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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나이로비 엑스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5.08.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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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년 전만 해도, 게임 개발 작업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 한국 등 몇나라만의 전유물이었던 게 사실이다. IT기술은 둘째 치더라도 컴퓨터나 인터넷, 유통 등 제반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나라에서 게임 개발은 엄두를 내기도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해 게임 개발이 수월해진 환경이 조성된 후부터는 왠지 어울릴 것같지 않은 이슬람 국가나 아프리카에서도 게임이 개발되고 있다.
일본의 한 IT전문가가 현지 시장을 둘러보고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랍권 개발사들은 글로벌보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요르단과 레바논, 북아프리카 등지에 게임 개발사가 의외로 많이 포진돼 있다. 그 이유는 아랍에미레이트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게임을 개발하려 해도, 개발인력이 부족한데다가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이란다. 같은 아랍권이라도 해도, 요르단이나 레바논은 산유국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개발인력을 양성하고 프로그래밍 교육에 집중해 IT같은 지식산업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국가 정책이라고 한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과 매우 흡사하다. 특히 요르단은 그 중에서도 IT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오죽하면, 국왕이 직접 나서서 ‘요르단 국왕 배 고교생 어플리케이션 개발 콘테스트’를 열 정도라 하니 그들의 간절함이 엿보인다.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일반인으로 변장을 하고, 학생들이 만든 앱을 직접 체험해보기도 한단다.
최근 아랍 지역에서 가장 히트하고 있는 게임은 그곳의 유명 퍼블리셔인 룸바(Lumba)가 출시한 ‘파자(Fazaa)’라는 타이틀이다. 게임에 아낌없이 돈을 쓰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크게 히트했다고 한다. 20세기초 아랍을 무대로 한 시뮬레이션 게임인 ‘파자’는 이른바 아랍권의 ‘클래시 오브 클랜’이라 불리울 정도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아랍권 개발사들은 지금까지 퍼즐 등의 캐주얼 게임을 주로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액션과 시뮬레이션 장르로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레이싱 게임이 많이 출시된다는 것이다. 부자들이 많은 지역인데가 자동차를 매우 좋아하는 아랍인들의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요즘 인기를 모으는 레이싱 게임은 ‘두바이 드리프트(Dubai Drift)’. 왠지 타이틀명에서 부자들의 취향이 느껴진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랍권 게임의 메카이긴 하지만, 이란 또한 20여년 전부터 착실하게 게임시장을 발전시켜온 나라로 꼽힌다. 2008년부터는 정부의 육성책에 의해, 자국내 게임 개발이 활발해졌으며 매년 40~50종의 신작들이 출시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정부 주도 하에 이란의 역사를 테마로 한 게임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의 종교적 신념과 이슬람 문화의 정체성을 게임을 통해 후세들에게 가르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드넓은 아프리카 대륙에도 게임 개발사가 있는 곳은 두 나라 정도 확인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는 30개 정도의 게임 개발사가 존재한다. 그들중 빈곤한 아프리카 시장에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판단한 ‘QCF디자인’이라는 회사는 꾸준히 세계 시장을 노크한 끝에, ‘데스크탑 던전’이라는 글로벌 히트작을 출시해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발사는 회사 유지를 위해 광고형 게임으로 수익을 내는 실정이다.
케냐 개발사에서 만든 게임 중 유명한 FPS 타이틀이 ‘나이로비 엑스’라고 한다. 케냐판 ‘콜 오브 듀티’라고 불릴 정도로 꽤 히트를 한 모양이다. 스토리도 흥미롭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외계인이 습격해오고, 이를 케냐의 특수부대가 쳐부순다는 내용이다. 이 게임 속에는 케냐 금융기관의 현금지급기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 시판 중인 유명 음료가 회복 아이템으로 나온다. 이동중 사용되는 자동차도 현지의 인기 차량으로 세팅돼 있다. 케냐인들의 경제 수준을 감안한 스폰서형 매출로 게임을 유지하고 있는 그들의 생존 전략인 셈이다.
이렇듯,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나라에서도 무수히 많은 게임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세상에 나오고 있다. 한국산 게임이 세계를 주름잡던 좋은 시절은 이미 철 지난 이야기다. 과거의 환상에 벗어나 뒤쫓아오는 무수한 경쟁자들을 따돌릴 새로운 전략을 짜야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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