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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특목고 생긴다… ‘시선집증’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12.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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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4시 강남 압구정동에 위치한 한 외국어 학원. 이곳에서는 요즘 외고를 희망하는 학부형을 상대로 입시설명회가 한창이다. 학원에서 준비한 좌석은 2백여개. 그러나 설명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석은 일찌감치 동이 난 상태.

뒤늦게 강의실을 찾은 학부모들은 강의실 뒤에 서서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날 이곳을 찾은 사람 중에는 앳된 얼굴의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아니나 다를까 예비 중학생이거나 초등학생이 대부분이다.

아직 여드름도 채 가시지 않은 학생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한가지. 대학 진학의 지름길이 될 수 있는 특목고에 가기 위함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학생은 “일반 고교에 진학해 허송세월을 보내기보다는 특목고에 가서 경쟁력을 쌓고 싶다”며 “올해부터 특목고 진학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를 물어보니 이제 12살이란다.

이곳 강사 서모씨(39)에 따르면 특목고에 가기 위한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서씨는 “하루에 한번씩 입시설명회를 가지고 있는데 최소한 2∼3백명이 매일 몰려든다. 이중에는 중학생은 물론이고, 예비 중학생이나 초등학생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서 강사는 요즘 게임과학고에 대한 문의도 간간이 받고 있다. 그는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학부모들의 관심사는 외고나 과학고가 전부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게임과학고에 대해 묻는 학부모들이 가끔 있다”고 귀띔했다.

이렇듯 ‘게임사관학교’로 통하는 게임과학고가 전북 완주군에 들어서면서 학생들의 관심도 점차 늘고 있다. 외고와 과학고 일색의 특목고 체제에서 게임과학고가 추가된 ‘3강 체제’로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실제 게임고는 지난 10월 중학교 졸업반을 상대로 1차 신입생을 모집했다. 결과는 학교측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25명 모집 정원에 수백명이 응시원서를 접수한 것. ||게임과학고 설립자인 정광호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며 “내년 1월 나머지 25명을 추가 모집한 후, 내년부터는 1백명씩 신입생을 뽑을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최근의 변화가 학부모들의 성향이 바뀐 탓으로 보고 있다. 그는 “대기업 위주의 취업 관행이 바뀐지 이미 오래다”며 “요즘 학부모들은 대기업보다는 아이들의 주특기를 살릴 수 있는 특목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게임고에 들어가기 위한 과외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게임고를 지원하는 학생들에 따르면 올해 게임고의 모집 정원은 50명.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게임기획, 게임프로그래밍, 게임그래픽 등 실기시험을 치러야 한다. 내신이나 면접의 반영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필요한 교육시설이 거의 전무한 상태. 사설 학원이 일부 운영되고 있지만 기본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게임고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과외를 받아야 한다.

내년에 있을 시험에 준비해 자녀를 교육시키고 있다는 학부모 김모씨(42)는 “게임에 대해 체계적으로 교육시킬만한 곳이 없다”며 “현재는 알음알음을 통해 소개받은 전문가들에게 1주일에 2번씩 과외를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게임고측도 이같은 사실을 절감하고 있는 듯 하다. 정 회장은 “실기 위주로 신입생을 뽑다 보니 학원에서 수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현재 게임고를 지원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독학이나 업계 종사자들을 통해 입학에 필요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만간 게임고 대비반을 개설할 예정이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과정을 현재 준비중이다”며 “이 과정이 개설되면 좀더 쉽게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게임고가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지는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외고다, 과학고다 해서 학생들이 과외에 시달리고 있는데 게임고까지 나서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필요가 있겠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게임고측은 지나친 우려라는 입장이다. 정 회장에 따르면 게임산업은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미 영화시장을 앞질렀으며, 반도체 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성장의 핵’인 게임 기획자나 개발자를 길러내는 국내의 교육 인프라는 바닥을 헤매고 있다. 정 회장이 게임고를 설립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게임 분야에 뛰어난 자질을 지닌 학생들을 발굴, 기르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테스트가 불가피하다”며 “이렇게 해서 걸러진 학생들은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자질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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