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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마케팅을 아느뇨?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1.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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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아침이면, 출근과 동시에 컴퓨터를 켠다. 그리고는 이내 회사 메일함을 연다. 특정 메일이 기다려지기 때문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백 통을(주말이면 수천 통에 달한다) 넘어서는 스팸 홍수와 전쟁을 벌이기 위함이다. 메일들을 일일이 점검하고 삭제하는 사이, 또다시 배달함의 바가 움직인다. 그리고는 새로운 스팸 메일들이 인사를 해댄다. 어느 덧 스팸 메일 서버에 추가돼, 이제는 스팸용 메일로 전락해버린 나의 메일함. 한두 번도 아니고, 매일 반복되는 스팸으로 인해 회사 메일 주소 자체를 바꿔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럴 수도 없는 일. 결국 스팸 블록 프로그램을 사용해 봤다. 하지만 도통 효과가 없었다. 수많은 스팸들이 알고리즘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이를 비집고 또다시 메일함을 차지한다. 마치 자신의 안방인냥.

이뿐이 아니다. 어느덧 개인 메일까지도 스팸 천국이 돼 있다(물론 개중에는 게임 관련 학원이나 게임 광고, 사행성 게임 관련 스팸들도 적지 않아, 오히려 기사 작성에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최초로 가입했던 H메일의 받은 편지함은 아예 열어볼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받은 메일함을 가득 채운 메일들 중 필자에게 보낸 메일을 찾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 마냥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이 비단 필자의 메일함에 국한된 모습일까. 수많은 유저들이, 수많은 개발자들이, 수많은 게임 관계자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겪고 스팸으로 인한 고통을 받고 있다.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스팸 홍수를 한 번에 잠재울 방안은 없을까. 당장 내일, 그리고 모레 또다시 필자는 이 끝나지 않는 전쟁을 펼쳐야만 한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점차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제목들로 인해 이제는 스팸을 거르는 것조차 쉽지 않다. [광고]라는 제목은 그나마 양반이다. “형 나야”, “힘내세요”, “오는 X월 X일 동창회 있습니다” 따위의 제목들은 일일이 확인하기 전에는 스팸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이제는 휴대폰마저 스팸들이 가득 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특히 과거에는 거의 대부분 성인용이었던 휴대폰 스팸들과는 달리, 최근에는 게임 광고들이 어김없이 들어선다(물론 성인용 스팸 광고에 비하면 조족지혈일지라도). 해당 개발사에 문의를 해보면 도통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잡아뗀다. 마치 누가 우리 게임을 그렇게 활용했느냐는 투로.

스팸은 결코 마케팅의 수단이 될 수 없다. 아무리 관심 제품이나 종목이라 할지라도 스팸의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부정적 요소를 더하기 마련이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자신의 집에 무단 침입했을 때, 그 누가 반가워하겠는가 말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모바일 게임사들의 자뻑(출혈 마케팅)은 스팸의 연장선과 다를 바 없다. 이를 마케팅이라 일컫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사들은 스팸을 인정하는 꼴이다. 고객 한 명당 일정액을 지불 받고, 합법적인 마케팅 수단의 형태로 수년째 모바일 게임사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에게는 묻지도 않은 채.

오늘도 필자는 메일함을 열기가, 휴대폰의 문자메시지를 알리는 진동이 겁이 난다. 아니 짜증이 난다. 스팸은 결코 마케팅의 수단이 아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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