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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도 '아이템 사냥' 나섰다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3.11.0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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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차 부부인 김모(35)-이모(34)씨 부부. 두 사람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잉꼬 부부’로 주변에 소문이 자자했다.

슬하에 아들과 딸도 있다. 그러나 요즘 들어 다투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부업을 시작한 아내가 가정을 등한시한 게 냉전의 불을 지핀 것이다.

올 초부터 시작한 아내의 부업은 다름 아닌 ‘아이템 판매’. 온라인 게임의 캐릭터를 키워 시장에 내놓는 것이 아내의 하루 일과다. 덕분에 아내는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다는 게 김씨의 설명.

물론 그동안 여러번 이 문제를 놓고 아내와 상의를 했다. 그러나 좋아지는 것도 그때뿐이지 곧 제자리다. 요즘은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도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다. 게임에 몰두한 나머지 아이들이 끼니를 거른 적도 있다고 한다.

김씨는 할 수 없이 ‘한국 남성의 전화’에 상담을 의뢰했다. 이렇듯 온라인 게임이 돈벌이 수단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게임에 팔을 걷어붙이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이옥 남성의 전화 소장은 “상담 전화를 이용하는 남성 중 상당수가 배우자 문제를 호소한다. 이중에는 게임에 빠진 아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성들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부업을 하는 모든 부부들이 같은 문제를 떠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일부의 사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안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사회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미 비슷한 문제로 인해 이혼을 고려중이거나 이미 이혼한 부부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P온라인 게임의 한 관계자는 “게이머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자주 채팅을 하는데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가장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이템 거래 문제는 단순히 한 가정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게이머들은 아이템 시장의 왜곡된 구조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요컨대 아이템 거래가 ‘돈이 된다’는 소리에 너도나도 아이템 판매에 나서는 사회 풍조가 이같은 상황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한 안티게임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정걸종씨(30)는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요즘은 게임을 즐기기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 게임에 뛰어드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온라인 게임의 시장 규모는 5천억원 대. 그러나 아이템 거래 시장은 1조원 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형적인 시장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이템 거래가 사행심과 중독성만 부추기고 있다”며 “더 많은 사회적 문제로 번지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잘못된 취업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같은 문제는 언제든 재발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요컨대 경기 한파가 장기화되면서 주부들이 취업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주부들을 취업의 선상에서 배제시키고 있다. 취업 전문 포털인 리크루트 발표에 따르면 최근까지 자사 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한 여성은 3만여명.

그러나 이중 20%도 취업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40대 주부의 경우 상황은 더하다. 이력서 등록 비율이 전년 대비 600% 이상 증가했지만 실제 취업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리크루트측의 설명이다.

리크루트 관계자는 “고용 불안이 가중되면서 주부들이 속속 취업전선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갈곳 없는 주부들이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부업에 나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주부들의 재취업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여성부 산하 여성인력개발센터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전국 48개 지부의 여성인력개발센터를 통해 주부들의 직업훈련 및 구직알선을 돕고 있다”며 “이곳에서 3∼6개월 동안 무료 또는 실비로 재취업 교육을 받을 경우 취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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