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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시 폐인’을 아시나요(?)

  • 이석 아이위클리
  • 입력 2004.02.1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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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시 게임의 대표주자는 이른바 ‘백색마약’이라 불리는 ‘화이트앨범’이다.

이 게임은 언뜻 보면 일본의 ‘18금 게임’과 비슷하다. 게임 스토리 대부분이 여성을 공략하는데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은 그러나 미연시와 18금은 엄연히 다르다고 말한다. 조잡한 화면과 빈약한 스토리로 일관하고 있는 ‘18금 게임’과 달리 미연시 게임은 스토리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자칭 ‘화이트앨범 폐인’이라는 한 게이머는 “18금 게임의 경우 스토리 없이 야한씬에만 집착한다. 그러나 미연시 게임은 탄탄한 스토리를 배경으로 게임을 풀어나간다. 그래픽이나 사운드도 나무랄데 없이 훌륭해 한번 빠지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게이머들 사이에 이 게임이 ‘백색 마약’으로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게임은 주인공의 여자친구인 유키가 연예계에 데뷔하고, 외로워진 주인공이 주변 여자에게 꼬리를 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특히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겨울과 맞아떨어져 겨울이 되면 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게이머들의 설명이다.

얼마전 우연히 화이트앨범을 해봤다는 한 게이머는 “게임에 앞서 마음을 단단히 다져둘 필요가 있다”며 “엄청난 자제력이 없는 이상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사이버 공간을 통한 폐인들의 교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보통 포털사이트에 커뮤니티를 개설해 자료를 교환한다.

그는 “한글판 화이트앨범이 설치파일 형태로 인터넷에 나돌고 있어 쉽게 다운받을 수 있다”며 “호기심을 못이겨 다운 받았다가 3일간 폐인이 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화이트앨범’이 남성용 게임이라면 ‘환타스틱 포츈’은 여성들을 위한 미연시 게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게임은 남성이 여성을 유혹하는 전통적인 스토리에서 탈피, 여성들이 남성을 유혹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우선 판타지 세계에서 온 미소녀 중 하나를 선택한다. 종류는 3가지. 판타지 세계의 공주 디아나, 지국에서 잘못 날아온 메이, 성별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실피시 등이다.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하면 본격적으로 남성을 사냥하게 된다.

판타스틱 포츈을 자주 이용한다는 게이머 이모씨(26)는 “성별이 정해지지 않은 실피시가 어떤 캐릭터와 연결되는가에 따라 엔딩에서 여성 혹은 남성으로 바뀔 수 있지만, 남성보다는 여성 게이머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며 “다음이나 네이버의 카페를 통해 현재 상당수의 폐인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의 경우 ‘플러스+=내 기억속의 이름’이 상당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게이머들에 따르면 미연시 게임 하면 보통 일본을 연상하기 쉽다. 유명한 미연시 게임이 대부분 일본 게임이었고, 미연시 게임에서 빠져서는 안될 존재인 미소녀 캐릭터의 원조도 일본이기 때문이다.

‘플러스’는 이런 일본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작품. 이 게임의 경우 제작 기간만 3년이 걸렸다. 게임에는 모두 3명의 여성이 등장하는데, 모두 일본 미소녀와는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 지겹도록 순수함만을 강조하는 일본 게임과 달리 캐릭터를 좀더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자신을 ‘플러스 마니아’라고 밝힌 한 게이머는 “플러스의 경우 출시 이전부터 ‘연애게임 폐인’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받았다”며 “그동안 수없이 보아왔던 일본 캐릭터와 달리 신선함이 느껴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미연시 연애게임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미연시 폐인’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게임들이 ‘야한씬’이나 이성 사냥 등 18금 게임의 속성을 고스란히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게임들이 청소년에게 성적 집착 등 잘못된 이성관을 심어주지 않을까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기준 컴퓨터생활연구소장은 “연애게임 폐인은 최근에 등장한 신조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연애게임은 여성이나 남성을 유혹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게임에 심취한 청소년들이 여성을 단순한 공략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물론 게이머들은 18금 게임과 미연시는 엄연히 다르다고 말한다. 미연시게임 커뮤니티인 ‘아이즈걸’의 한 관계자는 “야게임의 경우 스토리도 없이 야한씬에만 집착하지만 미연시 게임은 탄탄한 스토리가 우선이고, 야한씬은 부수적인 요소다”며 “야한씬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몰아세우는 것은 성관계 자체를 부인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관련 부작용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는 상태. 어 소장은 “상담을 하다 보면 미연시 게임에 탐닉해 학교 가기를 꺼리는 전화를 자주 접하고 있다”며 “이미 일본이나 중국은 이같은 게임이 사회적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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