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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과 ‘공감대’, 그리고 ‘구체적 계획’

  • 유양희 기자 y9921@kyunghyang.com
  • 입력 2006.04.0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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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카트라이더’ 게이머를 운전병으로 데려오자고 하는 것 아닌가?” 한 누리꾼이 공군의 게시판에 올린 글 중 일부다. 지난 주 공군이 전군에서 처음으로 ‘프로게이머’ 병사를 모집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찬반 논란이 다시 한번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공군은 지난 22일 모집공고를 내고 다음 달 5명의 프로게이머를 선발, 공군본부 중앙전산소에 배치할 계획이다. 선발된 병사들은 향후 공군과 관련한 워(war)게임 프로그램의 개발시 게임 ‘테스터’로 참여하게 한다거나, e스포츠 관련 동아리 활동에 투입돼 ‘병영문화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부분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포진해 있는 e스포츠 업계에서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지만, 일부에서 제기되는 거센 반대 여론 역시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날, 공군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를 반대하는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의 글들이 대거 올라왔다. 프로게이머의 병역 문제는 이미 지난해부터 논란이 되어왔다. 국방부에서 상무팀 창설 등 프로게이머 병역혜택문제를 검토중이라는 소식이 나면서 네티즌 사이에서 꾸준한 논쟁을 이어오고 있는 사안이다. 프로게이머가 병역 특례를 ‘받는다’ 혹은 ‘받지 말아야 한다’는 단순한 차원의 결론을 넘는 복잡한 문제다. 프로게이머 외에도 기존 스포츠 장르에서도 언제나 ‘민감한’ 문제가 바로 병역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더불어 이번 프로게이머 병역혜택을 기점으로,’한류열풍’과 함께 한국문화의 세계화에 앞장선 스타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선수들의 병역특례에 대한 법령이 마련된 것은 지난 75년으로, 이때부터 올림픽 3위 이내 입상·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에게는 병역혜택의 특전이 주어졌다. 지난 2002년에는 국회의원들의 발의로 월드컵 축구 16강 이상 성적에 특례조치가 취해졌고, 올해는 사전 논의가 없다가 국민여론과 정치적 결정으로 야구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성적에도 특례조치가 추가됐다.

이와 같은 병역 사안에 있어 e스포츠협회와 어느 부분에서는 ‘동병상련’이 있는 곳이 바둑계다. 바둑계에는 이미 94년에 국제대회 준우승 이상 거둔 기사에게 병역혜택을 부여하는 법령이 마련됐고 이에 따라 1호 혜택기사인 이창호(31)를 시작으로 몇몇 프로기사들이 병역혜택을 받았다. 현재 바둑계에서 병역혜택대상이 되는 국제대회는 후지쓰배와 응씨배뿐이지만 이외의 다른 국제대회도 포함시켜야한다고 바둑계는 주장하고 있다. 재단법인 한국기원은 아마추어바둑계를 포함한 대한바둑협회를 설립하면서 대한체육회가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남았다는 분위기다.

e스포츠 협회 역시 정치권과 함께 일정정도의 계획을 마련해 대한체육협회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슷한 시기. 한편 공교롭게도 병역문제는 WBC(World Baseball Classic) 세계 4강의 성적을 거둔 야구 국가대표팀의 병역면제에도 논란이 일고 있어 큰 이목이 집중돼 있다. ‘기대 이상의’ 국위 선양을 한 대표 선수들에 대한 병역문제를 두고 여론이 찬반으로 팽팽하게 나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에 대한 형평성 문제까지 지적되며 많은 이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를 막론하고 그것이 병역 특례 건 면제 건, 일단 징집대상자들을 대상으로 한 문제가 제기될 때면 언제고 많은 논란이 인다. 그 논란의 이유는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늘 요지는 한결같다. 바로 ‘형평성’과 ‘국민적 공감대’라는 점이다. 프로게이머에 대한 병역 혜택에 반대 입장을 보인 이들은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스타크래프트’가 국제적으로 인기 있는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프로게이머에게 세계대회 입상이라는 명분으로 병역 혜택을 줄 의미가 없다는 것. 또 앞서 말했던 “바둑이나 다른 스포츠에서도 아직 병역특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역사도 짧은 e스포츠에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여론이 거세다. 더불어 공군이 내놓은 프로게이머들의 군대 내 입지가, ‘별 것 없다’는 점이다. 구체적 대안 없이 그저 프로게이머들이 군대 내에서 뭘 할지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공감대를 형성하기 전에, 공감을 끌어낼 만한 구체적 사안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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