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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알바 경계령’

  • 이석 아이위클리
  • 입력 2004.02.2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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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으로만 나돌던 알바 고용설을 폭로한 장본인은 ‘Relic’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이다.

이 네티즌은 최근 한 게임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게임업계의 낯뜨거운 회원 확보 경쟁을 여과없이 공개했다.

사실 게임업계가 알바생을 동원해 자사 게임을 홍보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비슷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C온라인 게임업체의 한 관계자는 “업체간 회원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당수 업체가 알바부대를 별도로 운영해 여론을 조장하고 있다”며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게임시장에 아르바이트생이 활동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이같은 사실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관련 사실을 쉬쉬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네티즌은 자체적으로 조사한 근거까지 들며 소문으로 나돌던 알바 고용설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A4용지 4장 분량 남짓한 글에서 그가 부각시키는 부분은 아이디다. 특정 아이디의 이름으로 게임을 홍보하는 글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게임 관련 커뮤니티를 오랫동안 모니터링 했다고 한다. 문제의 글을 올린 아이디가 알바생이라고 확신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현재까지 업체 직원인지, 아니면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사주를 받은 것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며 “게시판을 돌아다니면서 특정 게임을 홍보하거나 경쟁사 게임을 비난하는 글을 정기적으로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대표적인 게임중 하나가 W온라인게임이다. H사에서 배급하고 있는 이 게임은 베타 서비스 당시만 해도 게이머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지난 5월 상용화된 이후 상당수의 유저가 빠져나갔다. 바닥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알바생을 고용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 테스트서버의 공성전 업데이트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이후 관련 게임에 대한 글이 부쩍 늘었다. 게임 관련 게시판마다 “감동이야” “기자님들 봐주세요” “혼이 담긴 게임 OO 추천합니다” “역시 안정성 하나는 끝내주네요” “기다리던 3D 공성전이 왔습니다” 등의 글이 정기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찬양성’ 글 일색이다.

물론 해당업체측은 관련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한동안 잠잠했던 게임이 다시 뜰 기미가 보이자 경쟁사에서 딴죽을 거는 것 아니겠냐”며 “우리회사도 그동안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회사측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각 게시판마다 똑같은 제목의 글이 한 아이디로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측도 비슷한 의견을 토로한다. T온라인게임을 서비스중인 업체의 한 관계자는 “OOOO 게임이 뜨면서 경쟁업체로부터의 견제가 이미 적정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며 “게임을 비방하는 글은 물론이고, 공공연하게 비난여론을 조성해 회원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들어서는 포털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지식검색 서비스도 알바생들의 주요 근거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궁금증을 풀어주거나, 정보를 주는 것처럼 글을 올린다. 때문에 언뜻 봐서는 유용한 정보를 올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글도 알고 보면 알바생들의 작품이다. 스스로 질문을 올리고 답변을 하는 ‘자작극’인 셈이다.

한 게이머는 “지식검색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답변 뒤에 자사 도메인으로 직행하는 링크를 은근슬쩍 끼워넣은 경우가 많다”며 “이같은 글을 유심히 보면 대부분이 같은 아이디로 올라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지식거래소를 운영하는 엠파스는 요즘 정체불명의 글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엠파스 김수경 홍보팀장은 “모니터링 요원 5명이 24시간 게시판을 감시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스팸성 글이 수시로 올라오기 때문에 회원들의 원성이 대단하다”고 토로했다.

김 팀장은 얼마전 광고성 글을 올리는 아이디를 상대로 ‘회원 탈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게시판 하단에 법적 책임을 묻는 경고문까지 게재했다. 그러나 아이디만 바꿔 다시 글을 올리고 있어 제재가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팀장은 “하루에만 10개 이상의 새로운 아이디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얼마전 ‘음해성 글을 계속해서 올릴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일제히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게이머들의 피해가 없는 한 게시판을 통한 홍보가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게임과학고 이명숙 이사장은 “일부 업체를 제외한 상당수 게임업체들이 자금난과 마케팅력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영세업체들이 자사 홍보를 위해 게시판을 활용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쟁사 비난 등이 글에 포함될 경우 문제가 달라진다. 자칫하면 법적 분쟁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이유야 어쨌든 경쟁사 흠집내기를 통한 홍보는 있을 수 없다”며 “네티즌들의 입김이 점차 기업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자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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