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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를 위한 99%의 낭비는 스스로에 대한 배신이다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5.10.3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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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친한 선, 후배 기자들과 술잔을 기울인 적이 있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언제나처럼 화두는 게임 이야기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던 도중, 그날의 안주거리는 ‘게임이란 무엇인가’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였다. 따분할 것만 같은 소재였지만, 실상은 흥미로움의 연속이었다. 대략 그 내용을 살펴본다면, 사전적인 뜻풀이가 아닌, 게임이라 부를 수 있는 ‘제대로’ 된 게임들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의구심에서 시작됐다. 단순히 말장난으로 끝날 것이라는 필자의 섣부른 예상과는 달리, 꽤나 심오하면서도 다양한 가정들이 설득력을 등에 엎고 이를 바탕으로 또다시 수많은 결론들을 낳기에 이르렀다. 비록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으나, 게임의 정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음에는 분명하다.

그로부터 며칠 뒤, 현재는 게임회사에 입사해 자신의 꿈을 키우고 있는 한 후배를 만났다. 그는 자신의 회사에서 개발, 서비스하는 게임만큼이나 모 회사의 온라인게임에 푸욱 빠져 있었다. 직장인이었던 만큼,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을 쪼개 상당 시간을 게임에 할애한다는 것은 어중간한 애정으로는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게임을 즐기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래픽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좀 더 레벨을 올려 보다 멋진 방어구와 무기를 착용한 캐릭터를 볼 때, 쾌감과 만족도가 최고조에 달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래픽을 제외한다면 단순 노가다성 게임에 불과한데 즐길 까닭이 있었겠느냐는 반문도 빼놓지 않았다.

후배의 이야기를 들으며, 게임업계 관계자의 한 사람으로써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스스로 만족을 얻고, 이를 통해 그 어떤 유희와 희열을 느낀다면,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실례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 있다. 게임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즐거움을 얻기 위함이요, 이를 위한 방법은 즐기는 것이다. 목적이 화려한 그래픽일 수 없고, 방법이 노가다일리 만무하다. 다시 말해, 단순히 화려하고 멋진 그래픽에 반해 표현 그대로 노가다를 참고 견딘다는 것은 너무도 비생산적이며 바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번쯤 생각해보자. 게임의 생생한 사운드에 반한 누군가 있다. 그가 듣는 멋진 게임 음악이 MP3 이상의 음질이라 할지라도, 음악 재생에 전문화된 오디오를 뛰어 넘어설 수 없다. 차라리 오디오를 구입해 게임음악을 청취하는 것이 백배, 천배 효율적인 일이다. 최고의 화질을 담은 게임 그래픽이라 할지라도, 극장에서 느끼는 영상미를 능가하기는 어렵다. 게임을 즐길 시간에 극장을 찾고, 영화를 감상하는 보다 큰 만족을 줄 것임에 분명하다. 아무리 편리한 마우스를 손에 쥐었다할지라도, 아케이드 게임장의 체감 게임에 뒤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타격감이나 기타 요소에 반했다면, 게임센타를 방문하기를 권하고 싶다.

각설하고, 술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 게임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게임을 즐길 때, 비로소 게임 역시 게임 본연의 역할을 다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것은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의무일는지도 모른다. 어울리지 않는 게임, 원하는 1%를 위해 99%를 포기하게 만드는 게임이라면 이미 게임이라 볼 수 없다. 후배에게 이러한 말을 해줬다. 그래픽을 중시한다면, 화려함을 즐긴다면, 차라리 아바타 게임을 즐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농담을 빗댄 말에 웃음짓는 후배를 보며, 다시한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제라도 깨달아야하지 않을까.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게임을, 게임 본연의 목적을 벗어난, 당위성에 목을 맨다는 것은 지극히 옳지 못한 처사임을 말이다. 게임이란 무엇인가. 자신에게 맞는 게임은 또한 어떤 것일까. 해당 게임을 즐기는 진정한 목적은 무엇일까. 이제라도 한 번쯤은 게임의 참 의미를 되새겨 봐야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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