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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한국 게임 시장 ‘이대로 좋은가’

  • 편집국 press@khplus.kr
  • 입력 2014.12.0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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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소련은 많은 부분에서 경쟁을 했지만, 가장 우선 순위로 뒀던 일 중 하나는 당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독일의 로켓 기술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물론, 그것은 독일이 패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미국은 독일이 패망하기 전부터 최우선적으로 관련 기술을 가진 과학자를 확보했으며, 이를 ‘페이퍼클립 프로젝트ʼ라는 이름으로 진행했다. 과학자 확보 경쟁에서 뒤처진 소련은 생산 시설을 확보했다. 그 결과 기반 시설을 확보한 소련이 미국과의 항공 우주 경쟁에서 먼저 앞서나갔지만, 이후 기술을 개발한 미국에 의해 추월당하게 된다.

최근 몇년간 한국의 게임산업은 힘들게 성장해왔다. 청소년의 학습권과 수면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정부는 주기적으로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줄이도록 강제하는 규제를 발표했으며, 최근에는 게임을 중독 대상으로 규정하는 법률까지 논의되고 있는 형편이다. 업계 종사자들은 스스로 ‘마약 제조자’라는 자조 섞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고, 자녀에게 자신이 부끄러운 부모로 생각되어질까봐 고민하는 개발자도 상당수에 이른다.

최근 중국의 큰 기업들이 잇달아 한국의 게임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의 거대 자본이 국내 게임업체를 쇼핑하고 다닌다는 서글픈 말이 나올 정도다. 게임은 산업의 특성상 생산 시설이라고 할 부분이 거의 없어, 게임산업의 모든 기반은 게임산업의 종사자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빠져나간 게임산업의 국내 기반은 결국 중국 자본에 종속된 게임 회사와 종사자들로 채워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보통 하나의 산업에서 전문인력이 부족한 사실이 인지돼 새로운 전문인력을 육성해 산업에 공급하려면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십수년이 걸린다. 현재 한국의 많은 게임 개발자들은 국내 기업보다는 해외 기업을 선호하고 있으며, 게임산업 종사자라는 직업을 후회하고 있고, 많은 개발사가 파산하고 있다. 최근의 한국 게임산업은 부족한 산업 기반이지만, 해외 자본에 의지하며 성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그런 기반은 점점 해외 의존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금같은 상황이 몇 년간 지속된다면, 종국에는 국내 게임산업 기반은 해외로 유출되고, 국내 업체들은 새로운 인력의 수급을 하지 못하고 스러져 갈 게 뻔하다.

꽃을 화분에 심으면 화분 속에서 자랄 수 있는 수준까지만 자란다. 물론 게임산업에 타산업과는 다른 특혜를 주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최소한 방해는 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국내 게임 산업은 이미 상당 부분 해외 게임회사로 넘어간 상태이며, 10만명 이상이 종사하고 있는 국내 게임산업과 연관 산업은 해외에 종속돼 버릴지도 모른다. 따로 지원은 하지 않더라도 이런 지속적인 규제의 강화는 국내 게임산업을 화분 안에 가둬버리고, 화분의 크기도 자꾸 줄여버리는 꼴이 될 것이다.

마케팅 비용은 점차 높아지고, 정부의 규제는 강해지고, 업체간 경쟁은 점점 심화되고, 해외에서는 다양한 해택을 제시하면서 이전을 유혹하고 있다. 마치 해외 어딘가에서 국내 게임 산업을 대상으로 ‘페이퍼클립 프로젝트’를 진행이라도 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직 국내 게임 산업은 망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약 제조자’소리를 들으며 일할 국내 수많은 게임 개발자를 생각하면 소주 한잔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게임산업이 독일의 로켓 기술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한국의 수많은 게임 개발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글 |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박형택 선임심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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