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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크라우드 펀딩, 상당수 출시일정 불투명 ‘공짜돈인가’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5.02.16 15:44
  • 수정 2015.02.1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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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개 펀딩 성공게임 중 5종만 출시 
- 개발팀 해산에도 불구 환불 규정 모호

 

지난 2012년 국내에서 크라우드펀딩 개념이 알려지기 시작한 이후 총 100여종이 넘는 타이틀이 펀딩을 시도했다. 그 중에서도 비교적 낮은 수수료 게임 개발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선호한 플랫폼으로 알려진 ‘텀블벅’에는 약 60여종 타이틀이 펀딩에 응모하면서 대중적인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이를 통해 숨어있던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펀딩을 통해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새로이 인디게임 개발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며 긍정적인 역할을 소화해 냈다고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평가한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리 화려하지는 않다. 정해진 기일 내에 게임을 출시하는 회사가 드물고 프로젝트 중간에 개발을 취소하고 잠적해 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연일 성공사례가 공개되는 가운데 숨겨져 있던 진실의 뚜껑을 열어봤다.

2015년 2월 현재까지 텀블벅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 타이틀은 60여종에 달한다. 그 중 실제 펀딩에 성공한 작품은 약 23종. 총 모금금액은 2억원이 넘어간다. 게임당 평균 1천만원 정도를 펀딩으로 모금한 셈이다. 사전 정보만으로 모금을 진행한 점을 감안하면 적다고만 볼 수는 없는 금액이다.
이들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각 게임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보상은 게임 내 캐릭터를 만들어 준다거나, 이름을 삽입한다거나 특정 아이템을 지급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다른말로 이야기하저면 일종의 ‘사전판매’ 공간인 셈이다.

대체 언제 나오나?
총 60개 작품 중 현재 시중에 나와서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작품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만하다. ‘와들와들 펭귄즈’, ‘뀨잉펫’, ‘삼한제국기’, ‘이니그마’ 정도가 현재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에 해당한다. 그 외 타이틀들은 대부분 약속된 출시 기한을 넘겨 개발중이다. 1~3개월 연장은 기본이고 심할 경우에는 해를 넘길 정도로 연기 기간이 길다. 그나마 ‘개발중’인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작품은 양반이다.

 

아예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 조차 없고 스크린샷 한두장으로 돈을 받아 챙기는 사례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H프로젝트는 펀딩 성공 이후 단 한차례도 관련 정보를 언급하지 않는다. R프로젝트는 3개월전에 소위 ‘생존신고’를 한 다음 소식이 없다.
무책임한 프로젝터들 덕분에 펀딩 참가자들은 발을 동동 구른다. 말 그대로 ‘후원자’로서 기분 좋은 일을 하던 사람들의 항의가 이어진다.

마땅히 처벌할 방안 없어
그렇다고 해서 무책임한 프로젝트 개발자들을 처벌할 방법은 없다. 프로젝트 개발자에게는 프로젝트를 업데이트 하는 것도 혹은 개발하지 않는 것도 자유다. 유일한 방안은 환불 뿐. 이마저도 개발자가 거부하면 마땅히 환불을 받을 만한 방법이 없다. 이미 펀딩이 끝난 상황에서 정산이 완료됐기 때문에 개발자가 연락을 끊을 경우에는 마땅히 대처할 만한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크라우드 펀딩의 경우에는 ‘상품을 판매’한다거나 ‘투자’하는 개념이 아니라 ‘후원’을 해주면 이에 대한 감사의 인사로 ‘선물’을 주는 개념이어서 사실상 법적인 처벌이 쉽지  않다는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모 회사의 법무 팀장은 “예악판매로 분류를 규정할 경우 전자상거래법과 소비자보호법 등에 저촉된다고 볼 수 있으나 사실은 ‘기부’이기 때문에 관련 피해사실 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관련 법 체계가 아직 정비중인 상황이어서 대응할 방안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개발자들 “완성도를 위해 이해해달라”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개발자들을 이해해달라”고 펀딩 성공자들은 말한다. 개발 과정에서 상당부분 스펙이 변화하기 때문에 더 좋은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욕심을 부릴 수 밖에 없고, 때문에 개발 기간이 늘어난다는 것이 그들의 말이다.
또 일부 개발팀들은 개발 도중에 불가피하게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고 말한다. 진행 과정에 팀원들과 불화로 인해 게임스펙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 오면서 아예 프로젝트 자체를 파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팀원이 군대에 입대한다거나 부모님이 개발을 금지시키는 웃지못할 사연도 있다. 불가피한 일들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말이다.
펀딩에 성공한 한 개발자는 “일단 게임을 내지 못하는 것 만으로도 분명히 잘못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라며 “꾸준히 새로운 정보를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며 많은 분들의 양해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언제든 ‘후원’을 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환불을 해 주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환불을 의뢰하는 사람이 없다시피해 게임을 완성하는 것이 유일한 보상책일 것”이라고 답했다.

 

펀딩 참가자들 “진실성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
펀딩 참가자들은 대다수 프로젝트의 경우 자체적으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다거나 게임 시연회를 갖는 등 여러모로 정보를 공개하면서 진척 상황을 알 수 있다는 점으로도 만족한다고 평했다. 그러나 일부 프로젝트가 전체 판을 흐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한다.
D프로젝트에 투자한 A씨 (29세, 서울 중구)는 “펀딩에 참가한 게임 개발팀 팀원이 블로그를 통해 ‘군대간다’면서 ‘프로젝트 개발이 더 이상 어려울 것같다’는 말을 끝으로 잠적해 버린 프로젝트에 투자했다”며 “펀딩 당시만 해도 거의 완성된 것처럼 이야기하거나 필요한지도 모를 것 같은 콘텐츠를 대거 업데이트한다고만 말하고 완성일을 차일피일 미루는 프로젝트 개발자 때문에 치가 떨린다”고 밝혔다.
그는 “좋은 일 한다셈 치고 힘내라는 의미에서 준 돈이기 때문에 회수할 생각은 없다”며 “얼마 안 되는 돈에 양심을 판 개발자가 오히려 더 힘들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밝혔다.
B씨 (33세, 경기도 일산)는 연간 50만원이 넘는 돈을 크라우드 펀딩에 투자한다. 그는 “프로게임 개발팀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인디게임 개발팀들이 한다고 생각해 더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해달라고 투자를 한다”며 “독특한 게임들이 눈에 보일 때 마다 10만원 정도는 기꺼이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프로젝트를 살펴 볼 때 스크린샷을 올린 것인지 아니면 그림 한장 올리고 마치 실제 개발작품인지를 확인할 정도로 엉망인 상황이어서 이를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뢰로 일궈낸 약속, 결실 맺을까
올해 1월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팀들 대부분이 새해 인사와 함께 개발 근황을 전했다. 개발중인 사항에 대한 안내보다는 ‘연기에 대한 사과의 말씀’을 올리는데 급급하다.
현재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한 팀들 중 약 20개 팀이 정식 버전을 선보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개발 과정조차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들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처음에는 응원을 거듭하던 후원자들의 게시글도 점차 줄어들고 덩달아 신규 펀딩 게임에 대한 관심도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다. 때문에 기존 후원자들도 더 이상 신규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논의하는 작업을 주로 진행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법률적인 제도 마련에 도입할 예정이다. 투자자 보호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주된 논의 과제로 이르면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본격적인 크라우드 펀딩이 출범되면서 불안 요소들은 대부분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정식 출범 전에 벌써부터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 대해 개발자들은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후원을 받았다면 후원자들을 만족시켜야 그 다음 펀딩에도 기꺼히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 개발팀들의 책임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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