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비즈니스와 재미가 만나는 곳’, 한국버전을 기다리며

  • 유양희 기자 y9921@kyunghyang.com
  • 입력 2006.05.22 09:36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게이머들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2006 E3’가 지난 주 그 성대한 막을 내렸다. 가정용 게임기들의 ‘격돌’이나 국내를 비롯한 세계 유수 회사들이 욕심껏 선보인 온라인 작품들. 각양 각색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세계 80 여 개 국 1천 여 게임들이 ‘한 용광로’에서 부글부글 끓는 것 같은 한 주였다. E3는 올해도 어김없이 몇몇 구체적 트렌드를 세계 게임업계에 일년의 과제로 남기며 다음을 기약했다.

E3의 전세계를 상대로 한 ‘흡인력’은 바로 거기에 있다. 철저하게 E3를 기준으로 개발된 게임들이 ‘용광로’처럼 쏟아져 나와 섞인다는 것. E3를 겨냥해 정성껏 준비된 게임들이 그렇게 한자리에 모여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한 해 세계 게임업계의 흐름 즉 트렌드가 자연스레 돌출 된다는 점이다. E3는 흔히 몇몇 컨퍼런스나 전시회가 갖게되는 ‘치우침’이 없이 고유의 성격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즉 업계종사자만을 중심으로 한, 그렇다고 순수 유저들만을 겨냥한 ‘반쪽 짜리 행사’가 아니란 점이다. 비즈니스 관계자들은 그들만의 소정의 목적을, 유저들은 또한 순수하게 게임에 대한 애정으로 재미를 만끽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E3 행사장이다.

E3 행사기간 중 주변지역을 운행하는 셔틀버스에서 만난 한 청년의 이야기가 그래서 사뭇 와 닿는다. “3 시간을 줄을 서 기다리며 들어갔지만, 시연부스에서 4시간 동안 재미있는 게임을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는 것이다. 입장료로는 약 500달러(한화 50만원선)에서 600달러라는 ‘상당한’ 돈을 들인 것도 모자라 지루한 3시간을 줄을 서서 기다렸지만, ‘4시간이 흐르는 줄 모를 만큼 재미있는 게임’이 있기에 충분히 즐겁다는 것이다. 그 청년은 “다음 해의 E3가 벌써 기다려진다”며 막바지로 향하는 행사를 아쉬워했을 정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E3가 올 해 내건 ‘비즈니스와 재미가 만나는 곳(Where Business gets FUN)’이라는 슬로건은 행사의 성격을 가장 명확하게 짚어낸 표현인 듯하다. 단일행사로 한정된 행사장 안에서 만의 ‘한판 잔치’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도 눈 여겨 볼 만하다. 매년 E3 기간이 되면, 행사장의 ‘좋은 부스 위치’나 주변 숙박시설 예약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업체들은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게임인’들이 그 넓은 LA 주변 거리에 그득그득 넘쳐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 같은 지역경제 부양 때문에 로스앤젤레스와 라스베이거스가 미묘한 신경전을 펼쳤다는 이야기도 참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비즈니스맨은 물론이고 유저, 그리고 게임과는 별 상관 없을 지역주민까지 모두가 ‘공유’할만한 행사가 바로 E3인 셈이다. 이런 현장에서 올해 한국 업체들의 선전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주요 업체들은 기대 이상의 신작들을 대거 ‘준비된 모습’으로 선보였고, 한국공동관의 중소업체들은 말 그대로 ‘작은 고추가 맵다’는 우리 속담을 갖다 붙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출전 5년 만에 중앙 무대인 사우스홀에 한국 업체 3 곳이 단독부스를 차리고, 한국 공동관까지 양지로 나온 만큼 ‘남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듯하다. 모바일 분야에서는 게임빌 관계자가 세계 유수의 업체 대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라그나로크’는 성공사례로 거론되며 작은 부분에까지 한국의 게임산업에 대한 위상이 공고히되는 자리였다.

우리가 만든 게임들을 E3의 참가자들이 보고 즐거워했고, 가능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우리 안방에서 E3 정도의 행사를 다져나가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몇몇 국내 행사가 초반 자리잡기에 돌입한 만큼, 이제는 우리도 안방에서 세계손님을 맞아볼 날을 기다려 보는 것도 그리 큰 욕심은 아닐 듯 싶다. LA는 너무 멀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