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디게임 특집]디스 워 오브 마인,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나는 ‘괴물’이 되고 있었다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4.12.11 11:55
  • 수정 2014.12.11 11:59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의 생존 경쟁
- 40일간의 사투와 갈등 그려낸 수작

 

당장 머리위로 미사일이 떨어져서 온 도시가 잿더미로 변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무엇이 될 것 인가. 군복을 챙겨입고 입대를 선택하는 사람도, 고향으로 내려가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에서라면 어떨까. ‘디스 워 오브 마인’은 군대에 포격을 당해 폐허가 돼버린 도시 속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도시를 포위한 군대와, 그 사이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를 안고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아무런 이유 없이 전쟁의 피해자가 되버린 세명의 생존자는 함께 힘을 합쳐 생활해 나가기로 결정한다. 눈을 뜨면 배고픔과 어지러움에 제정신을 차릴 여유도 없다. TV나 영화와 같은 문화생활은 커녕 밥 한끼 떼울 만한 식량도 없는 상황. 세 명의 생존자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지난 11월 14일 인디게임 개발사 ‘11비트 스튜디오’가 신작 ‘디스 워 오브 마인’을 공개한다. 독특한 소재에 암울한 그래픽과 사운드가 인상적인 이 게임은 출시 2일만에 370만 뷰를 돌파했고 2,200개 댓글이 달렸다. 그 중에서 96%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아 역대급 화제를 불러 일으키는 신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개발사는 출시 2일만에 BEP점을 통과했으며, 한 유저당 80분이 넘는 플레이타임을 기록하는 등 훌륭한 성적을 기록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
게임을 시작하면 유저는 3명의 캐릭터를 조작하게 된다. 각 캐릭터는 오전에는 자신의 은신처에서 활동할 수 있고, 오후에는 외부에서 자원을 조달하면서 행동하게 된다. 유저들은 일종의 ‘리더’역을 맡음으로서 이들의 행동을 관리해주면서 생존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각 캐릭터는 발이 빠르다거나 물건을 만들어내는 손재주가 있다거나 요리를 잘하는 것과 같이 다양한 특징을 갖고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각 캐릭터에게 효율적인 임무를 부여할수록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거나 자원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점이 포인트다.
게임 특성 상 모든 행동들은 유저들에게 선택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맡긴다. 애착이 가는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든, 마음에 들지 않은 캐릭터를 죽음에 몰아넣든 모두 유저의 선택이다.

 

인간답게 죽을 것인가, 동물로서 살아남을 것인가
게임은 시작하면서부터 무서운 돌발 상황들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가장 먼저 맞이하게 되는 문제점은 ‘병’이다. 멤버 중 한 사람이 병에 걸리고,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현재 은신처에 없는 물건들을 구해야 한다. 일종의 물물 교환을 통해 가진 자원을 모두 소비하고 새로운 자원을 얻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의 은신처를 잠입해 몰래 약을 훔쳐올 수도 있다. 혹은 버려진 어느 건물 속에 약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도 있다. 훔칠 지, 교환할 지, 신에게 맡길 지는 전적으로 유저의 선택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런 방법도 있다. 유저들은 게임상에서 재료들을 모아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 무기를 집어들고 다른 사람들의 은신처에 잠입, 이를 막는 모든 이들을 제압하고 유유히 보급품을 챙겨 나오는 방법도 있다. 당연히 효율은 다른 사람들을 제압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전적으로 유저에게 달렸다. 과연 3명의 생존자들이 굶주리고 물마저 못마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신은 인간답게 죽는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

 

독특한 소재에서 오는 ‘놀라운 몰입감’
사실 알고 보면 게임이 제공하는 콘텐츠들은 기존 게임에 나와 있는 시스템과 대동소이한 편. 오히려 그 콘텐츠가 좀 더 짧고 적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의 게임이다. 제작 가능한 아이템은 40여개 수준, 게임 상에서 등장하는 캐릭터와 맵은 길어봐야 5~10시간 정도 콘텐츠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평점이 떨어지는 역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12월 1일 현재 메타스코어는 80점 정도다. 엔딩을 본 유저들이 더 이상 시나리오로 게임을 판단하지 않고 콘텐츠로 게임을 판단하기 시작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개발자들이 걸어 놓은 마법이 풀린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을 구매한 일을 후회한다고 말하는 유저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게임이 주는 몰입감이 유저들에게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시나리오와 배경 설정 그리고 게임을 전개하는 기획자의 스토리 진행 능력의 힘이 만들어 낸 놀라운 몰입감이 유저들의 평가를 이끌어 내고, 또 하나 대작 인디게임을 만들어낸 계기가 됐다.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을지 보다 얼마나 오랫동안 돈을 벌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타이틀이 아니었을까.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