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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가격의 근거’

  • 유양희 기자 y9921@kyunghyang.com
  • 입력 2006.02.1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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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킷당 얼마의 요금이 부과되는가?” 간단한 질문이다. 하지만 업계 종사자가 아닌 일반 유저에게는 패킷이라는 말조차도 낯설다. ‘낯섦’이 큰 만큼 데이터정보이용료라는 존재는 일반 유저들에게 거의 ‘공포’의 대상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통신사라는 가게에 명백히 사용료를 지불하는 손님이, 물건의 가격을 잘 모르는 이상한 상황이 바로 현실인 것이다.

휴대폰 무선데이터서비스 과금체계에 대한 근본적 지적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크게 두 가지다. 무선인터넷으로 콘텐츠를 다운로드받던 중간 실패할 경우 데이터 통화료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콘텐츠 다운로드 과정에서 사용자의 휴대폰 정보를 이동통신사의 기지국으로 보내는 상향 패키지 데이터에 대한 중복 과금이 부당하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컨텐츠를 받을 경우 유저들이 보게되는 ‘송신중 또는 수신중’의 과정에서 통신사가 어딘가 명분 없는 데이터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모바일 서비스와 기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모임인 모바일 사용자연합(MCU)은 성명을 통해 “상향 패키지와 다운로드를 받지 못한 콘텐츠의 데이터 통신요금을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MCU 박정석 사무국장은 “유럽 등 해외의 경우 콘텐츠를 다운로드 하면, 소비자의 휴대폰에 콘텐츠가 다운로드 된 것이 확인이 될 경우에만 요금이 부과된다”고 설명한다. 박 국장은 더불어“초기 무선데이터 통신 시장에선 상향 패키지 요금을 소비자에게 부과하지 않았으나, 어느 사인가 소비자에게 고지하지도 않은 채 상향 패키지 요금을 과금하고 있는 것이 MCU 조사결과 드러났다”고도 밝혔다.

통신사의 요금, 그 중에서도 납득하기 힘든 데이터 통신요금에 대한 불만은 꾸준히, 그리고 지루하도록 제기돼 왔다. 어떤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요금이 과금됐는지, ‘쥐도 새도 모르게’ 고지서에 나온 데이터 요금. 이에 대해 ‘컨텐츠를 받으면 무조건 눈덩이 요금을 낼 지도 모르니 조심하라’는 언론들의 연이은 ‘으름장’ 보도들. 이런 상황에서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는 게임업체들.

현재 무선컨텐츠 시장의 가장 큰 장벽은 두 말 할 나위 없이 과금체계다. 요금의 부담이 일반 유저들에겐 가증 큰 저항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 요금의 실체에 대해서 아는 곳은 오로지 통신사뿐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단순히 ‘비싸다’는 이유 때문에 유저들이 등을 돌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비싸더라도 응당한 필요가 있다면 돈을 지출하는 신세대들, 바로 그들이 디지털컨텐츠를 구매하는 습관이다. 앞서 말했듯 근본적 문제는 ‘모르기 때문에 오는 막연한 불안감’이라는 점이다.

모든 문제는 한 가지 사안에서 비롯된다. 요금체계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힘든 것은, 이를 공개하기 꺼리는 통신사 정책 때문이라는 점이다. 모두가 ‘비싸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도대체 ‘왜 비싼 지’에 대해서 통신사는 입을 걸어 잠그고 있다는 데서부터 짚어볼 일이다. SK텔레콤은 2005년 1분기 총 매출이 2조4120억원으로 2004년 동기(2조4010억원)와 비슷했지만, 정보이용료와 데이터통화료를 포함한 무선인터넷 관련 매출은 5480억원을 기록해 1년 만에 40퍼센트나 폭증했다. 데이터통화료가 이처럼 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요금인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KTF와 LG텔레콤도 2005년 1분기 무선인터넷 매출이 각각 1440억원, 4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77퍼센트나 늘었다. 이 같은 성과라면, 이들이 초기 무선데이터 시장에 투자한 인프라나 기반시설은 이미 뽑고도 남지 않았을까 싶다.

MCU가 제기한 이번 사안은 데이터 요금 과금과정에 대한 최소한의 지적이다. 통신사가 비싼 요금을 과금하고 있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면, 그 비싼 요금의 근거부터 요목조목 따져 볼 일이다. 암묵적 담합, 유저들의 이해와 접근을 차단한 채 언제까지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지, 이유라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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