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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자뻑마케팅? “3억 벌기 위해 10억을 쓰라는 말인가”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5.01.20 10:23
  • 수정 2015.01.2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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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머 휩싸인 기업들 ‘근거 없는 낭설’일축 
- 같은 비용이면 TV CM 등 타 마케팅 투자가 이득

 

“업계에 자뻑 마케팅이 도를 넘었다. 자사의 자금으로 직접 서비스하는 게임에 결제를 하고 이를 통해 순위를 높이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게임 업계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정체모를 악성 루머 중 일부다. 지난해부터 소위 ‘카더라 통신’을 통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이 소문은 올해 들어 그 수위가 점차 올라가더니 이제는 특정 기업들 타깃으로 삼고 흑색 선전을 하는 상황까지 올라 섰다.
특히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이 루머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고 갈수록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특정 기업은 아예 ‘자뻑 마케팅의 귀재’로 불리기까지 한다. 꼬리를 물고 늘어진 소문은 마치 사실인양 포장돼 최근 구글이 직접 나서서 소문의 진상을 파악하기위해 움직이고 있고, 일부 기업들은 법적인 대응까지도 불사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게 흘러간다. 과연 그 실체는 무엇일까.

‘자뻑마케팅’은 과거 피처폰 마켓때부터 전해내려온 이야기다. 지난 2004년 본지 138호를 통해 자뻑 마케팅의 실체에 대해 고발한 바 있다. 당시 이동통신사들의 ‘추천 게임’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개발사가 직접 핸드폰으로 게임을 다운로드 받는 것과 같은 어뷰징을 한 전례를 심층 보도하기도 했다. 무려 10년이 지난 2015년 현재,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권에 이름을 올려 마케팅 효과를 누린다는 소문으로 다시 부활했다.

 

카더라 통신의 위력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 소문은 점점 수위가 올라간다. “구글 플레이에 수수료 30%를 지불하는 것을 마케팅 비용으로 계산하고 역으로 수혜를 누린다”는 설에서 출발하더니 이제는 소위 ‘유심칩 바꿔끼우기’라는 방법으로 수백개 명의를 동원하고 억대 금액을 결제하면서 매출 상위권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방법으로 마케팅 효과를 누린다는 소문으로 확장된다.
심지어 ‘24일부터 월말까지’라는 특정 날짜 까지도 거론하거나 CPI 등 연관 마케팅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국내에서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라던 소문은 이제는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혹은 주주들에게 소위 ‘재료’를 제공하기 위해 진행된다는 수준으로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한 번 시작된 소문은 소문을 낳고 급속도로 번지면서 더 이상 무시하기 힘든 수준까지 올라서고 있다.

 

1위 달성 위해 10억을 투자하라고?
이런 소문들에 대해 게임 퍼블리셔들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한다. 간단히 계산기만 두드려 봐도 수지 타산이 안맞는다는게 퍼블리셔들의 공론이다. 어뷰징을 통해 매출 상위권을 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십억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것이 그들의 말이다.
실제로 IGA웍스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4년 11월 26일까지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540위권내에 진출한 게임들은 총 1조4천억원 매출을 올렸다. 단순 계산으로 한달에 1,200억원 규모 시장인 셈이다. 그중에서도 2014년 누적 매출 100억원이 넘는 게임은 19개가 넘어간다. 현실적으로 탑 10에 오르기 위해서는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게임 별로 보면 좀 더 구체적인 답이 나온다.
대외적으로 정보가 공개된 A게임의 경우 분기별 매출이 400억원 수준으로 한달 평균 13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하루 평균 4~5억원은 써야 최소 5위권 내에 안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에 노출 극대화를 위해서는 최소 2~3일은 관련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수십억 비용을 써야 비로소 효과를 볼 수 있다 결론이다. 물론 요일별 편차, 날짜별 편차, 각 게임별 프로모션 여부 등과 같이 세부적인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금액은 변동 가능성이 존재한다.

 

수지타산이 안맞는 마케팅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기업은 유통 구조를 예로 들며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상위권 모바일 게임들은 대부분 카카오톡을 플랫폼을 이용하고 , 다른 개발사의 게임을 서비스하는 형태가 많다. 퍼블리싱 계약 구조 상 전체 매출의 30%를 구글플레이에, 또 그 중에서도 21%에 육박하는 매출을 카카오톡에, 그리고 그렇게 나뉜 매출을 다시 개발사와 7:3으로 나눠갖는 것이 일반적인 퍼블리싱 구조다.
10억원을 지불한다면 그중 49%인 5억원이 퍼블리셔에 손에 떨어지고, 다시 이를 7:3으로 나누면 35% ~ 40%규모 순이익이 퍼블리셔 손에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루 1위를 찍기 위해 10억원을 투자하면 3억 5천만원이 손에 떨어지는 셈으로 남은 기간 동안 6억 5천만원을 벌어야 하는 셈이다. 같은 이유에서 6억 5천만원을 손에 쥐기 위해서는 2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확보해야 겨우 ‘자뻑 비용’이 상계가 되는 셈이다. 당연히 인력 비용, 퍼블리싱 비용, 서버 비용 등 기타 비용들에 대한 상계 처리를 위한 매출을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돈 있으면 TV광고를 하지”
때문에 전문 퍼블리셔들은 이 돈이 있다면 오히려 다른 마케팅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평가한다. 한 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차라리 그 비용(자뻑마케팅에 투자하는 비용)으로 슈퍼셀처럼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평가한다.
또 한 마케터는 “그간 수많은 타이틀을 서비스하면서 각 기업들이 쌓아놓은 노하우가 한둘이겠느냐”며 “마케터들이 왜 스스로 나서서 자기 얼굴에 먹칠을 하는 데다 밥줄까지 끊길 일을 자처하겠는가”고 밝혔다.
4:33 박용후 커뮤니케이션 이사는 “누군가 자사를 모함하기 위해 악의적인 소문을 내는 것 같다. 그 소문으로 이미지 타격이 심하다”며 “강력한 법적인 대응까지도 준비하고 있고, 끝까지 발본색원해 다른 업체들이 같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굳이 이 같은 말들이 없더라도 현실적으로 ‘루머’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방안은 있다. 루머가 사실이고, 또 그를 통해 효과를 얻는다면 분명 2014년에는 수십개에 달하는 타이틀들이 차트에 신규로 진입해 각축전을 펼쳤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탑 차트에 이름을 올린 신규 타이틀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그리고 누적 매출 100억원 이상을 달성한 게임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자뻑 마케팅을 진행한 이들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그들은 이익을 봤을까.
잠시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소문은 소문을 낳고 업계 전반에 퍼져 스스로를 갉아 먹는다.
한 마케터는 ‘자뻑마케팅’에 대해 “사건이 있으면 그것을 통해 이득을 얻는 곳을 찾아보면 될 것”이라며 “명백하게 이득을 얻는 회사들은 정해져 있지 않느냐”라고 답했다.
어쩌면 ‘자뻑’을 하는 것은 특정 회사가 아니라 막 성장하기 시작한 모바일게임 시장을 좀먹는 루머를 퍼트리고 있는 당사자가 아닐까. 과연 그가 무슨 이득을 얻을 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게임 산업은 정체 모를 악성 루머에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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