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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구경’과 ‘싸움 구경’이 재미없을 때

  • 유양희 기자 y9921@kyunghyang.com
  • 입력 2006.05.0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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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파만파 번지는 각종 루머들·내외의 소송 건으로 최근 이래저래 어수선한 그라비티. 그라비티가 지난 20일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마련하며 이 같은 사건들에 대한 진화작업에 나섰다. 나스닥 상장 폐지설·일본 대주주와의 부당 거래 논란·겅호와의 합병설 등 각종 의혹 등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선 것이다. ‘진화작업’을 위했던 자리, 물론 그라비티의 의지는 적극적이었을지 모르지만, ‘번지는 불’들에 대한 뚜렷한 소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어떤 구체적 자료도 명확한 해명도 없이 단순히 ‘아니오’, ‘밝힐 수 없다’는 식의 무의미한 단답형 해명이 전부였던 까닭이다.

그라비티는 이날 자리를 통해 회사의 경영현황 및 목표·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 등을 밝혔다. 류일영 회장은 “나스닥 상장 폐지, 겅호온라인과의 합병을 위한 의도적인 주가하락 등은 생각한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상장 폐지와 합병은 현재 전혀 계획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겅호의 게임 ‘에밀클로니클’이나 모바일 회사 네오싸이언을 일반적 기준 이상의 과도한 금액으로 사들였고, 일본 투자펀드에도 과도한 자금이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 이에 대해서는 그라비티 내부 평가 기준으로는 ‘타당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라비티 전 회장인 김정률 씨가 맡고 있는 현재 로시오의 ‘페이퍼맨’도, 그저 현재로서는 ‘정확하게 답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중단된 상태’라는 ‘모두가 알고 있는’ 정도의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에 그쳤을 뿐이었던 것. ‘라그나로크2’와 ‘레퀴엠’ 등 차기작이 아직 개발 중이기 때문에 오는 E3 전시회에 출전하지 않는 것뿐이라는 설명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훨씬 전인 지난해 동경 게임쇼에서 ‘라그나로크2’의 프로모션을 겅호 부스에서 진행했는가’ 라는 질문에는, 그저 ‘현지 파트너 ‘사라 적합했을 뿐이라는 다소 ‘엉뚱한’ 답변으로 일관했을 뿐이다. 더불어 ‘라그나로크2’와 ‘레퀴엠’이 향후 겅호에 어떤 조건으로 계약이 맺어질지, 최소한 ‘에밀클로니클’ 만큼은 받을 수 있을 것인 지 ‘상황의 맥락상’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서 류 회장은 “겅호와 ‘라그나로크2’나 ‘레퀴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계약 사항은 ‘전혀 없다’”고 답했을 뿐이다. 믿어야 될까.

굳이 자리를 마련했다면, 어느정도 만이라도 ‘진화효과’를 노릴 수 있는 구체적 사안들이 밝혀졌어야 마땅하다. 이날의 그라비티의 입장을 100퍼센트 신뢰하기에는 그간의 구설수들이 오히려 훨씬 ‘구체적’이라는 점이 문제다. 그동안 그라비티의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측에서 상장 폐지 및 합병에 대한 여운을 남겨 왔다. 2005년 8월에는 나스닥 공시를 통해 소유지분을 늘려 상장을 폐지하고 겅호에 합병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고, 지난 1월 김정률 전 회장을 공금유용 혐의로 검찰에 고소할 때도 나스닥 상장이 취소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우량기업이었던 그라비티의 지난해 급작스런 손실 또한 의혹을 넘어 ‘안타까운’ 대목이다. 합병 및 상장폐지에 대한 ‘여운’을 계속 풍겨와 놓고, ‘타당하지 않은 손사래’만으로 상황을 진화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라 보인다.

결국 예상했던 대로 바로 이튿날 그라비티의 소액주들은 반박 성명을 냈다. 이미 그라비티 소액주주들은 지난 12일 그라비티의 의도적 주가조작 혐의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손태장 일본 겅호 엔터테인먼트 회장, 류일영 그라비티 사장 등 9명을 상대로 주가조작, 업무상 배임, 협박 및 신용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어찌됐건 현재로서는 이 모든 골치 아픈 의혹들과 공방들이 법정에서 가려지길 기대해 보는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그라비티의 그간 행보들. ‘불 구경’과 ‘싸움 구경’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는 공식을 철저하게 뒤집는 사례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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