀었을 지 모르겠지만, 가타부타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느낀 듯했다.
국내 개발사의 어느 CEO는 인기 있는 외산 게임을 가져다가 직원들에게 “이렇게 만들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요즘 업계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더 이상,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가 됐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사실 상, 게임도 상품이고 자선사업을 하는 게 아닌 이상, 회사의 유지를 위해서는 돈 잘 버는 히트상품을 만들어야함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 업계의 자화상은 영화에서 보듯, 가공할 살상 무기인 터미네이터 군단을 마구 복제하고 있는 느낌이다. 어설픈 비유지만, 수많은 터미네이터에 의해 인류는 상상하지 못할 위기를 초래하지 않았는가. 물론 영화였으니 다행이지만 …
전지전능한 신(神)게임의 재미를 게이머들에게 선물한 피터몰리뉴는 “새롭지 않으면 게임이 아니다”라고 늘 강조했다. 그는 수십년간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만들었고, 흥행에도 성공시킨 업계의 거장이다. 만일 그에게 누군가의 작품을 적당히 베낀 게임을 보여준다면, 아마도 그는 게임을 집어던질 지도 모른다. 그만큼 피터몰리뉴는 혁신적인 게임 개발을 강조하는 인물이다. 그는 수년전 영국에서 게임개발자를 모아놓고 “게임 디자이너는 기존의 개념이나 관습에 역행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다른 게임을 베끼는 사람은 더 이상 크리에이터가 아니고, 게임 개발자라고도 부르기 힘들다는 말이다.
피터몰리뉴는 20년간 등장했던 수많은 타이틀 중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온 게임을 5종 선택한 적이 있다.
첫번째는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듄2'였다. 반사신경에 의한 단순한 순발력을 강요했던 이전의 동종 게임들과는 달리, 머리를 써서 수많은 전략을 파생시킬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혁신적인 멀티플레이의 개념과 그에 동반되는 다양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이 그로 하여금 엄지손가락을 들게 한 것이다.
두번째는 그와 어깨를 견줄 만한 닌텐도의 미야모토 시게루가 만든 ‘슈퍼마리오64’. 2D 그래픽의 횡스크롤 액션을 3D 환경으로 변모시켰고, 게임 내의 모든 필드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개방형 환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세번째는 ‘툼레이더’다. 이 타이틀이 나오기 전까지 액션 게임 주인공은 파이팅 넘치는 울퉁불퉁한 근육질 남성뿐이었다. 그러나 고정관념을 깨고 등장한 여전사 라라크로포트를 주인공으로 발탁한 것이다. 어찌보면 단순한 발상의 전환 같지만, 툼레이더가 나오기 전까지 그 정도로 임팩트 강한 여성 캐릭터가 주연인 게임은 없었다는 점이 피터몰리뉴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네번째는 PC 상의 키보드 조작에 특화된 퀘이크나 언리얼 등의 FPS게임을 가정용게임으로 옮겨온 기념비적인 작품 ‘헤일로’였다. 특히 게임 내에서 자동 회복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한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그리고 이전까지 너무 많은 무기를 교체해야하는 FPS게임의 불편함을 과감하게 한번에 2종류로 한정한 것도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는 것이다. 
다섯번째는 피터몰리뉴가 선정한 5개 작품 중 유일한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다.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던 게임이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피터몰리뉴의 선정 이유는 역시 독특했다. 게임 내에서 말을 타보기 위해 40레벨까지 캐릭터를 키웠다는 지금껏 그는 “기존의 게임 디자인은 유저가 싫증 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콘텐츠든 빨리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 게임은 그 이론을 역행해서 성공했다”고 자신의 지론에 부합한 게임으로 칭송했다. 피터몰리뉴가 혁신 게임으로 5종을 선택한 이후에도 수많은 타이틀이 쏟아졌다. 그가 침묵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최근 등장하는 게임들에선 그 혁신 포인트를 발견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히트한 게임을 데칼코마니처럼 베껴서 낸다고 한들, 요즘 시장에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그럴 바에야 피터몰리뉴의 말에 귀기울이는 게 빠른 길이 아닐까. 그는 말했다. “새로운 유저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이노베이션과 창조적 사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이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