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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바람의 나라’ 팀에게 묻다, “최장수 온라인게임 ‘그들의 생존 비법’은”

  • 채성욱 기자 luke@khplus.kr
  • 입력 2014.12.22 12:19
  • 수정 2014.12.2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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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위기는 항상 존재했다. 시대에 맞는 유저 취향 주목했을 뿐”

 

우리나라에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게임이 있다. 언제든 갱신될 수 있는 동시접속자수나 독특한 퍼포먼스 기록이 아니다. 올해로 라이브 서비스 18주년을 맞은 넥슨의 ‘바람의 나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전세계 최장수 상용화 게임으로 지난 2011년 기네스북에 등재돼, 지금도 매년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바람의 나라’는 한국의 온라인게임 역사와 함께 해온 국산게임의 살아있는 유적이다. 그 오랜기간 굴곡 많던 한국 게임시장의 모진 풍파 속에서도 그 명성을 이어오며 혁신과 도전을 지속해왔다.
모바일게임의 고도 성장 속에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에 대해 최장수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 서비스 담당자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현, ‘바람의 나라’의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넥슨지티 클래식RPG팀 박웅석 디렉터와 이준령 사업PM은 “우리에게 위기는 항상 존재해왔다. 급속한 시장 변화 속에 매년이 생존의 기로였다”고 전한다.
그들은 실시간으로 바뀌는 유저 트렌드에 적응하며, 그토록 오랜 기간을 생존해왔다. 그리고 그 연륜을 통해 해답을 찾았다. 그것은 끈끈한 ‘커뮤니티’와 당시의 영화, 드라마 등 실제 유저들의 유행과 삶의 모습을 그대로 게임에 녹여내는 라이브 서비스였다.

- 시대별 트렌드 반영한 실시간 서비스가 ‘핵심’
- 끈끈한 커뮤니티 기반, 개인 자아실현의 장 조성

오늘날의 넥슨이 있기까지는 수많은 명작들이 있었다. 그러나 넥슨 최초라는 타이틀은 그 어떤 작품도 넘볼 수 없는 자리다. ‘바람의 나라’는 지난 18년 간 서비스를 통해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최장수 상용 게임이다. 한국의 온라인 MMORPG가 태동하던 시절, 그 시작과 현재를 함께 하고 있다.

기자 : ‘바람의 나라’는 올해로 서비스 18주년을 맞은 국내 최장수 게임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이준령 사업PM : 재밌는 건, 이전 15주년 때도 이미 최장수 게임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게임 라이브 서비스로 기네스북에 등재를 해보자고 했었다. 결국 실제 기네스북에 등재 됐다. 더 재밌는 건 ‘바람의 나라’는 자신의 기네스북 기록을 매년 자신이 갱신하고 있다.
박웅석 디렉터 :  제주 넥슨컴퓨터박물관에 기네스 증서를 보관 전시하고 있다. 긴 역사를 이어나가다 보니, 기록해야는 부분들도 잘 준비해둬야 하는 것 같다.

기자 : 최근 ‘바람의 나라’를 즐기는 유저들의 동향은 어떤가
박웅석 디렉터 :  가장 핫한 콘텐츠는 시대마다 달라진다. 지난 여름 ‘대업’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천마전 콘텐츠와 관직 시스템을 도입해 반응이 매우 좋다. 이전 전국 투어를 통해 각 지역의 유저들을 직접 만나는 행사가 있었다. 투어 기간 중, 50대 아버지들로 이뤄진 그룹이 정기적인 모임을 하고 있어 만나게 됐다. 장수 게임이다 보니 팬사이트를 봐도 아버지 연령층과 아들뻘 유저들이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다.

기자 : 온라인게임 위기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준령 사업PM :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매년 위기 속에서 살아왔다. 오래된 게임일수록 개발과 홍보 측면 모두 서비스를 이어가기 어려워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항상 대처하고 준비하는 게 생활화돼 있다. 위기는 언제나 존재했다. 모바일이 커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의 영역과 플랫폼을 함께 늘려준 계기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모바일게임이 너무 많아지다보니, 그에 대한 역작용도 많다. 온라인게임은 결국 이어질 것이다.
박웅석 디렉터 :  정확한 답은 아닐 수 있지만, 최근 몇 년간 모바일이 급격히 성장했다. 게임사들도 그런 기류에 발맞춰 체제를 구축했던 것 같다. 일종의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을 하다보면 결국 그 시대의 흐름을 예상해 다음을 준비한다. 개발을 진행하는 과정이나 흐름이 대부분 비슷하기에 잠시 주춤했던 것 같다.

 

기자 : 장수 온라인으로 지난 기간 많은 위기와 어려움들을 극복해 왔을 것 같다
박웅석 디렉터 : 전체적으로 가장 큰 위기는 개발자가 의도한 게임성이 유저의 니즈와 차이를 보일 때다. 그것은 콘텐츠나, 이벤트 등 프로젝트 어디에서나 일어 날 수 있다. 결국 이를 얼마나 잘 캐치하고 조율해 나가느냐가 관건이었다.
이준령 사업PM : 오래된 게임은 그래픽이나 게임성 등에서 유저 접근성이 어렵다. 우리는 당대 화려한 그래픽을 가진 대작 게임과 경쟁해야한다. 이런 작품들이 나왔을 때 유저가 우르르 몰려가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그러나 오래됐기 때문에 형성된 강점도 있다. 그것은 매우 끈끈한 유저 커뮤니티다. 학업 등 다양한 이유로 게임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도 ‘그때 누구누구’하며 반겨주는 친구들이 있는 그런 게임이다. 이게 ‘바람’을 지켜주는 원동력이 아닐까한다.

기자 : 이전 서비스 등의 문제로 사라진 게임들도 참 많다. 최장수 상용화 게임인 ‘바람의 나라’만이 가진 차별점 혹은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준령 사업PM : 타이밍의 문제도 있다고 본다. 정말 잘 만든 게임도 타이밍이 좋지 않아 사라지기도 하고, 보통 수준의 게임임에도 시대를 잘 만나 엄청난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물론 서비스의 안정성은 어느 게임이나 갖춰야 하는 기본중의 기본이다. 우리는 서비스나 운영에서 삐걱대는 곳을 보고도 배우고, 잘 하는 업체에게서도 배우며 지금까지 왔다.
박웅석 디렉터 : ‘바람의 나라가’ 지금까지 버틴 것은 오랜기간 이 게임과 함께해주신 ‘아버지’ 세대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축이 돼 게임 내 자정적인 힘을 가지게 됐다. ‘바람의 나라’는 결국 유저들이 지켜주고 있는 게임이다.

 

기자 : 시대가 변하면 유저의 취향도 변한다. 실제 현대의 온라인게임 유저들의 특성같은 것이 있나
박웅석 디렉터 : 아주 기가 막히게 존재한다. 게임 역시 당대 대중의 트렌드를 함께 따라간다. 영화나 드라마 등 유저 중심에 유행이 그대로 게임에 반영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패딩’이었다.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됐던 실제 청소년들만의 문화였다. 이것이 게임에 반영 됐을 당시 반응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준령 사업PM : 서비스 차원에서도 트렌드가 분명히 존재한다. 처음에는 FPS, 그러다 RPG로 넘어갔다가 이제는 AoS가 대세가 됐다. 우리도 이런 흐름을 따라 게임 내 미니게임으로 AoS모드를 넣었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기존 게임성을 해치지 않을까하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굉장히 빠르거나 편하게 게임을 즐기려는 성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이런 요소들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기자 : 온라인게임이 지속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웅석 디렉터 :  결국 대중의 트렌드 속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발자로서 게임 속의 ‘나(유저)’라는 개인의 자아에 집중해야한다. 게임은 내가 플레이 하지만 실제의 나 자신이 아닌 가상의 공간이다. 그러나 만약 그 안에서 동시대 트렌드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자신의 본질 탐구나, 혹은 자아실현을 도울 수 있다면 어떨까. 온라인게임은 이런 힘과 가능성을 지닌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준령 사업PM : 일단 모바일게임들은 간단하고 단발적으로 즐기는 속성이 강하다. 최근 모바일게임은 자기할 것만 하면 된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은 소통 중심이다. 자기가 할 것을 하면서도 유저들끼리 이야기하고 커뮤니티를 즐긴다. 물론 이 이유만은 아니지만 가장 가시적인 것 같다.

 

기자 : 그렇다면 ‘바람의 나라’의 장수의 비결은 무엇인가
박웅석 디렉터 :  장수 비결은 한 두 가지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수 게임들은 각자 그 게임만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 재미를 바탕으로 경쟁심, 커뮤니티 등 그 게임만의 개성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안에 시대적 트렌드를 잘 반영해가는 고민과 노력이 있어야한다.
이준령 사업PM :오래된 게임의 특징 중 하나겠지만, 매년 주요 유저들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다 보면 알게 된다. ‘바람의 나라’가 한 살씩 나이를 먹을수록 유저도 매년 한 살 한살 함께 나이 들어간다. 예전에는 초등생들이 주된 유저였다면, 이제는 20~30대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유저와 함께 시대를 공유하고 이어갈 수 있는 게, ‘바람의 나라’가 지닌 장수 비결이 아닌가 한다.

기자 : ‘바람의 나라’의 서비스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 어떤 서비스를 이어가려 하는가
박웅석 디렉터 : 올해 18주년을 넘어, 내년 19주년을 준비 중이다. 사실상 이는 또한 2016년에 맞게 될 20주년에 대한 준비이기도 하다. 과연 20주년이 된 ‘바람의 나라’가 유저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역사가 긴만큼 전할게 너무 많아 걱정이다.
이준령 사업PM : 무엇보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비스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항상 감사하는 분들에게 보답하기위해 이 위기를 극복해나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진 김은진 기자 ejui77@khpl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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