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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기획] ‘규제 일변도’의 게임 정책, 고난의 변천사를 되돌아보다

  • 채성욱 기자 luke@khplus.kr
  • 입력 2014.12.02 10:31
  • 수정 2014.12.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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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이야기’ 사태 게임업계 규제정책의 시발점
- ‘셧다운제’ 상설 협의체 등장 규제 완화 ‘기대’

 

온라인게임 최강국, 부분유료화 모델이 탄생한 곳, 게임한류의 진앙지. 게임 코리아의 드높은 위상과 기록은 손에 꼽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기존 강자들과 후발주자들의 도전이 점차 가속화 되면서 글로벌 게임시장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그들은 자국 내의 다양한 육성책 등을 기반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탄탄한 자금을 토대로 해외시장 진출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우리 게임업계의 현실은 어떤가. 게임에 대한 각종 규제와 사회 전반에 흐르고 있는 부정적 인식들이 쌓여 결국 게임중독법과 셧다운제라는 법적인 규제책을 만들어 냈다.
우리는 과거의 사건을 통해 미래를 엿볼 수 있다. 본지는 지난 세월동안 게임업계를 뒤흔든 각종 규제들을 되짚어 보기로 한다.

한국사회에서 게임에 대한 진흥을 규제 국면으로 접어들게 한 가장 큰 사건은 ‘바다이야기’ 사태였다. 이 사건을 통해 게임업계에 전반에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 이는 실제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정부 규제 강화로 이어졌고, 훗날 게임 전반에 대한 규제 기조를 잉태하게 됐다. 이후 셧다운제가 등장하며, 온라인게임에 대한 규제책이 등장하는 한편, 이 모든 법안의 정점에 ‘게임중독법’이 자리잡게 되는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다.

‘바다이야기 사건’, 게임 산업, 악의 축으로 낙인
게임 산업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대 사건은 단연 ‘바다이야기’ 사태일 것이다. 이를 통해 게임업계에 대한 국가적 지원 정책의 기조가 규제의 양상을 띄기 시작하고, 국민 정서에서 ‘게임’이라는 놀이는 사회적 악의 축이 되고 말았다.
2001년 당시 문화관광부는 상품권을 게임장의 경품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규제를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허용했다. 당시 게임장에서 현금에 준하는 유가증권인 상품권을 주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2005년부터 릴게임 등 신종 사행성 게임물 등급분류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특히 당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2005년 4월, ‘바다이야기’의 등급 심의를 통과시키기에 이른다. 2006년 8월에는 성인용 게임장이 전국적으로 1만 5천여 개로 급증했다.

 

당시 정부는 ‘4대폭력근절대책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사행성 게임장을 근절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으며, 경찰청과 영상물등급위원회는 2005년 11월부터 2006년 1월까지 사행성 게임 집중 단속을 벌이기도 했으나 그 뿌리를 캐내지는 못했다. 이후 지코프라임은 ‘바다이야기’ 개발사인 에이원비즈와 협업, 본격적인 유통에 나서면서, 전국적으로 ‘바다이야기’ 4만 5천여대, ‘황금성’은 1만 5천여 대가 팔려 나갔다. 이외에도 ‘오션파라다이스’ 등이 등장하고 일본의 성인게임인 ‘야마토2’까지 한국에 상륙하기에 이른다.
‘바다이야기’ 사태는 2006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감사원은 성인게임을 중심으로 한 사행성 게임 전반의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한명숙 국무총리는 문화부를 전격 방문, 이번 사태를 조기에 차단하지 못한 문화관광부의 대처 방안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발언하기에 이른다.
‘바다이야기’ 파문과 관련된 향후 대책을 논의가 진행됐고, 이를 통해 PC방 오픈시 기존 신고제였던 것이 등록제로 전환됐다. 게임산업진흥법 개정과 함께 강력한 규제책들이 등장했다. 검찰은 ‘바다이야기’ 관련 사행성 오락게임을 둘러싼 정관유착 의혹 전반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수사팀을 꾸려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결국, 2007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에이원비즈와 유통사 지코프라임의 대표이사에게 사행행위 규제 위반의 혐의로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부정적 ‘게임 인식’ 규제 정책으로 선회
‘강제적 셧다운제’는 법조계 인사들과 학자들을 중심으로 청소년의 자율성과 인권 침해, 가정의 교육권 침해 등의 문제로 비화되며 다양한 논쟁거리를 불러왔다. 최근 ‘선택적 셧다운제’의 형태로 완화 국면에 접어든 듯 보이나. 마치 본래 있던 규제를 풀어주고 있다는 식의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인해 게임 업계도 덩달아 갈팡질팡하고 있다.
최근의 경향은 부모 동의를 통해 아이들의 게임을 선택적으로 제한하고 법적인 제제를 가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셧다운제’는 2005년 8월 국회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청소년보호법 일부 개정안으로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후 2006년 10월, 김희정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 서비스 중독의 예방과 해소에 관한 법률’에 재등장했다. 이는 부모 동의를 통한 선택적 영역의 '셧다운제' 형태였다. 그러나 당시에 이 모두는 통과되지 않았다. 그러다 2010년 4월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 및 최영희 의원 통해 ‘강제적 셧다운제’가 발의됐다. 이후 발의 1년 만인 2011년 4월 법사위법안 심사를 통해 제2소위원회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이 가결되고, 당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를 통해, 게임이 미래 사회의 근간인 청소년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로 국가적으로 제한할 대상이 돼 버렸다.
2011년 11월 ‘강제적 셧다운제’법안이 우리 실생활에 적용되고, 이 법안의 심각성을 주장하던 ‘문화연대’와 ‘한국게임산업협회’ 등은 이 법안의 위헌적 요소를 들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업계과 학계를 비롯 각계각층의 문제제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그런 와중에 2012년 문광부는 돌연 ‘선택적 셧다운제 적용’을 권고하고, 7월 본격 실시했다.

 

문화연대가 주축이 돼 제기한 위헌 소송은 2014년 4월, 합헌으로 판결됐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다양한 이슈들이 첨예하게 난입하기 시작했다. 셧다운제에 대한 국회와 법학자들의 논의와 세미나가 줄을 이었다. 2014년 7월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셧다운제 폐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4년 9월 1일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청소년 대상 인터넷게임 제공 시간에 대한 ‘부모 선택권’을 확대하고, 양 부처와 민간전문가(게임업계, 청소년계)가 참여하는 상설협의체를 구성하는 ‘게임 규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또한, 10월 말부터 상설협의체를 본격 가동하기 위해 협의회 위원들을 위촉했다.

‘게임중독법’, 게임의 문화 예술적 가치와 산업적 위상 ‘말살’
대한민국의 게임 규제 정책은 2013년 손인춘, 신의진 법으로 불리는 ‘게임중독법’으로 그 정점을 찍었다.
속칭 ‘게임중독법’은 ‘강제적 셧다운제’라는 강력한 규제 정책을 기반으로 2013년 1월 11일, 손인춘 의원,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 원안 공개로 그 본색을 드러냈다. 같은 해 4월, 신의진 의원이 ‘중독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발의하기에 이른다.
이에 대해 국회는 물론 산업계와 학계는 찬반으로 양분돼 날선 대립을 이어가게 됐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문에서 “게임, 마약, 알콜, 도박 등 4대 중독으로부터 이 사회를 구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으며, 의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한국 중독의학회는 게임을 4대 중독에 포함시킨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발언을 지지하기도 했다.
당시 K-IDEA는 게임업계에 사망 선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게임중독법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했으며, 캠페인 실시 6일만에 15만명의 서명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공청회 등이 열리기 시작했다.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오진호 대표가 증인 자격으로 소환됐다.
이런 반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2013년 12월,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소관위인 보건복지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에 상정됐다.

 

이후 2014년 3월에는 게임규제개혁공대위를 통해 중독법 및 게임 규제 반대 의견을 한데 모은 ‘게임중독법 정책연구 보고서’가 발간되기도 했다. 올해 5월 신의진 의원이 주최한 ‘중독법 토론회’를 통해 중독법 이슈가 재점화 됐다. 업계와 학계 등에서 불어온 차가운 여론을 인식한 탓인지, 새누리당 크레이지 파티 김상민 의원은 ‘10만이 참여하면 게임중독법이 바뀝니다!’ 찬반투표를 진행하는 등 당내 여론 분열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런 다방면의 압박 때문인지 지난 6월 신의진 의원은 ‘중독법’에서 게임 제외한다는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기조 속에 7월 손인춘 의원은 업계 전문가들과 게임중독 토론회를 개최, 산업을 탄압하려는 법안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후, 신의진 의원은 국내 메이저 7대 게임사 대표를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 관련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하며 으름장을 놓았으나, 9월 개최된 장애인 e스포츠대회에 직접 참석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근 있었던 국감에서는 게임중독법이 아닌 업계의 현안 점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다소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 의원은 국정감사가 열리기 전, 미리 업체 대표들과 비공식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이야기 사태부터 출발한 게임업계의 어두운 그림자는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손 의원과, 신 의원은 산업을 탄압하는 규제 정책의 선봉에 서있다는 역풍을 크게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움직임이 보다 완화되고 적극적인 대화의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는 양상을 띄고 있는 것은 이런 기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창조경제를 지향하고 있는 국가 정책 기조에 정면으로 대립하는 법안 구조와 차세대 먹거리 산업에 대한 육성, 여당에 대한 젊은 지지층 유실 등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게임 과몰입 유저들에 대한 업계 규제와 징벌 형태의 법률 구조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될 여지는 아직 충분하다. 산업 규제에 대한 역풍과 최근 롤드컵 4만 유료 관중 운집 등의 여론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 징벌 형태의 법안 구조가 과몰입 유저에 대한 선도와 업계의 자체적 자정고리 완성, 그리고 사회 복지 차원의 치료 관리 등의 순환구조를 만들도록 국가적 지원과 업계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방면의 노력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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