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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도 ‘하고’ 애인도 ‘만들고’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4.01.2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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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포털인 한게임과 넷마블은 지난해부터 ‘커플 전용 맞고’를 서비스하고 있는데 인기가 좋다. 넷마블 장재혁 과장은 “지난 추석을 전후해 ‘러브 대박맞고’를 오픈했는데 자리를 잡은 것 같다”며 “정확한 수치는 나와있지 않지만 동시접속자만 10만명 가까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게임이 운영하는 ‘러브 맞고’도 현재 10만명 전후에서 동시접속자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커플 맞고가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 게임은 기존의 ‘맞고’와는 서비스 취지부터 다르다. 동성끼리 아무리 ‘go’를 눌러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장 과장은 “남녀가 마주앉지 않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게 러브 대박맞고의 특징”이라며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성 친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젊은층에서 특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진행을 위해서는 우선 상세한 프로필과 사진을 등록해야 한다. 한게임의 경우 사진이 옵션이지만, 넷마블은 사진까지도 의무적으로 게재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게임에 접속하면 원하는 이성에게 게임을 신청할 수 있다. 때문에 이곳을 찾는 게이머들 중 상당수는 싱글족. 게임보다는 이성과의 만남이 이들의 주목적이다. 최근 들어 커플끼리 들어와 게임을 즐기는 모습도 자주 목격되고 있지만 아직은 일부에 불과하다.

실제 러브 맞고에 접속해 보았다. 프로필을 등록하고 게임장에 입장하자 ‘드라이브 한판’ ‘커피한잔’ 등의 글이 가득하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김모씨(30)는 “러브맞고에 들어오는 사람들 중에서 게임에 관심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며 “대부분은 오프라인 만남을 생각하고 접속한다”고 설명했다.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처절하다. 일부러 돈을 잃어주는 게 남성들의 매너로 자리잡았을 정도. 일부 남성의 경우 여성 배려 차원에서 게임이 끝난 후 개평을 주기도 한다. 김씨는 “넷마블에서는 원래 여성이 게임에 졌을 경우 딴 사이버머니의 20%를 돌려주게 돼있다. 커플로만 연결될 수 있다면 내돈까지 돌려줘도 괜찮지 않겠냐”며 너스레를 떤다. ||||한때 뭇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TV 프로그램 ‘사랑의 스튜디오’도 온라인 게임을 통해 잇따라 재현되고 있다. 게임포털이 운영하는 ‘천생연분’과 ‘러브러브 스튜디오’가 대표적인 예.

지난해 11월 첫선을 보인 이 게임도 컨텐츠보다는 ‘짝짓기’가 주 관심사다. 게임에 접속하면 우선 자기 소개를 통해 호감도를 체크한 후, 빙고퀴즈, 서바이벌 퀴즈, 러브러브OX 등의 퀴즈 게임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이성을 선택하게 된다. 이때 연결된 커플은 커플 전용 채팅방에서 오붓한 시간을 즐기거나, 둘이 같이 또다른 커플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커플 연결에 실패했을 경우 ‘패자 부활전’을 통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인포웹이 운영하는 ‘팝플’은 커플 개념이 특히 잘 발달돼 있다. ‘사랑의 스튜디오’를 본딴 ‘러브러브 스튜디오’에서부터, 커플 전용 아바타룸, 아바타 결혼식장 등 커플을 위한 컨텐츠가 풍부하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스튜디오 입구에서부터 즉석 부킹을 시도하기도 한다. 미리 짝을 정해놓고 게임장에 들어가는 것이다. 커플이 결정되면 인근 결혼식장에서 친구들을 불러놓고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커플용 방도 있어 원한다면 둘만의 신혼살림을 꾸릴 수도 있다. 이렇듯 ‘커플 문화’가 신세대 게이머들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커플 게임이 급속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 등장한 커플 게임은 화려한 그래픽을 무기로 하는 정통 온라인 게임과는 차별화를 선언하고 있다. 사실적인 그래픽보다는 만화적이고 코믹한 요소를 강화한 게 커플 게임의 특징. 때문에 이곳에서는 게임 성공의 교본처럼 돼버린 몬스터 사냥 장면이 없다. 브라운관에 난무하는 피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커플 게임이 틈새시장을 잘 개척한 것으로 분석한다. 한 게임평론가는 “커플 개념을 강화함으로써 남성 뿐 아니라 게임에 관심이 없는 여성들까지 불러모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며 “종전의 온라인 게임 대작과는 차별화가 뚜렷해 향후 적지 않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본래의 목적보다 남녀간의 만남이 부각되지 않을까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게이머 이모씨(31)는 “커플 게임은 대부분 게임 기능보다 채팅이나 남녀간의 만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게임업체가 나서서 탈선을 부추기지는 것은 아닌지,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마련해 놓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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