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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모바일 게임은 있으나 ‘고객’은 없다?”

  • 유양희 기자 y9921@kyunghyang.com
  • 입력 2006.01.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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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고 맘에 안 들면 100퍼센트 환불보장 해드립니다.” TV를 켜기만 하면 넘쳐나는 홈쇼핑 채널·온라인 수만 개의 쇼핑몰들이 내세우는 슬로건(?)이 바로 ‘환불보장’에 대한 ‘호언장담‘이다. 대중에게 팔고자 하는 제품에 대해 ‘그 정도의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업체들의 보다 큰 전략적 노림수는 ‘보지 않고 사는 물건’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을 타파하겠다는 것이다.

이 환불보장 시스템이 TV나 인터넷 홈쇼핑에서 어느 정도의 폭발적 성과를 이끌었는지는, 그야말로 넘쳐나는 홈쇼핑 채널 수만 헤아려봐도 짐작해봄직한 일이다. 이 같은 후불제 시스템, 혹은 환불보장 시스템이 유통시장에 도입되던 초기. 관련업계는 판매대금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지만, 오히려 후불제가 반품을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현재의 평가다. ‘보지 않고 사는 물건’에 대한 고객의 불신을 타파했고 이후 폭발적 매출 성장률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오프라인 매장과는 확실히 차별화 되는 고객관리 시스템이 이들의 경쟁력이 됐다는 점이다. 특정 고객이 어떤 물품을 구매하고 반품했는지, 혹은 어떤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구매율과 반품율이 높았는지에 대한 뚜렷한 데이터베이스화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최근 모바일 업계에도 이 같은 바람이 불고 있다. ‘1시간을 플레이 해보고 재미없으면 환불을 할 수 있는’ ‘환불보장서비스’가 KTF의 메뉴단을 통해 지난 5일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환불보장 제도는 유저가 일단 게임을 받아 플레이 한 후 1시간 동안 게임을 즐기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구매철회’가 가능한 서비스다. 게임 내에 치명적 버그나 오류가 없더라도, 순전히 게임의 재미에 대한 ‘개인적 만족도’에 따라 ‘환불‘ 요청을 할 수 있다.

이 같은 환불보장 제도를 통해 게임을 선보인 업체는 모비클을 주축으로 날밤넷·놀엔터테인먼트·블루인터랙티브·지오스큐브·피앤제이·쏘뉴 등 7 개 업체로, 각 업체별 하나씩의 게임을 선보였다. 메뉴단이 생성되기 전인 지난 12월 한 달간 시범적으로 서비스를 해왔고, 평균 10퍼센트 내외의 환불률을 보였다고 관련업체는 설명한다. 7 개의 게임 중 ‘생과일 타이쿤’과 ‘루미큐브’는 4퍼센트 안팎의 최저 환불률을 보이는 ‘고무적’ 반응을 보였고, 반대로 특정게임의 경우 15퍼센트의 최고 환불률을 보였다는 것이다. 나머지 게임들이 평균 10퍼센트 선을 고수하고 있다. 수치적 측면에서 첫발은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것이 해당업체들의 입장이다. 모비클 정희철 부사장은 “환불보장서비스는 일단 현재 모바일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불신과 배신감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적극적 해결수단이 될 것”이라고 이 시스템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 시각 또한 만만찮은 것도 사실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1시간 동안 즐겨도 소장가치를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상당한 퀄리티를 유지해야 하는 부담감이 일차적이다. 1시간이면 이미 유저들이 ‘즐길 만큼 즐긴, 단물 다 빠진 게임’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유저들이 ‘악용해’ 게임만 공짜로 즐기고 버리게 되는 역효과를 어떻게 막을 것이냐는 점이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업체 자체적으로도 ‘모바일 게임은 1시간이면 땡’이라는 선을 시인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포착되는 것이 씁쓸하다. ‘가장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자신하면서도 ‘스스로가 둘러친 모바일 게임의 한계’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의 한계를 자인하는 업체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게임을 이젠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유저들. 물론, 단순한 유통상품과 문화컨텐츠적 성격이 강한 게임을 같은 범주에 넣는 것이 ‘어불성설’이 될 수 있단 우려도 빼놓지 말아야 할 부분이긴 하다. 그렇다면 기존 온라인 게임이 보여주는 베타 서비스 이후의 유료화 정책도 같은 맥락의 개념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런 여러 우려들을 뒤로하고도, 더욱 주목해야할 점은 그간 모바일 업계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던 고객정보의 데이터 베이스화 역시 이 제도를 통해 일정의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다. 특정 유저가 어떤 게임을 받았고 어떤 게임에 호감과 비호감을 나타냈는지, 비호감이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업계차원의 구체적 고객 대응의 길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바일 업체들에게 그간 ‘고객관리’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범주의 일이었다. 모바일 업체들 사이에서 자조적으로 들려오던 ‘맨 땅에 헤딩하듯 마케팅을 한다’는 말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게 하는 사안이다. 게임은 분명히 팔리고 있지만, 모바일 게임 개발사에게 고객은 없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모바일 게임의 한계·유저들에 대한 업체의 불신·배보다 배꼽이 큰 통화료. 넘어야 할 산들이 아직 많다. 이 서비스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말그대로 아직은 미지수다.

정 부사장은 “이 시스템의 기본은 개발사와 유저집단 간의 ‘상호신뢰 구축’입니다. 모바일 개발사에 ‘고객’을 유치하자는 겁니다. 저희는 수준 높은 게임을 만들어 믿을만한 시스템을 통해 게임을 팔겠다는 겁니다. 초기의 반응을 볼 때 대다수 유저들은 이 제도를 ‘악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또한 얻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업체와 유저는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있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쪽이 업체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논리다. 여러 난관들을 알면서도, 이 같은 난관을 풀어보고자 적극적으로 나선 업체들의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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