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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이템도 ‘경매입찰’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4.01.1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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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아이템 경매 사이트인 로우템의 한 게시판. 이곳에서는 현재 ‘+9 싸울아비 장검’과 ‘+9 엑설런트 전설의 지팡이’에 대한 경매가 한창이다. 아이템 중계 사이트의 거래 가격이 각각 2백5십만원과 2백만원 상당인 이 아이템의 입찰 가격은 다이아몬드 2개(시가 1만원 상당).

경매 방식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1∼999 숫자 중 하나를 택해 입력하면 된다. 이렇게 해서 중복된 입찰자가 없는 숫자를 입력한 사람이 아이템을 낙찰받게 된다. 낙찰자가 중복될 경우 가장 낮은 숫자를 입력한 사람이 최총 낙찰자가 된다.

경매 게시판을 클릭하자 이미 수백명이 입찰을 마친 상태. 이 회사 대표 김영훈씨는 “저렴한 가격에 고가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게이머들의 반응이 좋다”며 “지난달부터 경매를 시작했는데 현재 1천명이 넘는 게이머들이 입찰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비드템에서는 ‘+9 싸울아비 장검’이 금화 1개에 낙찰돼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1만원 결제시 금화 2개와 은화 20개가 충전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5천원 정도로 싸울아비 장검을 손에 넣은 것이다.

이날 경매에 낙찰된 주인공은 여수에 거주하는 장모씨(아이디 jm***). 장씨는 “회사로부터 싸울아비 장검이 낙찰됐다는 전화를 받고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다”며 “아무튼 꿈에만 그리던 싸울아비 장검을 얻게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렇듯 아이템 경매 사이트가 게이머들 사이에서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현재 게이머들에게 알려진 사이트만 6개. 로우템, 윈템, 아이템골드, 아이템시장, 와우템, 비드템 등이 모두 아이템 경매 사이트다.

경매 방식도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비드템의 경우 현재 무료 입찰이 가능한 ‘프리존’, 정액제로 무한대 입찰이 가능한 ‘세이프존’, 고수들이 이용하는 ‘노르말존’으로 게시판을 차별화시켰다. 로우템 관계자는 “얼마전 특허청을 통해 아이템 경매 시스템에 대한 비즈니스 특허 절차를 마쳤다”며 “경매에 낙찰된 게이머들은 게임 공간에서 직접 아이템을 인수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와우템의 경우 비드템의 시스템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이 사이트에서는 현재 아이템을 패키지로 입찰할 수 있는 ‘패키지 입찰’, 적정 인원이 차면 자동으로 경매가 마감되는 ‘인원제 입찰’ 등을 시행하고 있다. 경매 입찰도 한번이 아니라 2백번까지 복수 입찰이 가능하다.

와우템 관계자는 “현재 와우칩을 공짜로 충전할 수 있는 복권게임을 사이트에 서비스하고 있다”며 “이 게임을 이용할 경우 하루 20회 입찰이 가능한 와우칩 20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아이템 경매 사이트를 접한 게이머들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얼마전 아이템 경매를 통해 ‘+7 보호망토’를 낙찰 받았다는 주모씨(22)는 “게임 이용자중 상당수가 경제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다”며 “경매 사이트의 등장이 게이머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이템 경매 사이트가 게이머들의 사행심을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템 중계 사이트로 인한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는데 아이템 경매 사이트까지 활성화될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일부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사기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템 경매가 회사와 일부 게이머들이 벌이는 ‘짜고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게이머는 “그동안 아이템을 낙찰받기 위해 30만원 가까이 칩을 구입했다”며 “그러나 낙찰받은 아이템은 대부분 싸구려에 불과하고 비싼 아이템들은 일부만이 독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아이템 경매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중복으로 낙찰된 경우를 적지 않게 보게 된다. 이들이 낙찰받은 목록을 보면 ‘싸울아비 장검’ 등 대부분이 고가의 아이템들이다. 아이템 경매 사이트의 농간이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해당 업체들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매 결과가 사이트에 공개되는데 어떻게 장난을 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비드템의 한 관계자는 “아이템 경매도 일종의 기술이다”며 “낙찰받은 사람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요령을 익혔을 뿐 사기는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게임업계에서는 아직 아이템 경매 사이트의 등장을 모르는 분위기다. 웹젠 조세라 과장은 “아이템 경매 사이트가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며 “정확한 실태 조사를 거쳐 문제가 드러날 경우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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