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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하기 전에 곪아버렸나

  • 유양희 기자 y9921@kyunghyang.com
  • 입력 2006.03.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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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수선한 e스포츠업계를 두고 말들이 많다. 관계사들의 주도권 싸움·시상식 후의 공정성에 대한 성토·선수들 관리체계의 기준은 물론 선수들 개개인들의 기강 해이에 대한 지적들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게임전문 케이블 방송사간의 갈등이다. 지난 해 어렵게 출범한 통합 프로리그가 방송권 배분문제를 놓고 방송사간 ‘힘 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들이 그것이다. 협회 측은 ‘2006 프로리그’를 상설경기장에서 양 방송사가 생중계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양 방송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어 향후 방향성이 아직 불명확한 상태다. 여기에 CJ의 게임방송 가세론이 구체화되면서, 갈등의 양상이 더더욱 어디로 튈지 모를 ‘럭비공’이 되고 있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주도권 다툼들이 더욱 ‘유쾌하지 못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 해 어렵게 출범함 통합리그의 저조한 시청률도 한 몫을 하는 대목인 까닭이다. 리그의 근본적 발전방향을 논하기 전, ‘밥그릇 싸움’부터 먼저 하는 씁쓸한 모양새가 연출됐다는 지적이 더욱 힘을 받는다. 한편 ‘e스포츠 대상 시상식’ 이후에는 시상 과정 평가의 공정성을 놓고, 혹은 진행 일련의 마케팅 부족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어 또 한번의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외부적 혼란들 외에도 프로 팀들은 팀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운 일들이 겹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모습이다. KTF 매직엔스 게임단은 정수영 감독을 기술고문으로, 이준호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각각 선임하며, 사실상 정 감독이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코칭 스태프 개편은 막대한 투자에 비해 기대를 밑도는 성적에 대한 문책성 조치로 풀이된다. 일련의 이유가 있고 그간의 과정에 따른 적당한 조치일테지만, 일단 ‘충격’이고 ‘혼란’이라는 데서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런 명확한 사안들 외에도 더욱 눈길을 끌다 못해 ‘실망감으로 다가오는’ 소식은 선수들에게로부터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게임 연습과 경기가 없는 시즌, 선수들이 모여서 유행처럼 한다는 놀이가 고작 ‘포커’라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언젠가 백 원·이 백 원을 걸고 심심풀이 포커를 즐긴다는 이야기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단위가 ‘쌔지고 있다’는 대목은 위의 어떤 ‘심란한 소식들’ 보다 그 이상의 ‘심란함’을 안겨준다. 몇 십, 몇 백을 걸고 실제 게임을 했고, 그저 단순한 ‘가상의 게임’이라 이후 서로 돌려줬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온다. 물론 심심풀이용 포커 판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호들갑’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작은 판돈이 오갔는지, 혹은 게임 후 서로에게 도로 돌려줬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발상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이들이 바로 ‘프로’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어린 선수들이긴 하지만, 명확하게 ‘프로’라는 이름을 달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e스포츠 선수들이다. 선수들을 탓하기 전에 개탄스러운 것은, 그만큼 마련되지 못한 ‘선수 관리 체계의 부실’이라는 점이다. 외부의 어수선한 어른들 싸움에, 막상 선수들의 한가한 포커판이 하나의 단면처럼 다가오는 대목이다. 야구선수들의 음주나 야밤 유흥 문화들이 ‘자기 관리 부실’ 그리고 ‘성적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들이 새삼 떠오르는 대목이다. 프로이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비단 야구 뿐은 아닐 것이다.

이외에도 e스포츠 협회의 정책 부재·스타플레이어의 부재·획일적인 경기 방식·통합맵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 등이 팬들을 e스포츠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들은 e스포츠가 본격적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하기 전에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처음이라서 그러려니, 현재 터져 나오고 있는 구석구석의 ‘불협화음’들이 자리를 잡는 과정의 성장통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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