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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비 필드] 아르의 일기 ①

  • 이복현
  • 입력 2002.04.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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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일. 오전 8시. 부지런한 함장들은 저마다 신께서 보내주신 돈으로 배를 사고 자신의 운용술을 실현하고 있을 시각. 한 게으른 함장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졸려...”
게슴츠레한 눈으로 달아나는 잠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이 한심한 인간은 앞으로 연재될 ‘아르의 네필일기’의 주인공이다.
“배고파...”
시작부터 많이 불안하다.

처음의 한심스런 모습은 시간이 지나가자 사라졌고, 함장복을 입은 그도 한 사람의 당당한 함장이 됐다. 그리고 ‘뚜벅 뚜벅’ 구둣발의 거침없는 소리를 내며 문 밖을 나섰다.
태양의 밝은 빛에 눈이 부셨지만 그 빛을 통해 보이는 세상의 모습은 그동안 퇴역 해군 장교로, 여기 저기 고기잡이 배를 몰며 지내왔던 그의 처절한(?) 삶을 보상하기 충분했다.

“와! 이곳이 내 전쟁터란 말인가!”
전의 썰렁하고 우중충한 항구는 네필만 주위의 화려한 도시가 되었고 몇몇의 선원만 어슬렁거리던 거리엔 수많은 신입 선원들이 지나다녔다.

“역시 신의 손은 위대하단 말이야. 겨우 20여일 만에 이렇게 만들고. 그럼 배를 사러가야지.” 얼빵하게 주변을 보던 그는 궁시렁거리더니 저 멀리 보이는 쉽 야드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쉽 야드 입구. 괴상한 모니터가 비행기 3대가 날아가는 썰렁하고 이상한 화면을 띄우며 물었다.
“이름?”
“arcas(아르카스)”
“비밀번호?”
“********(<-공개 할 것 같은가!)”
“없음.”
“엥?”

외마디 황당성을 그는 내질렀지만 모니터는 ‘출입불가’라는 붉은 글씨만 커다랗게 띄웠다.
“아..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수상한 사람으로 인식.”
“어... 어이. 지난번 비번 바꾼걸 잊었어. 비밀번호가 ********이라고.”
“....... 데이터 검색완료. 출입을 허가합니다.”
“휴...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는 괴상한 모니터 안으로 들어갔다.
모니터 안은 도크로 전의 플킷과 구축함, 경순양을 비롯하여 보도 듣도 못한 여러 함들이 저마다의 위용을 뽐내며 자신을 드넓은 바다로 이끌 함장과 선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많군. 특히나 저~~ 멀리 있는 가장 큰 배. 저걸 타야 할 텐데...”
불가능했다. 일단 돈이 없을 뿐더러 조종 할 수 있는 선원이 단 한명도 없었다. 그저 바라볼 뿐이다.
“어떤 배를 원하십니까?”
사지도 않을 거면서 뚫어지게 쳐다보자 배에 구멍이 뚫릴까 걱정된 한 병사가 그에게 물었다.
그를 빤히 쳐다보고는 눈물을 찔끔 흘리며 말했다.
“플킷 제일 소형으로...”
“...알겠습니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병사는 걸어갔다. 겨우 플킷 살 넘이 왜 중 순양 앞에서 얼쩡 저리는 건지...
연락을 받고 자신의 배에 간 아르카스. 그의 앞에는 형체만 덩그러니 있는 플킷이 있었다.
그리고 배 이름을 묻는 화면이 띄워진 모니터가 놓여있었다.
“이건 뭐지?”
그것은 통제 모니터라 일컫는 것으로 포와 FCS(사격통제장치), 엔진을 선택 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패키지 세트처럼 통으로 배를 파는 게 아니란 말이다.
“아. 그래? 고맙다.”
...해설자를 도우미로 보는 건지. 어떻게 알아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넘어가고. 아르는 배이름을 적다가 의아했다.
한글이 안 써졌다. ‘쳇’이라는 투덜거림을 내뱉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지 이름 그대로 ‘arcas’
(지 이름 한글이 먹혀봤자 ‘아르’면서 투덜거리긴...)라 적어두고는 3.1 인치 포를 장착했다.
‘기이잉’ 이란 기계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며 기중기가 다가왔다. 3.1인치 포를 매달고서는... 그런데 바뀐 게 없었다.
관계자 누군가의 말로는 좀 더 장비가 빠르게 바뀐다더니.
철컥.
포가 함체에 장착되었다. 그런데...
“어라? 왜 약간 아래쪽에 치우친 거지?”
아르의 말대로 포는 아래쪽에 있었다. 표시는 중앙인데...
“버근가? 눈에 띠는 거니 금방 고쳐질 꺼야.”
...낙천적으로 생각하자.
어쨌든 모든 장비를 갖추고 어련히 알아서 등장한(?) 선원들을 태운 아르.
자신도 배에 올라 출항 명령을 내리려고 손을 뻗으려 말하려는 찰라. 빠진 게 느껴졌다.
“오퍼레이터는?”
그랬다. 없었던 것이다. 아니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디서 모집하는지 몰랐다.
아르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까의 활기찬 표정이 아닌 맥 빠진 표정으로 명령을 내렸다.
“출하앙.”
배는 기적을 울리며 당당히 출발했다.
“흑... 여자 오퍼를 기대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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