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미 국방부는 육군의 신병을 모집하기 위한 모병 홍보용 무료 배포 게임 ‘아메리카스 아미’를 제작한 바 있다. 이 게임은 미 육군이 신병 부족과 군대의 활약성을 알리기 위해 고민하던 중, 젊은 남성들이 주로 즐기는 게임 문화를 활용하는 방안을채택, 개발되기에 이른다. 실제로 유저들은 이를 통해-제작사의 바람대로- 세계 최강의 군대란 어떤 것인지 간접 체험해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미국 유저들에 해당되겠지만-신병 자원 여부에 앞서, 자부심과 함께 미 육군에 대한 관심 고조에 상당부분 기여하는 결과를 자아냈다.
이처럼 게임을 활용한 사례가 효율을 거두자, 이제는 미 해군마저도 홍보게임 ‘네이비 트레이닝 액서시즈-스트라이크 앤드 리트리브’를 제작, 무료 배포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들 게임은 미군만이 제일이라는 옳지 못한 내용과 전쟁만이 정의 구현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에 해당 게임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 퍼져 나가며 다양한 파급효과와 함께 또 하나의 역기능의 가능성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분명 게임의 다양한 활용 측면에서 또다른 방향성을 낳았다는 점만은 그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생각해보라. 국내는 어떠한가. 세계 최고의 온라인게임 개발사들이 포진돼 있고, 국가 전체의 뛰어난 네트워크 인프라가 구축돼 있으며, 게임에 대한 젊은이들의 높은 관심이 어우러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사회적인 지탄의 대상으로 불리고 있다. 게임회사들은 옹색한 변명 대기에 급급하고, 사회적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수출에의 위업을 발판 삼아 면죄부 찾기에만 골목하고 있다. 이때마다 게임 산업을 장려하고, 국가 기술 집약 사업으로 대두시킨 정부 부처들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함구하는 것 이외에는 그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 이것이 현실이다.
게임이 산업으로 발전되기 이전만 하더라도 무관심했던 정부 부처들을 기억하는가. 이들은 산업의 확대와 규모 증가에 따라 게임 산업을 제 분야로 편입시키기 위한 밥그릇 싸움도 마다하지 않은 채, 진검 승부를 펼쳐왔다. 하지만 이들이 한 노력은 무엇이 있었는가. 게임 인구의 저변확대와 게임 산업의 발전에 앞서, 스스로의 위업을 강조하는 것 말고 그 무엇이 있었는가. 아니 게임의 순기능을 활용하기는커녕, 중복 투자와 다른 정부 부처의 견제의 도구로써 국민들의 혈세를 제 돈 마냥 물 쓰듯 써온 것 외에 그 무엇이 있단 말인가. 되묻고 또 되묻고 싶은 말이다.
이제라도 달라져야 한다. 미 육군이나 해군처럼 군대 홍보용 게임을 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일 것이요, 게임을 교육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또한 좋은 방안일 것이다. 이 외에도 활용 빈도는 무궁무진하다. 게임은 잘못된 선입견을 바로 잡는 데에도,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을 알리는 데에도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다. 아니 당장 게임을 ‘독’으로만 여기는 사람들에게 ‘약’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데 있어서도 게임은 충분한 처방전이 될 수 있다. 이는 게임 자체가 간접 체험에 있어 책을 앞서고 있는 까닭이요, 효율 면에서 공익 광고를 훌쩍 넘어서는 이유다.
끊임없이 드러나고, 활용되고 있는 게임의 순기능들. 어찌 ‘독’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반성들 하시라. 정부 부처들이여. 깨닫도록 하시라. 게임이 활용될 수 있는 수많은 분야의 관계자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