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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서 ‘로또’를 만난다

  • 이석 객원
  • 입력 2004.08.0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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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선릉 전철역 인근. 김 사장의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50여평 남짓한 사무실은 텅비어 있었다. 서비스를 앞두고 본사 직원 대부분이 몽골로 건너간 탓이다. 김 사장도 다음날 몽골로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원래는 지난달 20일부터 서비스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7월 15일이 몽골의 대선 기간인 관계로 서비스를 한달 정도 늦췄습니다.”

김 사장은 이번 로또 서비스를 통해 한해 매출 300억원 정도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한다. “사회주의였던 몽골은 지난 91년 처음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도입했습니다. 이때부터 몽골인들에게는 잘살아보겠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 자체가 열악하다 보니 복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입니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은 현지인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홍보를 벌이고 있다. “우선은 현지인들에게 로또에 대한 이미지를 심는 게 중요합니다. 때문에 몽골의 주요 일간지는 물론이고, 방송, 라디오를 통해 수시로 이미지 광고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조만간 TV 방송용 CF도 제작해 내보낼 예정이다.”||김 사장은 몽골인들도 한국의 로또 열풍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귀띔한다. “현지인들중 상당수가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로또 열풍’에 대해 잘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불법 체류하던 사람들이 돌아가 입소문을 퍼트린 탓이죠. 광고를 보고 벌써부터 로또에 관심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몽골에서 서비스되는 로또는 우리보다 확률이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645(1~45번중 6개)로 1등 당첨 확률이 840만분의 1이다. 그러나 몽골은 630으로 확률이 60만분의 1이다. 1회 구매 가격도 우리돈 600원 수준으로 용지 한 장에 4회까지 기입할 수 있다. 김 사장은 향후 자체 개발한 로또 발행 기계와 솔루션도 판매해 수익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기계 한대당 판매가격은 1백만원 정도. 국내에서 사용하는 로또 기계의 4분의1에 불과하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로또 기계를 들여다 사용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기계 한대당 가격이 4백만원을 넘어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습니다.”

말레이시아나 필리핀과 같은 나라들이 김 사장의 수출 타깃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아직까지 기계식이 아닌, 수기식으로 로또를 발행하고 있다. 때문에 로또 발행 기계와 솔루션, 경영 노하우 등을 패키지로 묶어 판매할 경우 추가적인 매출이 가능하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물론 그동안의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김 사장이 로또 발행을 위해 몽골을 찾은 것은 지난 2001년. 당시까지만 해도 로또는 국내에서도 아직 발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때문에 현지 공무원들에게 로또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은 그동안 쉴 새 없이 한국과 몽골을 넘나들었다. 국내에 로또 열풍이 불어 닥치자 몽골의 고위 공무원들을 초청해 현장을 견학시키는 등 로또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만 3년 정도를 쏟아 부었다. ||이같은 노력 때문일까. 김 사장은 지난해 9월 몽골 법무부로부터 최종 허가를 받았다. 별다른 수입도 없이 3년을 기다린 끝에 얻어낸 값진 결과인 셈이다.

“사업계약을 체결하던 날 저녁 뒷산에 올라가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동안 고생했던 기억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더군요.” 그러나 사업권을 따냈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특히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이름도 모르는 외국 기업에 투자를 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겠습니까. 처음에는 평소 잘알고 지내던 사람들로부터 자금을 끌어 모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들조차도 처음에는 쉽게 믿으려 하지 않더군요. 이들을 설득해 투자를 유치하는데만 상당한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현재는 주식을 발행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김 사장은 향후 징기스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친다. “징기스칸이 힘으로 흩어져있는 몽골 부족을 통일시켰다면 저는 로또로 몽골을 정복할 것입니다. 사업이 어느정도 궤도에 접어들면 코스닥에도 도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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