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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통일안을 허하라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1.0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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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베타테스트에 육박하는 프리오픈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창 개발중인 국내 대표 온라인 게임 PM과의 인터뷰 도중 불거진 말이다. 게임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있다할지라도, ‘프리오픈 테스트’라는 말을 쉽사리 이해할 유저수가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한 정의를 풀어 놓자면, 오픈 베타테스트는 말 그대로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정식 테스트 직전을 의미하며(이는 대다수 유저들도 알고 있겠지만), 프리오픈 테스트는 오픈 베타테스트 이전의 오픈 정도로 이해하면 쉽다.

즉, 클로즈 베타테스트와 오픈 베타테스트의 사이에 진행되는 일종의 중간 테스트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스트레스 테스트는 또 무엇이고, 프리 클로즈 베타테스트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이처럼 어려운 용어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수많은 테스트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또다시 신조어로 등장하며, 게임계를 수놓고 있다. 도통 알 수 없는 테스트들이 온라인 게임의 개발과 완성 사이에 수없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 산업의 발전과 함께 보다 완성도 높은 온라인 게임의 개발은 개발사들의 몫이다. 이를 위해 서비스 혹은 테스트라는 이름들의 수십, 수백에 달하는 검증 과정이 진행된다. 하지만, 구태여 쉽사리 와 닿지 않는 용어들을 사용할 필요성이 있을까. 1차, 2차, 3차식으로 자연스레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음에도 새로운 용어들을 창조하는 이유는 무얼까. 이에 대해 평소 알고 지내던 어느 개발자는 마케팅 부서에서 좀 더 색다른 이름을 요구, 유저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함이 주요 이유였다고 설명한다. 다른 회사의 마케터는 차별화를 꾀하거나 혹은 보다 전문화된 용어를 사용함으로서 보다 세분화된, 왠지 그럴 듯한 그 무언가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이야기했다(보다 다양한 방안을 통해 온라인 게임을 알리는 것은 당연한 만큼, 차별화에 대해 왈가불가할 생각은 전혀 없음을 밝힌다).

‘왠지 그럴 듯한.’ 과연 어떤 효과가 있는가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고 있으나, 분명 득을 보면 득을 봤지, 손해 볼 까닭이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유저들이 혼란에 빠지고 있음을 그는, 아니 개발사는, 더 나아가 서비스사는 알고 있는 것일까. 더욱이 이러한 용어들은 현재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에 의거해 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오픈 베타테스트는 등급 분류를 받아야만 서비스가 가능하다. 단, 클로즈 베타테스트의 경우, 대상인원이 1,000명을 넘어서거나 테스트 기간이 2개월 이상인 경우에도 사전 등급 분류를 받도록만 규정돼 있다). 언제 등급 심의를 실행에 옮겨야 할지 관리 감독 기관마저 꽤나 난감할 밖에(시정 혹은 관련 용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시급한 것은 당연지사). 결국 새로운 형태의 테스트로 인해 국내 등급 분류제는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당장 법의 사각에 놓여있는 새로운 테스트 속에서, 유저들은 혼란에 빠질뿐더러, 새로운 문제점들을 낳고 있다. 생각해보라. 정식서비스라는 이름이 아닌 퍼펙트 서비스나 컴플리트 서비스 등 새로운 용어를 만들었다하여, 등급 판정을 받지 않을 때 발생할 폐해를 말이다.

성인들이 즐길 법한 게임을, 청소년들이 즐기게 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요. 국내 유통될 수 없는 게임물마저 버젓이 서비스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라고만 강조하기엔 그 파급효과가 너무도 크다. 보다 빠른 시일 내에 게임 용어에 대한 확립이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특히나 평생 무료 온라인 게임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임을 감안할 때, 월 정액료를 받거나 부분 유료화를 진행해야만 정식 서비스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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