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찰스의 꿈
[데스크칼럼] 찰스의 꿈
  • 편집국장 김동욱
  • 승인 2015.02.05 12: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년전 온라인게임이 시장을 주름잡고 있던 때, 한국산 게임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환대받는 존재였다. 특히 ‘라그나로크 온라인’같은 경우는 일본, 대만, 태국,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지역은 물론이고, 유럽과 북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5대양 6대주에 진출하며, 서비스 국가만 76개국에 달했다. 한마디로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는 얼굴도 보지 않고 데려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좋은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 세상으로 시장이 급변한 지금, 한국산 게임의 해외 진출 성적은 과거의 명성에는 비교조차 부끄럽다. 이 와중에 한국산 모바일게임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는 타이틀이 ‘모두의 마블’이다. 이 게임은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시장에서 강력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며, 높기만 해 보이던 만리장성의 벽도 넘는 형국이다. 국산 모바일게임으로 중국에서 1,300만 누적 다운로드를 기록한 것은 ‘모두의 마블’이 유일하다.  이 게임의 흥행에는 어떤 비결이 숨겨져 있을까. 물론 게임 자체도 매우 탄탄하게 설계됐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그 비결은 이 게임의 할아버지격인 ‘모노폴리’의 탄생 시점인 1929년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당시 이 게임을 만든 ‘찰스 대로우’라는 사람은 미국 전역에 불어닥친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일자리 잃은 노동자였다. 극심한 실업난과 가난 속에서 찰스 대로우 같은 실업자는 당시 4,000만명에 달했다. 그는 생존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누구도 그에게 일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직업 없이 어렵게 사는 사람이 자신만은 아닐 것이라며 스스로 위로하기도 했다.
그의 머리 속에는 하루 빨리 빈곤에서 벗어나 가족들과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장면만이 가득했다. 그는 이런 불황에는 모든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상상을 하는 것이 보편적인 심리 상태일 거라 생각하며 매일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던 어느날, 주방 바닥을 새로 칠하다가 불현듯 그의 뇌리를 스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게 바로 ‘모노폴리’였다. 현실에서는 돈 한푼 없는 실업자라도 이 세계에서는 누구나 부자가 돼, 마음대로 땅과 건물을 사고 파는, 그야말로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상상이었다. 설령 게임에서 지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찰스 대로우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파커 브라더스사’에 제안을 했다. 특히나 이 회사는 미국 최대의 완구회사인 하스브로의 자회사였기 때문에, 자신의 모노폴리 아이디어를 충분히 받아들여줄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규칙이 복잡하고, 플레이 시간이 길다는 둥 여러 핑계거리로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삶의 벼랑 끝까지 와 있던 찰스 대로우는 포기할 수 없었다. 이리저리 돈을 변통해 직접 7,000개의 모노폴리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자마자 생각지도 못했던 인기를 얻었다. 그러자 찰스 대로우를 차갑게 내쳤던 파커 브라더스의 담당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계약을 하자고 찾아오기에 이른다. 1935년, 모노폴리의 정식 제품이 세상에 나왔고, 전세계적으로 80만개가 팔리는 히트 상품이 됐다. 경제대공황이 끝난 이후에도 모노폴리의 열기는 식지 않았고, 지금까지 수억개에 달하는 제품이 전세계에 팔렸다.
사실 상, 모노폴리는 불황이라는 당시의 사회적 이슈가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통해 정신적 위안을 줬을 뿐 아니라, 특수한 심리적 욕구를 만족시켜준 셈이다. 빈곤과 실업에 시달리면서도 모노폴리의 세계에서 환상적인 모험을 즐기고 싶었던 사람들이 여기에 빠져든 것이다. 부자가 되고픈 욕망은 어느 누구의 마음 속에나 존재한다. 다만 현실이 그렇지 못할 뿐이다. 모두의 마블이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저변에는 ‘부자의 꿈’이란 키워드가 감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실신’이란 신조어를 최근 뉴스를 통해 들었다. 청년들의 실업과 신용불량이란 두가지 의미가 담겨있는 이 단어는 2015년 대한민국의 서글픈 자화상을 보여준다. 틀에 박힌 말이지만 함께 용기를 가지고 노력하자고 격려하고 싶다. 모노폴리라는 세계적 히트 상품을 창조해낸 찰스 대로우도 극심한 불황의 세상 속에서 이걸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