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VR 대중화의 숙제
[데스크칼럼] VR 대중화의 숙제
  • 편집국장 김동욱
  • 승인 2015.09.11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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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IT업계의 화두는 누가 뭐라 해도 가상현실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기술 트렌드인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꽤 오래 전부터 연구돼 왔고 시도된 바 있는 분야다. 가상현실의 대표적인 기기라 할 수 있는 HMD(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의 역사는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상현실(VR)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모튼 헬링(Morton Helling) 씨가 1960년에 특허를 얻은 ‘텔레스피어 마스크(Telesphere Mask)’가 지금의 VR HMD(가상현실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의 할아버지 격이다. 특허를 받은 것은 1960년이지만, 이미 1957년에 텔레스피어 마스크는 완성됐다. 헬링 씨는 1962년에 ‘센서라마(Sensorama)’라는 VR 체험 머신도 만들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이 머신은 입체 영상뿐 아니라, 바람과 진동을 느끼고 냄새를 맡는 것까지 가능했다고 하니, 엄청 앞서간 셈이다. 다만 성인용 콘텐츠만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대중화에는 실패했다고 전해진다. 이미 50년 전부터 꾸준히 시도돼 왔던 가상현실의 대중화는 왜 어려웠을까.

얼마전 CEDEC 2015에 강연자로 나선 일본 안드로이드 모임의 다테 씨의 주장에 눈길이 쏠린다. 그는 1960년대에 시작된 VR붐은 약 10년 주기로 반복되어왔다고 분석했다.

그런 과거를 의식해서인지 오큘러스VR은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 같다. “지금 시점에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VR기기가 세상에 나온다면, 또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 오큘러스VR의 CTO인 존카맥 씨의 발언이 주목되는 이유다. 과거처럼 VR이 한순간의 유행처럼 지나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 최대한 완벽한 제품을 세상에 내놓으려는 것이 오큘러스VR의 일관된 전략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너무 완벽을 추구한 나머지, 제품의 가격이 너무 비싸지면 오히려 대중화를 저해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들린다. 실제로 오큘러스VR이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인 VR HMD인 ‘오큘러스 리프트’는 아직 가격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대략 40~50만원 전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반인에게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대다.

다테 씨는 VR 기기의 비싼 가격이 대중화를 가로막을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그는 VR의 대중화를 위해 ‘캐주얼 VR’을 제안한다. 누구나 부담없이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구글의 ‘카드보드’가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에는 움직임을 감지하는 자이로센서와 지자기센서, 3D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는 GPU 등 VR을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 담겨져 있다. 물론 구글 카드보드 같은 스마트폰을 장착하는 캐주얼한 VR기기는 오큘러스가 목표로 하는 완벽한 VR기기와 비교하면 프레임 속도 등 문제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다테 씨는 스마트폰의 성능이 급격한 진보를 이룬다면,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완벽한 VR 구현에 상당히 근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구글 카드보드는 골판지 재질이기 때문에 내구성이 떨어지고, 시야각 조절 기능 등이 없기 때문에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문제점을 보완해가면서 간편함을 유지하는 실용적인 대체 VR기기들이 세계 여러나라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산 타오바이저, 중국산 폭풍마경 시리즈 등이 캐주얼 VR의 대표 제품이라 할 만하다.

완벽한 VR의 세계를 추구하는 오큘러스VR과 구글 카드보드나 타오바이저 같은 캐주얼VR이 대립하는 것이라 오해해서는 안된다. 게임에도 다소 복잡한 하드코어RPG가 있고, 극히 단순한 퍼즐 장르가 있듯이, VR산업에서도 마찬가지의 양대 축이 될 수 있다. 결국 인간은 취향은 백인백색이다. 다양성이 없는 산업은 우리 생활 속에 안착하지 못하고 사라지기 십상이다. VR산업의 대중적 안착을 위해서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메뉴의 준비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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