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업계에겐 해결해야될 숙제가 남아있다. 이번 게임산업진흥법의 국회통과를 놓고 청소년 관련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법시행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단체협의회와 게임등급제도개선연대 등 총 90개 시민단체는 지난 13일 오후 2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게임산업진흥법을 비롯한 문화 3법에 대한 국회통과는 산업논리에 밀려 청소년 보호 가치를 외면한 개악”이라며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항의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국회 재의결을 촉구했다.
현재 시민단체들이 가장 문제삼고 있는 법률안은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부칙 5조의 경과규정)’이다. 법은 기존 4개였던 게임 등급을 전체 이용가와 청소년 이용불가 2개 등급으로 간소화하면서 기존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판정을 받은 게임물에 대해 전체 이용가 등급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했다. 이 경우, 현재 ‘리니지’와 ‘리니지2’, ‘스페셜포스’ 등 15세 이용가와 ‘아크로드’ 등 12세 이용가 판정을 받았던 게임의 경우, 전체 이용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시민단체 측은 그러나 현재 12세, 15세 이용가 등급을 받은 게임물을 전체 이용가 게임물로 보기에는 폭력성·선정성·사행성·언어사용 등이 정도를 벗어났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들은 “아동청소년 보호를 외면한 게임법 부칙 제5조 경과규정을 즉각 삭제하고, 청소년 연령에 맞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게임물 등급을 세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매체물 등급분류 제도 역시 산업진흥법이 아닌 청소년보호 관련법에서 관할토록하고, 온라인게임의 경우, 독특한 유통 매커니즘을 반영한 별도의 심의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업계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게임산업진흥법이 ‘청소년 보호’와 ‘산업육성’이라는 측면이 팽팽하게 맞서며 또 다른 해결과제를 맞이한 셈이다. 이렇게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선 데에는 그간 게임을 중심으로 조명됐던 각종 사회문제들에 대한 인식이 지배적이다. 최근 명의도용사건은 물론, 게임중독과 아이템거래 등 여러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현시점에서 업계 역시 자체적인 ‘자숙의 분위기’ 혹은 이미지 쇄신을 위한 움직임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의 한 유명 관계자는 “이제부터라도 자체적으로 게임중독 예방을 위한 업계차원의 실제적 조치를 취할 때가 됐다”며 “상위업체들부터 하위업체들이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속내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우려’들이 상당 부분 일리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기초적 법안 없이는 오히려 기존의 문제들이 더 음성화 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될 일이다. 특히 이 법은 가장 핵심적인 청소년 보호라 할 수 있는 사행성 게임물 대책을 담고 있어 하루빨리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눈 여겨 볼 내용이다. 일정정도 수준으로 큰 산업에 대해, 극단적인 법 폐지보다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을 통해 청소년 보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업계 차원의 자정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강력한 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올바른 대책마련을 기대해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